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닮은 악마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악마의 양 손에 들려 있던 불꽃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남자는 귀찮다는 듯이, 첫 발은 몸을 돌려 피하고서는 얼굴로 날아드는 두 번째 덩어리는 오른손에 든 더블 배럴 샷건의 총신으로 쳐냈다. 터져나간 불덩어리의 파편이 날리는 것이 마치 불붙은 하루살이들이 날뛰는 듯 하였다. 매캐한 유황의 냄새가 자욱하게 그의 투구 사이로 스며들었다. 잿가루와 연기가 그의 시야를 어지럽힌 그 때, 악마가 머리 위로 짓쳐들어왔다. 날카로운 손톱이 그의 목을 노리고 날아왔다. 하지만 손톱은 남자의 경동맥에 닿기 바로 직전에 멈췄다. 그 전에 남자의 왼손이 악마의 대가리를 잡아 공중에 못박았기 때문이다. 남자는 그대로 손가락 마디에 힘을 주었다. 악마가 발버둥을 칠 겨를도 없이, 다섯 손가락이 두개골을 부수고 뇌수를 흐트러 놓았다. 남자는 반항이 잦아들은 것을 확인하고서는, 마치 먹고 남은 사과 씨앗을 버리듯이 악마의 주검을 내팽개쳤다. 그 때 또 다른 악마가 그의 옆에 드리워 있던 어둠을 틈타 그를 덮쳤다. 남자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샷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몸통이 너덜너덜해진 악마는 그대로 벽에 처박혀 붉은 색의 벽걸이 비슷한 것이 되었다. 가까이 오는 놈은 몸을 찢으며, 멀리서 있는 놈은 총으로 쏴 죽이며 그렇게 남자는 전진했다. 

 이윽고 우주공항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활주로에는 신장이 2층 높이에 달해 보이는 거대한 붉은색의 뿔달린 악마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침이 질질 흐르는 아가리 안으로는 부러진 면도날 같은 이빨들이 득시글거렸고, 씰룩거리는 주먹은 남자의 몸통보다도 커 보였다. 남자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서는 등 뒤에서 다른 무기를 꺼내 들었다. 큰 놈한테는 큰 무기가 필요했다. 장전을 완료한 남자는 말 없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고,  악마 역시 포효하며  남자에게로 달려왔다. 남자의 어깨에서 로켓이 불을 뿜었다. 덩치에 걸맞는 맷집 때문인지, 악마는 로켓을 몸통에 직격당하고서도 달려오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남자는 로켓을 내팽겨치고는 허리춤에 달린 또 다른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서는 악마 옆에 있던 바위를 발판삼아 도약하고서는, 그대로 악마의 뿔달린 머리를 향해서 꺼내든 물건을 내리찍었다.

 악마는 반사적으로 팔뚝으로 그 물체를 막았다. 그리고 전기톱의 모터소리가 활주로에 울려퍼졌다. 쇠붙이가 맞물리는 소리가 악마의 팔뚝을 파고 들었다. 마찰열에 피가 타오르는 냄새, 뼈를 긁어내는 소리, 고통에 찬 악마의 비명소리와 그 목구멍 안에서 끓어오르는 역겨운 입냄새까지. 남자는 그 모든 것에도 담담하게 전기톱을 체중을 실어 내리 누를 뿐이었다. 마치 목수가 나무를 자르듯이.

 생각보다 팔뚝은 손쉽게 잘려 나갔다. 그리고 정수리에 피칠갑이 된 쇠사슬날이 박혀 들어갔다. 악마의 비명이 더욱 높아졌다.  그 때, 남자는 갑자기 악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

 고통은 산 자의 특권이다. 너희는 그것을 누릴 자격이 없어. 동의하지?

 남자는 굳이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에 대가리에 반 정도 파고 들어간 전기톱을 움직여 악마의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를 얻은 남자는 그의 의견을 존중하듯이 나머지 몸통을 순식간에 잘라내었다.

 반으로 잘라진 몸이 짚단처럼 바닥에 나뒹굴었다. 남자는 가슴팍에 묻은 핏자욱을 떨어내고서는, 고개를 들어 행성 지평선 너머를 보았다. 아직도 무수한 악마 떼거리가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더블 배럴 샷건의 빈 탄실에 탄환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악마들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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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는 이미 브금에서 눈치챈 분은 모두 알고 계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