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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제 어쩌면 좋을까?”



해가 다 져버린 늦은 한밤중에 나는 마을 안에서 묵고있는 여관 옥상에서 홀로 서서 바깥의 냉기를 들이마시고 한숨을 퍽 내쉬며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어디서 얻은건지는 잘은 모르겠으나 하여튼 돈을 갖고있던 무녀 제나덕분에 잠시지만, 이 마을에서 편안히 머물 수 있게됐다. 반면, 난 편안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건 오늘, 나도 모르게 흥분한 나머지 ‘그린비’라는 가짜용사가 제안한 내기를 받아들이고 나서부터 걱정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꾸었다. 마왕을 물리친 용사, 나 이민은 새로생긴 신세계로 떨어지고나서 잠에서 깨어나보니 래버력이 없는 즉, LV.0인 약골용사가 되어있었다. 솔직히 내가 언제부터 이런 말도안되는 수치를 갖고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는 누구에게도 무시당하는 그런 심각한 상태란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런 내가 과연 그를 이기고 그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하아··· 걱정이야.



- “어이 이민, 뭘그리 한숨만 내쉬고 있냐? 잠은 안자고.”


- 아, 혜움. 아직 안잤어?



그러고 혼자 밤에 불어오는 차디찬 바람을 만끽하고 있던 도중, 옆에 있던 혜움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혜움은 자신이 옆에 있는지도 모르고 한숨만 쉬고있던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야, 상식적으로 유령은 원래 잠을 자지않거든? 내가 네 수호령인 것도 벌써 잊어먹었냐. 나참.


- 미안, 까먹고 있었어. 다신 안 잊어먹을게.


- “·······너, 무슨 고민있냐? 왜, 아까 걔가 제안한 내기때문에 그래?”


- 하아, 뭐·····. 그렇지.



찰나에 나도 모르는 사이 한탄 섞인 목소리가 툭 튀어나와 버렸다. 내가 왜 이러지? 분명 나 혼자만의 결정으로 승부를 받아들인 것인데도 어딘지 모르게 홀로 못할까봐 끙끙 앓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 아마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한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러기도 전에 나도 자격지심 하고있었지, 막상 직접적으로 듣게되니 마음속 어딘가 깊이 파인 상처가 아물지 못한 것 같았다.



- 아마 난 큰소리 칠 입장이 아니였나봐. 내 멋대로 결정해놓고 혼자 망설이는 꼴이라니.


- “호오~ 그러니까 네 스스로 겁쟁이라고 인정하는거야?”


- ·····틀린 말은 아니겠지. 아니 맞는 것 같아. 안그러면 용사답지 않게 이러고 있을리가 없잖아. 난 왜이리—


- “그게 어쨌다고 그래? 누가 그러지말래? 꼭 겁먹지 말고 당당히 맞서 싸우라고 누가 시켰냐고.”


-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은···· 원래 이렇게 있으면 안되잖아. 당당히 까지는 아니래도 최소한 풀죽어 있으면··· 아무것도.



난 이미 그때의 자신감 마저 잃어버린건가? 왠지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 “네가 생각하는 용사가 뭔데? 얼마나 잘났길래 그렇게 풀이 있는대로 죽어있는거야?”


- ···자신이 하는말에 언제든 자신감있게, 뭣도 모르고 일단 부딪치고, 끝내는 자신이 이루고 싶은걸 해내고, 뭐든지 피하지않고 언제든지···.


-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그거라면 여태까지 네가 해왔던 일이잖아. 뭘 망설여?”


- 내가 해왔던 일···?


- “넌 네 자신에 대해 너무 겸손한거 아니야? 너는 무려 혼자 마왕을 처치한 놈이라고. 왜 그리 자부심이 없냐. 나 같으면 콧대 높이고 킁킁거리고 다녔을텐데.”


- 그렇긴 하지만 지금의 난 전혀 그렇지 않잖아. 걔네가 말한대로 꼬마한테도 당해내지 못할 정도라고.



