여기가 어디더라. 난 여기서 뭘 하고 있었지? 레이는 눈을 뜨자마자 생각했다. 몸을 일으키려 뒤틀었지만 돌아오는 건 온 몸을 두들기는 듯한 통증과 쇠사슬의 무기질적인 쩔그럭거림이었다. 그제야 두 다리 사이에서 말라버린 어잿밤 정사의 흔적이 느껴졌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레이는 일어나려는 시도를 포기하고 생각했다.


* * *


2032년, 출시된 게임-러스티케이션은 특유의 사실성과 환상적인 배경으로 전세계를 강타했다. 그 사실성은 굉장한 것이어서, 순식간에 전세계 게이머의 60퍼센트를 사로잡았다. 이세계를 배경으로 펼처지는 이 판타지 세계에서는 모든게 가능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물론 성관계도. 아마 그게 안됐다면 게이머의 80퍼센트가 떨어져 나갔을 거라는 우스겠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쪽에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었다. 내 친구들은 거기 가봤냐느니, 그 남자가 괜찮다느니하는 얘기를 줄줄이 늘어놨지만 난 사냥과 레벨 업에만 집중했다. 자위도 몇 번 해봤지만 그냥 아프기만해서 그만뒀다. 그러던 나에게 친구들은 코드를 쥐어주고 한 번 해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며 떠밀었다. 귀찮아서 그냥 잘했다고, 좋았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이쯤되자 궁금해졌다. 애들이 저 정도로 환장하는데 한 번 해볼까? 결국 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코드를 치고 게임에 접속했다.


* * *


쩔그럭. 


양쪽 발목과 한 손목을 붇들고 있는 족쇄를 보며 레이는 생각했다. 여긴 어디지? 대충 귀족가 저택같기는 한데. 그녀는 자신의 몸을 대강 살펴보며 생각했다. 


'대충 머리카락을 보아하니 내 캐릭터는 맞는 것 같은데.. 옷은 왜이래?'


그녀는 자신이 평소에 애용하던 로브가 아니라 하얀 슬립을 걸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이 슬립, 어떤 재질인지는 몰라도 물에 젖으면 바로 비치는 옷이었다.  속옷을 따로 입지는 않았으니, 물에 젖으면 바로 알몸이 보일 터였다. 친구들이 준 코드는 '입문자용'이라 했는데, 아무리 봐도 이건 좀 이상했다. 


"아, 드디어 일어나셨군요."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다. 은빛 머리에 자색 눈동자를 가진 신비로운 외모였지만, 레이는 그의 눈동자 속에 비친 광기를 느낄 수 있었다.


"누구시죠?"


"이런, 실망스러운 대답인데."


"무엇이 실망스러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서 이거 풀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거 같으니까."


그러자 남자는 뒤틀린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의 한 손에는 작은 병이 들린 채였다.


"글쎄요. 그 대답, 조금 있으면 후회할텐데."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병뚜껑을 열고 반쯤 부어 레아의 다리 위에 펴발랐다. 차가운 감촉이 다리에 느껴지자 레이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내게 뭘 바른거죠?"


남자는 대답하지 않고 남은 양은 뚜껑을 연 상태로 레아의 머리맡으로 가져가 두었다. 이내 달콤한 향기가 났다.


"당신을 솔직하게 만들어줄 약이라고 하죠."


뭐? 그게 무슨.


휘청. 분명히 묶여있는 몸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흔들리고 있다고 느꼈다. 방 안의 온도는 달라진게 없는데 땀이 나기 시작했다. 온 몸에서 이상한 열기가 느껴진 탓이었다. 굵은 땀방울이 몸에 맺히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한 손으로 다리에 묻은 약을 닦아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일단 팔이 다리까지 닿지 않았을 뿐더러, 코에는 계속 그 향기가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땀에 젖은 슬립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몸을 뒤틀 때 마다 쓸리는 슬립의 자극이 너무 컸다. 손이 자꾸만 아래로 갔지만,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에 계속해서 멈칫거렸다.


남자는 슬립을 올려 그녀의 음부에 후ㅡ하고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미 젖어있던 그곳에 차가운 바깥공기가 닿자 레이는 허리를 크게 들썩거렸다.


"힘든가요?"


남자의 말대로였다. 어설프게 자신의 손으로 만지는 건 위로가 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힘없이 미끄러지기 만 하는 손으로 하는 위로는 이제 한계였다. 


"제발..."


"안 들려요. 무엇을 원하죠, 당신은?"


아, 제발. 제발 끝내줘.


"당신. 당신이요."


그제야 남자는 웃음을 지으며 다가와 슬립을 찢었다. 눌려있던 탐스러운 가슴이 튀어나왔다. 가슴을 애무할 필요가 없었다. 유두는 이미 꼿꼿히 선 상태였고 아래는 충분히 젖어 넘칠 지경이었으니까.


남자의 물건이 레아의 안으로 들어와 그대로 꿰뚫었다.


"하앗!"


그 순간 레아는 짧게 경련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이 열기를 완전히 지울 순 없었다.


남자는 허리를 뒤로 뺐다. 오물거리는 그녀의 안은 잠시라도 물건을 놓치기 싫다는 듯 탐욕스럽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남자는 각도를 바꿔가며 자신의 물건을 박아넣었다. 그때마다 미묘하게 쓸리는 클리토리스는 그녀를 미치게 했다.


"빨리. 빨리 해줘."


레아가 재촉했다. 절정에 거의 다다랐는데 남자가 운동을 멈춘 탓이었다. 


"박아주세요, 라고 해보세요."


평소라면 끝까지 듣지도 않고 가버릴 소리였지만, 이성을 잃은 그녀는 그럴 생각조차 못했다. 자신에게 급한 건 이 열기를 터뜨리는 것이였다.


"하아, 제발, 그만두지 마. 아앙, 아아... 빨리 박아줘.."


남자는 그에 호응하듯 더욱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사정없이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아, 하, 아. 아아아아앗..!"


남자가 사정하며 레아의 위로 무너져내렸다. 뜨거운 무언가가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레아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