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저 별로 된,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은하수의 길을 따라 걷고 있을 뿐이었다.
내 발밑과 내 눈앞, 그리고 내 공간 전부에 놓인, 검은 도화지에 뿌려진 색색의 파스텔 가루와도 같은 별들이 너무나도 어지럽게 보여 옳은 길로 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의 길잡이별. 그 하나만 바라보며 옳은 길로 가고 있다며 걸었다.
그는 나를 늘 비추어 주었으며, 그의 빛은 나의 인도자였고 따스했으며, 나의 희망 그 자체였으니까.
그와 함께 걸을 때는 늘 행복만이 가득했다.
내 앞길은 그가 비추는 길 만큼이나 밝을 것이 분명했기에.
하지만 은하수의 팔이 갈라지며, 하늘이 어두워져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했을 땐 설상가상으로 그는 빛을 거두어 버렸다.
가야 할 길도 모르며, 그런 길이 정말 있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주저앉아 울기만 했다.
그가 사라진 설움과 원망에 울고, 설움과 원망에 우는 내가 외로워 울었다.
그렇게 주저앉아 울기만 하던 중, 발밑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별들을 보곤 무엇을 느꼈는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다시 마구 걷기 시작했다.
울며, 앉기도 하며 걸었다.
나선 팔의 갈림길에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걸어와서는 이제 담담한 척도 해 보았고, 센 척도 해 보았지만
그런 척에 무너져 다시 울기만 하기도 하며 계속.

다리가 부수어져 걷지 못할 때쯤, 나는 다시 그를 볼 수 있었다.
나의 길잡이별.
한동안 나는 반가움에, 감격에, 설움에, 원망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감정을 소리로 변환시키기엔 내가 가진 모든 것 보다도 더 많은 것들이 필요했기에.
그렇게 부수어져 쓸모없는 다리를 이끌고, 주저앉지도 못해 엎드려서 다시 한참을 울다가,
마침내는 눈물샘도 말라버려 내게 남은 게 한 움큼의 소금기밖에 없어 이젠 눈물에 지친 내 감정에 매달려
왜 이제야 왔느냐고 겨우 물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늘 그곳에서 나를 비추었다고 하며,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나는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긴 시간 동안, 나를 비춰 주었느냐 물으니

"네가 보이지 않더라도, 늘 그곳에 있으리란 믿음이 있었으니까."

그러자 그와 내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별빛 때문이든, 눈물 때문이든 그건 별로 상관이 없었다.
이 빛은 서로를 비출 테니까.

그가 보이지 않더라도, 그는 늘 나를 비추고 있을 테니까.
내가 보이지 않더라도, 나는 늘 그를 비춰줄 테니까.

보이지 않을 뿐,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