하하, 맞아. 내 수준이 현재 그렇지.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기는게 당연한 상대니까 말이다. 뭐 하나 제대로 승부도 못 낼 그런 수준이라고. 나는···.



“그런게 네가 해오던 과거의 일들까지 바뀌는건 아니잖아.”



- ···뭐?


- “그런 애들이 말한다고 네 과거까지 바꿔놓냐고. 그저 네가 무엇을 했는지도 모른채 떠들던 말따위에 왜이리 감정이입 하는건데?”


- 그··· 그거는;


- “넌 여태까지 그래왔어. 무작정 덤비는 것도 있었지만 끝에 가서 운적도 있고, 어쩔땐 자신이 부딪힌 일에도 망설이면서 결국은 끝까지 해왔지. 여태까지 부딪힌 일중에 네가 후회된적이 있었어?”


- ···아니, 없었어. 후회같은거, 느낀적이 (!)


- “그래. 걔네는 걔네고, 너는 너야. 용사라는 틀안에 있어도 너라는 존재는 바뀌지 않아. 이런 당연한 말을 꼭 해줘야겠어?”



맞아. 그런 일들중에 나중에 후회한적은 없었다. 울면서도 망설이면서도, 난 그러면서 모두를 구하겠다는 다짐만큼은 잠시도 잊은적이 없었으니까. 그때마다 그 다짐한 결심이 내 몸을 언제나 일으켜 주었지.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눈을 뜨면 항상 맞서 싸우고 있던 내가 있었다. 그땐 괜한 걱정이었지. 별거 아니였다고 나 자신을 위로해주면서 내가 하고싶은 일을 끝까지 해냈으니까.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 만약 과거의 내가 이런 모습을 보고있었더라면 어떤말을 해줬을까. 물론 답은 정해져있겠지!



- “자, 이제 알았으면 얼른 자고, 일어나서 촌뜨기따위에 말은 어서 무시해버리고 여행이나 떠나자. 넌 나같은 수호령이 없었으면···.”


- 결정했어. 반드시 그 내기, 이겨보이겠어.


- “....뭐?! (당황) 아니, 내말은 그냥 상관하지말고 쿨하게 무시하라고! 야, 내 말 듣고있어;;? 어이!”



그린비에게 내 간절한 마음을 전해주기 위해선 어쩔 수 없어. 정해진 승부 안에서 반드시 약하다는게 잘못된게 아니란걸 깨닫게 해주겠어!











제 13화. LV.0의 용사











묵고있던 여관 창문에서 아침을 알리는 새들의 지저귐과 방안으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감겨있던 눈꺼풀을 살며시 뜨게 하였다. 그리고나서 무의식중인 정신 속에서 내가 당장 해야할일이 번뜩 떠올라 얼른 몸을 정돈하고, 방문을 열고 급히 나가보니 바로 옆방에서 자고일어난 무녀 제나가 히죽거리는 표정을 띈채 나에게 가볍게 손짓으로 아침인사를 표했다. 그후, 밖으로 나가 제나와 옆에있던 혜움과 같이 마을 바깥에 있을 숲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저기, 제나. 리내는 같이 안 데리고 나왔어? 【LV.0/용사】


- 그게, 흠~ 리내가 너무 곤히 잠들어 있길래 깨울 수가 없었어. 아마도 그때 너하고 그 애하고 대판 싸우느라, 힘을 전부 소진했나봐. 후훗. 【LV.43/무녀】


- 아아, 그렇구나; (괜한 기대를 걸었나?)


- “결국 기어코 잡으러 가는구나. 내가 어젯밤에 열띤 조언을 그렇게 얘기해줬건만. 하아···.” 【LV.15/용사의 수호령】



내기를 지키러 잡으러 가는 길인데, 정작 장본인(?)은 나오지 않은건가? 휴우~ 그래도 어쩔수없지. 내가 무턱대고 받아들인 내기니까. 따질 처지가 못 되겠지. 난 내가 정한 길을 걷고 있는거니까. 하지만 조금은··· 아쉽긴해.



