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밤이었다. 환한 달빛만이 방 창문을 투과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 없는, 하얀 달빛임에도 오늘따라 유독 기분 나쁘게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달빛이 주는 작은 신성함과 경건함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차갑고 우울한 공기만을 내뿜고 있었다.

 왜 이런 기분만이 덮쳐오는 거지? 조심스레 의문점을 뱉어내 보았다. 재밌게 봤던 웹툰이 새드 엔딩으로 끝나서 그런가? 아니면 단순히 오늘 급식이 영 맛이 없어서 그랬던가? 나는 갖은 이유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보잘 것 없는 핑계를 대기 전부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내가 우울한 이유를. 저 달빛이 차갑게만 느껴지는 이유를.

 어느 한 소녀를 좋아했다. 결코 빼어난 것 없는 수수한 아이었지만, 왜인지 모를 달빛 같은 경건함이 풍겨오는 아이였다. 늘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온화하고 다정한 아이라고 각인되어 있었다.

 몇 달을 고민했다. 과연 내가 저 아이에게 어울릴지, 혹시 그녀는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지, 그렇게 혼자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한 것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그리고 불과 2주 전의 일이었다.

 "몇 달 전부터 줄곧 좋아해 왔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를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하기야 단순히 반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남학생이 이렇게나 갑작스레 사랑 고백을 해 왔으니.

 이내 그녀는 늘 지니고 있던 그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미안해, 나는 지금 누군가와 사귀고 싶지 않아." 하고 말했던 것이다.

 이대로 끝난다면 단순히 끝날 문제였겠지. 이렇게나 우울한 결말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틀 전에 있던 하나의 사건이다.

 실연을 겪은 나는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다. 다만, 그 상념은 얼마 가지 않아 깨졌다. 반에 들려오는 뜬소문이 들려왔으므로.

 "걔, 좋아하는 선배 있다더라."

 라는 여학생들의 가벼운 한 마디가 들려왔다. 조금 전부터 들려오던 대화였으므로 그 대화의 주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있었다. 달빛처럼온화한 미소를 지닌, 빼어난 것 없는 수수한 한 소녀.

 바보같은 일이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고백을 했던 것인지. 그런 거절을 들었으면서 그 소문은 또 왜 그렇게 쉽게 납득한 것인지. 그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에 뒤덮여서는, 오늘까지도 잠에 들지 못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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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눈팅만 하다가 급 뽐뿌와서 끄적여본 엽편 소설입니당

갠적으로 아직 부족한 게 많은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