- 응? 어젯밤에 어떤 조언을 나눴는데?


- “그러니까, 앞으로의 진로 계획을 귀뜸해줬다고 해야하나. 이민이 워낙에 혼자 낙담하고 그러잖아. 그래서 이 수호령인 내가 정신차리게 한마디했지. 근데 말귀를 못 알아듣고 제멋대로잖아.”


- 아하~ 뭔지는 대충 알겠네. (웃음) 용사가 또 어리광을 부렸구나. 그때 내가 옆에서 위로해줬어야 했나? 나로삼아 약간이라도 위안이 됐을텐데. 아쉽게 됐네, 후훗~♥ [가슴을 툭툭 치며]


- 그··· 그딴 호의는 됐거든///! 당장 소마인지 뭔지나 잡으러 가자고///!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힌채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 


- 으음~ 무슨 상상을 했길래, 저리 급하게 걸어가시는 걸까나? (웃음) 후후, 역시 부끄러워하는 용사도 귀엽다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가다보니 어느새 마을을 벗어나, 마을 외관 쪽에 멀지않게 자리잡은 푸르른 숲속 안을 걷고있었다. 그 숲 안에선 계속해서 새들의 노랫소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졌지만, 정작 잡으려는 몬스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왜지, 원래 이런 숲속에 야생동물 몇마리는 튀어나오지 않나? 혹시 그린비가 잘못 내기를 걸었나?



- 왜, 아무런 일도 안 생기지? 이정도 걸었으면 한번쯤은 나오지않나, 혜움?


- “그거야 나도 모르지. 아직 새로생긴 이 세계에 적응도 제대로 못했는걸? 아마도 다른 애들도 잘은—“


- 아, 그건 아침일찍 산 이 ‘몬스터 도감’을 살펴보면 알 수 있지않을까? 어디보자. [책장을 넘기며]


- 오, 그런것도 있구나. 그럼 왜 이런지도 알 수 있겠네?


- “····;”


- 흐음, 그러니까 우리가 잡으려고 하는 ‘소마’라는 몬스터는 물방울 모습을 한 약한 생명체로, 대개 울창한 나무가 있는 숲속에서 서식하는데, 워낙 사람들과 몬스터들에게 잘 습격당해서 왠만한 강한 상대에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데?


- 왠만한 강한상대? 우리가 강하다는 거야?


- “그렇다기보다는 내 생각엔 혼자만 밸런스가 붕괴인 저녀석 때문에, 안나오는 것 같은데?”


- 그런가? 후훗. 【LV.43】


- 그럼 어떻게 해야하지?


- 흠, 그러면 이렇게 할까? 내가 뒤에서 천천히 가고있을테니 한번 용사 혼자 걷고있어봐. 물론 거기 유령씨도 마찬가지.


- “엥? 그게 무슨 소리? 난 용사의 수호령이라고. 난 용사에게 딱 달라붙어있어서 어떤일이 생기든 절대 안떨어지거든! 절대—”



제나는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 주변에서 둥둥 떠다니는 혜움을 붙잡은 상태로 간.단.히. 뒤로 물러나 있었다. 혜움, 절대 안떨어진다면서 무녀라 그런지 단숨에 끌려갔네. 절대로 안떨어지는건 아니었던 모양. (근데 왜저리 달라붙으려 하는거지? 혹시 출연욕심?) 근데 고작 이렇게 떨어져있는다고, 계속 안나오던 몬스터가 바로 나올리가···.



“키히히히힝~!”



- “오, 뒤로 물러나자마자 바로 나왔네. 저게 오늘 잡아야한다는 그 몬스터야? 되게 작네.”


- 그러게. 책에나온 일반 소마들보다 크기가 훨씬 작네. 아마 새끼 같은데? 어때, 이민? 그만하면 잡을 수 있겠어?


- 키히히힝~! 【LV.1/소마 : 슬라임의 일종】


- 아하하하···. 응···. (연속 느끼는 거지만 난 진짜 약하긴 하나보다ㅠ) 【LV.0】


- 그럼, 얼른 잡는게 좋을지도. 승부에 결정지을 ‘소마의 체액’이란건 소마의 몸속에서 생성되는 끈적한 화학물질로 공격을 하는 모양이야. 근데 이게 한정적이어서 다쓰면 더이상 생성되지 않는데. 한마디로 다쓰기전에 잡아야 돼.


- (!) 그렇담, 얼른 잡아야지!



나는 옆에 차고있던 단검을 꺼내들어 몬스터를 향해 칼날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걸 본 몬스터는 아랑곳 하지않고 날 쳐다보면서 얄밉게 울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엄청 만만하게 여기는 듯 갑자기 이쪽을 향해 체액을 내뱉는다.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그럼 이쪽도 봐줄수는 없지. 자, 받아라! 이얍!



(그로부터 몇시간 후···)



- 저, 저기···. 【LV.18/마법사】


- 아, 리내왔구나. 용캐도 찾아왔네. 왜이리 늦었어? 혹시 늦잠이라도 잔거야? (웃음)


- 아···아니거든! 늦잠까지는 아니고 그냥 마을구경 좀 하고온거 뿐이니까! 용사에게 미안해서···는!! 절대 아니라고! 절대! (버럭)


- 후훗, 알겠어. 그렇다고 해줄게.


- 으으으///! 근데, 그러고보니 용사말이야. 저 앞에서 혼자 뭐하고 있는거야? 응? 앞에 몬스터도 있네?


- 아, 지금 용사 혼자서 몬스터를 잡고있는거야. 몇시간째 고전중. (웃음)


- 엥? 저 작은 몬스터 하나로 몇시간째 저러고 있었다고?!?! 그게 말이돼? 초짜도 금방 물리칠 수 있는 수준일텐데?!



“아아···. 미안한데 저 소마야? 딱 한번만 잡혀주면 안되겠니? 쓰러트리진 않을테니까, 그냥 잡혀만 줘라, 응? 제발ㅠㅠ”

“키히히힝···. 히히힝···.”



- (몬스터도 지쳐있어?? 그리고 저게 몬스터를 잡고있는거야? 설득아니고?)


- “아아, 보는 나도 질린다. 아무리 래버력이 0이라도, 고작 1차이나는 몬스터 하나로 몇시간째 저러고 있다니. 나같으면 맨손으로 때려잡겠네. 에휴~”


- 래버력 이외에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몬스터는 무기로 밖에 잡을 수 없어. 근데 이민은 저 검 밖에 쓰질못하니까. 어쩔 수 없으려나?



실제로 멀리서 듣고있던 나도 어쩔 수 없는건 맞았다. 내게 맞는 래버력의 장비도 찾지못했을 뿐더러, 애초에 LV.0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니까. 이에 나와 고전하고 있는 상대 몬스터도 아까 처음에 쏜 체액 몇방을 끝으로 단한번도 내게 쏘질않았다. 아마도 쓸 가치조차 못느끼는 모양. 점점 대전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가 진짜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맞나싶은 의문만 들게된다.



- 이러면 제나 네가 해줬던 말이랑 완전 다르잖아! 이민이 직접 마왕을 처치했다며? 근데 고작 몬스터 하나 상대로 저렇게 질질 끌리가 없잖아!


- (제 말이 그 말입니다ㅜㅜ)


- 아아, 그이유는 이민이 들고있는 저 검에게 있지. 그러고보면 아직 이민이 왜 래버력이 0인지조차 제대로 설명을 못해줬네.


- (이유?)


- 신께 물어보면서 알게된건데, 현세와 이세계 사이에서 충돌이 일어나면서 래버력이 생긴건 다들알지? 부딪히면서 양쪽에 충격이 작용하여 래버력의 영향을 받게된건데 그때 이민은 세계의 축 가운데에 있어서 어느쪽에도 영향을 받지 못했던거야.


한마디로 말해서 이민과 저 단검, 그리고 마왕까지 영향을 받지않았던거지. 하지만 마왕은 이민이 처치한 바람에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남은건 이민밖에 없었던거고, 무기도 저것밖에 찰수없게 된거래. 물론 신의 말을 그대로 읊은거라 자세하게는 나도 몰라. (웃음)


- 뭔소린지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변태용사가 저렇게된건 마왕을 무찌르고 나서부터라는 얘기인거야?


- 그렇다고 볼수있겠지? 하물며 저 단검은 원래 강한 상대일수록, 즉 『상대방과의 래버력의 격차가 클수록』 주어지는 힘도 같이 커지거든. 아마 이민이 마왕을 단칼에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가 격차가 높았기 때문에 단번에 끝낸걸거야. 반대로,



“『상대방과 격차가 얼마 안날수록』 주어지는 힘도 그만큼 적어지지. 따라서 자신과 비스무리한 몬스터는 암만 공격해도 아주 미약한 데미지밖에 못준다고 봐야겠지.”



그걸 왜 이제서야 말하는건데! 다시말해서 래버력이 높은 몬스터일수록 더 잘잡힌단 얘기잖아, 그거! 이럴줄 알았으면 계속 같은 몬스터에게 집착할 이유조차 없었잖아. 다른 몬스터 살피러 다닐시간을 전부 날려먹었다는, 헛수고했다는 말이잖아! 크으아악!! (멘탈붕괴)



“어이쿠, 여기서들 뭐하시고 계시나? 0짜리 용사님? 풉!”



맞은편에서 어디선가 들어본 허영심 많은 목소리가 우리쪽으로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그때, 나와 사투를 벌이던 조그만한 소마는 어느새 어디론가 도망가고 보이지 않았다. 내 예상이 맞겠지만, 아마 그녀석이 여기까지 찾아온듯 싶었다. 검을 들고서라도 내가 가장 바꿔놓고 싶어하는 그녀석이.



- 어디어디, 뭔가 엄청 대단한 결투를 벌이시고 있는 것 같은데? 고작 래버력 5이하인 넌저리 몬스터랑 같이 말이야ㅋㅋㅋ 【LV.25/용사】


- 너희들은 왜 와가지고 횡포야! 할말 없으면 당장 가! 촌티나는 아저씨 같은게!


- ㅁ뭐?! 촌티나는 아저씨? (빠직) 이 마왕을 없앤 이 린비님께 감히 그딴···!


- 우리는 너네 보려고 온게 아니걸랑? 용사님께서 너희들을 친히 응하셔서 수준에 맞춰주시려고 숲속에 소마의 체액을 얻으러 온 것 뿐이니까. 그쵸오, 용사님? 꺄아악~♥


- 하하, 물론이지! 마녀의 말대로, 우리는 너네같은 초짜들에게 실력차이를 확실히 해두기위해 직접 숲속에서 수렵하려고 온 것이지. 다음 마을에 여행하기전에 말이지. 에헴! 영광스럽게 여기라고!


- ···!


- 그런데 보아하니 용사 네놈은 아직도 몬스터 한마리도 제대로 못잡은 것 같은데ㅋㅋㅋ 이래서야 시합이 되겠냐? 어이, 왜그리 애써? 갓난아기조차 지는 약해빠진 가.짜.용사님이? 그냥 잘못했다고 빌지그래, 하하하하—!!!


- 용사 네말이 참말이다ㅋㅋㅋㅋ


- “어이 이민, 진정해. 녀석들의 도발에 넘어가지마.”


- 이런이런, 그냥 내일 잡으러 다녀도 상관없겠는걸? 아예 승부조차 되질 않은 네녀석을 보니말이다. 그럼 편히 쉴동안 열심히들 잡으세요. 아! 그렇다고 옆에 동료들이 도와주면 반칙인건 잘알지ㅋ 오늘은 그럼 이만.



그렇게 우리에게 조롱과 야유를 전부 쏟아붓고 유유히 자리에서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조차 왠지 모를 분노가 차올랐다. 하지만 더더욱 이 내기에서 피하면 안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나중에 저들에게 이보다 심한 망언과 자신들의 잘못된 사상에서 헤어나오질 못할테니까. 내가 이대로 멈춰서 그들을 멸시할바에 우선은 저들이 타당하다 생각한 것에서 상황을 뒤집어 버리면 승산은 있어. 그러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야해! 반드시 해내고야 만다!



***********************************



[그리고 하루가 흘러··· 승부 결정날, 하루 전]



- ”어이, 이민. 또 잡으러 가려고 그러냐? 그냥 네가 진 말도안되는 내기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어제 열심히 잡았잖아. (고작 2마리밖에 못 잡기는 했지만)”


- 뭔소리야, 혜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건 싫어. 그리고 한번 한다고 했으면 끝까지 지켜야지.


- “그건 네가 리내를 말리지도 못하고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멋대로 정해버린거 아니였냐? 그러면서 너무 멋있는 척 하는거 아니야? ㅋ”


- (뜨끔) 어...어쨌든! 난 숲에 갔다올테니까 상점 구경한다고 간 리내하고 제나가 올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 “어이, 난 네 주위에만 붙어있는 수호령이라고! 내말 듣고있냐? 야! 정말 고집불통이네.”



난 혜움의 잔소리를 들은채 만채, 얼른 소마를 잡으러 어느때와 같이 숲속으로 들어가 수렵을 시작해본다. 물론 혜움 때문에 몬스터가 안올까봐 멀리 있으라고 말해놓았지만, 자기는 수호령인 동시에 자신의 존재는 특별 뭐시기한, 어쨌든 유령이니 눈에 안보인다는 것만 알아들을 수 있었고, 실제로도 몬스터를 처치하는데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 처음엔 별로 안모이더니 그새 혜움이 전혀 위협적이게 못느꼈는지 쉽게 대전을 펼칠 수 있었다. 물론 급작스럽게 혜움이 조용해진덕에 더욱 집중해서 소마의 체액을 차근차근 얻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몇시간이 흐르고, 한편 그린비 일행은····]



“아이씨, 정말! 왜이리 눈에 안띄는거야!!! (빠직)”



한편, 어디선가 들려오는 화가 잔뜩섞인 목소리가 숲의 정적을 어지럽힌다. 어째선지 그 목소리는 조용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듣기싫은 고함으로 바뀌어간다. 근데 어째서인지 그린비 혼자서 숲속을 배회하고 다니는 듯 하다. 파티원들은 어디 놔두고 이렇게 난리를 치는걸까?



“제길, 옛날만 해도 이 주변에서 소마를 실컷 잡을 수 있었다고!! 근데 고작 10마리 남짓한 소마만 간신히 찾아내서는···! 그리고 몇마리는 체액이 안나오고 끝나다니!!! 대체 왜—!!!”



아마도 소마의 특성을 전혀 이해못하고 내기를 제안한 듯 하다. 옛날의 초보자 시절에는 소마가 많이 출연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전보다 한껏 성장한 상태에서는 옛날처럼 자주 튀쳐나오지는 못할것이다. 약하다는 이유로 엄청 얕보다가 소마의 경계태세로 감쪽같이 숨어버리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듯.



“걔네들 흉보고나서 한껏 기분 좋아져서는 파티원들을 냅두고 혼자서 잡으러 가겠다고 큰소리 떵떵쳐선. 폼안나게 다시 돌아가서 같이 잡아달라 할수도없고! 아우씨-!! 확실히 잡는 방법이— (!)”



그러자 그린비의 눈은 뭔가라도 생각해 냈는지 입꼬리가 약간 올라간 상태로 음흉한 음모라도 꾸미는 마냥, 갑자기 발을 마을쪽으로 향하더니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가 동시에 혼자 궁시렁 궁시렁 말을 내뱉는다.



“그래. 내가 내기에서 소마의 체액만 많이 모아오는게 조건이었지? 그럼 무조건 소마를 잡아서 얻을수있는것도 아니잖아? 주변 상점에도 소마의 체액을 판매하고 있다고 기억하고 있으니, 그냥사면 그만이라고! 저번에 사람들에게 기부받은 돈 몇푼이면 충분히 성립되지! 이 마을이 처음인 그녀석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겠지. 키야~! 난 역시 멋뜨러지게 똑똑하다니—“



“그러니까 용사가 이 주변에 있다는 말이지? 아직도 잡고있는게 정말인거지?”

“응, 아마 지금도 밤새서라도 잡고 있을걸? 왜, 걱정돼?”

“으응?? 아···아니라니까//!! 당연히 동료니까  어딨는지 정도는 궁금한게 당연하잖아!”

“후후훗, 알겠어. 분명 여기에 말많은 유령씨의 기운이 느껴지니까, 틀림없이 근처에 있어.”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의 말소리와 더불어 발걸음 소리가 그린비가 있는쪽을 향해 들렸다. 본인도 모르게 큰 잘못이라도 한듯이 얼른 수풀속으로 들어가더니, 들려오는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수풀 뒤쪽에 지나가던 몬스터들은 그의 갑작스런 난입에 놀라 순식간에 뿔뿔이 흩어졌다. 그 몬스터 무리중에는 소마도 같이 끼어져 있었지만, 정작 용사는 그들의 말귀에 집중하며 몸을 틀어 꽁무니를 뒤좇을뿐이었다.



“(근데 뭐라고 하는거지? 바람이 주변에 불어대서 제대로 안들려. 혹시 방금한 얘기, 들은건 아니겠지? 그럼, 안되는데;)”

[다음 대화는 푸른색 글씨만 린비에게 들림]



- 근데 용사말이야, 원래 그렇게 뚝심있는 아이였어? 의외라서 말이야.


- 어어····?!


- 왜 놀라고 그래, 너는 나보다 오래 같이있었던 소꿉친구니까 알고있을 것 같아서. 음~ 그정도는 아니려나? (웃음)


- 몰라!! 그딴거····. 하지만 변태용사가 그런 애란걸 처음 알았어, 아니면 전에도 그래왔지만 아무에게도 안보여준걸지도.



“(응? 아무에게도 안보여준거?? 대체 뭘 말하고들 있는거지?)”



- 으음, 이민이 원래 속에 있는걸 제대로 표현안하기는 하지. 그래서 더 놀려주는 재미가 솔솔해. 그렇게보면 진심을 서로 안보여주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네. 그치, 리내? (웃음)


- 아, 아니야! 그저 용사가 바보같이 구니까.


- 이민이 그런 아이인걸 누구보다 잘알텐데. 혹시 용사가 주제 그리 약해빠져서 바보같고 싫었던거야?


- ····.


- 네가 원하는건 용사가 실제로는 마왕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했는데도, 어쩌다보니 어느 누구보다도 그렇게 돼버리니 꼴도 보기싫다는 뜻인거네.


- ····그런거 아니야.


- 고작 약한 몬스터도 제대로 상대도 안되는걸 보니까, 구차적인 이유를 대도 받아들이기 싫었던 거겠지. 그래서 방에 틀어박혀 안나오려 했던것도····.



“용사는 강하다고!”



그러자 리내의 거센 소리에 숲에 머무르고 있던 주위의 새들이 동시에 날아올랐다. 듣고있던 제나도 숨어 엿듣던 린비도 그에 반응하듯 약간씩 몸을 들썩거렸다. 그리고 리내는 고개가 약간 아래로 기울인채 머리카락은 바람에 저항하듯 흩날리며 자신이 여태까지 묵혀왔던 마음속 외침을 곁에 머물던 바람결을 타고 자연스레 입밖으로 흘러나온다.



- 난 단한번도 그 변태가 약하다고 생각한적은 없어. 어릴때부터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사람들이 내게 뭐라고하든 내가 실수를 해도 그 변태는 실실 웃으며 미소로 반겨주었지.


그렇다고 늘 그렇지만도 않아. 걔도 나처럼 실수하고 낙담하고 울어도 그래도, 나중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소처럼 나와 함께 있어줬지. 용사는 거기서 멈처서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꾹꾹 누르며 계속 노력했던 거라고. 맞아, 처음에 변태가 0이라고 했을때는, 순간 놀랐어. 하지만 이민은 그런 내 모습과 상황속에서 관계없이 언제나 그렇듯 다시 일어나서 부딪혔어.


순간 잊었던거야. 이민은 그런거에 멈춰서지 않는다고 말이야. 그래서 그때, 그걸 잊고 순간 의심부터 했던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서 그랬던 것뿐이라고. 그러니까 그딴 말 함부로 내뱉지말란 말이야! (버럭)


- 이제야 숨겼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수있게됐네. 어때, 후련해?


- (!) 지금 무슨 말을···!


- 글쎄, 내 장난에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인 모양인데. 어쨌든 이걸로 확실 해졌네. 리내 너는 이민을 누구보다도···.



“XX하다고 말이야.”

“그— 그런거 절대 아니야아아아///—!”

“어, 저기 용사 보인다. 후후, 이민—! 지금 리내가 너한테—“

“안돼! 하지마—!”



“(방금, 뭔가 엄청 진지한 내용 같았는데, 젠장! 망할 놈의 바람때문에 한개도 못들었잖아. 뭔 얘긴지도 모르겠으니 그냥 사러 돌아가야겠...)”





그때, 그린비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채 마을로 가려고 두 인물이 사라진 숲 모퉁이에 수풀에서 빠져나오려던 차, 발 앞부분에서 무언가 물체를 건드린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린비는 그 물체를 들어올리고 한참을 살피기 시작하더니, 금새 찌푸리던 얼굴에서 왠지 모를 기분나쁜 미소가 그의 얼굴에 걸려있었다.그러더니 황급히 그자리를 후다닥 떠난다. 



대체 그는 무엇을 본 것이었을까?


그것을 뒤로 한채, 마침내











승부 결정날이 다가왔다.



*********************************



- “어이, 이민. 소마의 체액은 많이 잡은거 맞지? 이길 수 있겠어?”


- 솔직히 자신이 없어. 밤새 세워갔고 잡아서 얻은게 겨우 40개 내외야.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잡았으니 후회는 없어.


- 그렇지만 안심하긴 일러. 상대가 우리보다 특히 상대가 너보단 강하다는건 어쩔수없는건 사실이니까 말이야. 변태용사.


- 그건 리내 말이 맞아. 아직 상대가 얼마나 갖고왔을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혹시라도 지면 나라도 네 곁에 남아서 전에 했던 것처럼 열심히 위로해줄게~♥


- (이민을 노려보며) 용사···? 혹시 나 없을때 둘이 뭔짓했어?


- 진지한 상황에 그런 식겁한 농담하지마! 제나;;


- 알겠어, 네가 긴장한걸 약간이라도 풀어주려고 약간 장난한거야. 아, 저기 마을광장이 보이네. 어서 가자고, 후훗.



그리고 마침내 마을광장에 도착할수있었고 광장 주변을 붐비는 군중사이를 간신히 지나 약속 장소인 마을광장 중앙으로 가보니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걸 보면 아직 안 온 모양인 것 같다. 그래서 중앙에 우두커니 서서 그린비 일행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다보니 긴장이 하염없이 커져간다. 그래도 동료들이 옆에 있어주니 조금이나마 안심이 됐다. 그렇게 시간이 점차 지나가고 마침내 아쪽으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



“아, 아니네.”



긴장을 해서 그런지 헛것이 보였나. 좀만 진정 좀 하자. 근데 왜이리 늦게 오는거지. 먼저 내기를 걸었으면서, 혹시 중도포기 한건가? 아니야. 그렇게 자신만만 했는데 포기할리는 없을테고. 설마 우리에게 거짓말을? 그것도 아니야. 분명 숲에까지 온 걸 봤으니까. 그렇게 혼자 여러 잡 생각을 하며 한참을 서서 기다렸고, 점점 지쳐갈때쯤 밤이 다가오는데도 불구하고 끝내는




그들은 오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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