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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습니다—!”



어느때와 다름없었던 요정 마을에서의 하루하루. 그랬던 하루가, 모두가 북적거리던 방 안으로 일순간 밖을 타고 들어오는 거센 경보음 소리 하나가 고요함을 깨고 한참동안 방 안을 가득 메꾸고 있었다. 그렇게 순간 모두가 그 소리에 놀라 요정의 말을 끝으로 정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방 문 저편에서 위이잉, 위이잉 세차게 울려퍼지는 소리를 비집고 들어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문을 쾅 열리는가 동시에 누군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우리는 정적을 깨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채 문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려 문 근처를 살펴보니 요정 마을 촌장님과 줄곧 곁에서 보좌하는 것으로 보였던 수많은 요정들 중 한명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급하게 말을 이으려는 그 요정을 향해 나는 귀를 기울였다.



- 큰일났습니다—!!! 용사 일행분들께, 긴급히··· 헉헉, 전달드려야 될··· 헉헉, 말씀이···!


- “뭐야,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뭐냐고, 저 시끄러운 대피음 소리 같은건?! 으아, 대체 무슨일이야! (난리법석)” 【LV.15/용사의 수호령】


- 혜움, 조금만 진정해봐. 우선은 저 요정의 얘기를 들어보자고; 【LV.0/용사】


- 이거, 왠지 불안한걸.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건지, 그래도 살짝은 흥분되지만, 후훗. 【LV.43/무녀】


- 제나,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아까 치이가 그랬잖아. 사상자가 나왔을때만 울리는 거라고 말했잖아! 그치, 치이! 【LV.18/마법사】


- 맞아요, 근데··· 근데 그럴리가 없을텐데. 전에 나간족과의 종전 이래로 단한번도 울리지 않았던 경보음이 어째서···.


- 다들 진정해봐; 모두들 놀란건 알지만 요정의 얘기를 마저듣고 나서 신중히 상황을 파악하는게;;


- “설마, 그렇다는건 나간족(=고블린)인가 뭔가가 다시 여기를 침공한거야?! 그렇다면 더 큰일이잖아! 당장 맞서 싸워야 되지, 그렇지?!”


- 어쩌면 용사의 말마따나 그 용사를 없애려고 하다 도망친 음유시인인가 하던 자가 다시금 쳐들어온 걸지도 모르겠네.


- 뭐라고요?! 그러면 우리 마을이 그것들땜에 위험에 빠진다는 말씀인가요?! 치이이—!!! 어째서 그런!!!


- 그렇다면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우리도 요정들을 도와서 같이 싸우—


- 잠만잠만, 전개가 너무 앞서 나가잖아; 아직 무슨 얘기인지도 모르고 섣불리 판단해선 안ㄷ—



“피기이이—!!! 먼저 제 말 좀 들어보세요—!!!”



그러자 요정은 자신을 무시한채 산만해져가는 우리들을 보고 무척이나 당황했는지 아까 치이 못지않은 쩌렁쩌렁한 고음으로 우리들의 정신을 한번에 바짝 차리게 만들었다. 그제서야 자기 말만 하고있던 상황을 단숨에 정리하고 그 요정쪽으로 다시한번 모두가 눈길을 돌렸다. 여기서 바로 뜬금포로 느낀거지만 요정들은 하나같이 목소리들이 높은 편에 속하나 보다, 하고 머릿속에서 스쳐지나 가던 찰나, 태도를 바꾼 우리의 모습을 보고는 약간이나마 진정이 됐는지 요정은 한숨을 살짝 쉬더니, 이윽고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라도 놓은 것인지 ‘핫!’ 하는 의성어와 함께 풀어진 자세를 바로잡고 우리를 뚫어지게 보면서 이제야 못 이은 말을 마저 잇는다.



- 지금 마을에서 예기치 못한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현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대체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생긴거죠? 대체 어떤 사태이길래 밖에서 저런 소리가···!


- 현 요정 마을은 오늘을 기준으로 긴급 방어 태세 상태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그걸 알리는 사이렌이구요. 또한 더불어서는···. 어쨌든 그보다도!



“촌장님께서 즉시 용사일행분들을 모시고 오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서둘러서 촌장실로 가보십시오!”











제 21화. 아무도 ‘그’ 뜻을 알지 못했다











탁탁탁!



주변에서 들여오던 경보음 소리가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 도저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을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우리 일행은 지금 촌장님의 요청으로 즉시 묵고있었던 장소에서 서둘러 빠져나가 안내해주는 요정들을 선두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자세히 듣지 못한채로 그저 정신없이 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실 촌장실을 도착점으로 서둘러서 간다. 분명 어제는 별다른 일들도 일어나지 않고 무사히 몇날몇일을 묵고 몸도 어느정도는 나아지고 있었고, 솔직히 이제는 더이상 오래 묵지않아도 될 시기가 됐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촌장님께 여러 문의 좀 들이려 했지만 현재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예상했던 전개의 순간은 온데간데없고 위험성만 가속되어만 간다. 순간 닥쳐온 이 분위기 속에서 어느새 눈을 떠보니 경보음은 어느샌가 끊기고, 촌장실 문 앞에 다다르게 되었고 우리는 문 손잡이를 잡고 열어 안으로 몰아닥쳤다. 난 이때만큼은 이렇게 생각했다.



아무일도 없기를, 하고 말이다.



(···)



“···용사님 일행 분들께서 긴히 찾아오셨군요. 잘왔습니다. 그렇지만 그보다도 먼저 해야 될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그러더니 촌장님은 우리를 늙으신 손으로 가볍게 손짓하여 가까이 불러 모으시더니 이윽고 우리들이 촌장님이 앉아 계신 곳 까지 다가와 서있는걸 말없이 확인하시고는 가지런히 손을 모아 턱을 괸 뒤에야 우리에게 찬찬히 입을 열어 말씀을 내뱉으셨다. 난 촌장님의 행동에 덩달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지, 도대체.



- 먼저 말씀을 전하기에 앞서 은혜를 입었기에 무례를 범하는 행위이기도 하고, 또 직접 우리마을에 모셔와 그동안 지켜봐왔기에 의심의 여지는 없으나, 형식상 하나 여쭤보기로 하겠습니다. 괜찮을까요?


- 아··· 예. 물어보셔도 괜찮습니다. (대체 어떤 말씀을 꺼내시려는—)


- 그렇다면 용사님께서, 아니 일행분들 모든 분들 중 한 분이라도 우리 ‘요정마을’, 혹시나 인근이라도 발을 디딘 적이 없다고 당장 이 자리에서 맹세하실 수 있나요?


- 네···· 네?



갑자기 촌장님은 우리들에게 느닷없이 이 마을에 온 적이 없냐는 뜬금포 질문에, 예상치 못했던 나는 조금은 얼빠진 표정으로 들어갔던 긴장이 살짝은 엇풀려 촌장님께서 하신 질문을 다시금 곱씹는다. 그러니까 처음 방문한 우리들에게, 예전에 단한번이라도 방문한 기록이 있는지 물어보시는 건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당연히 온 적은 없으니 이쪽에서 찔리는건 없지만, 굳이 맹세까지 하라고 강요하면서까지 이런 질문을 하시는 의도가 뭐지? 혹시 방금 울려퍼졌던 경보음에 우리가 포함시킬만한 구석이 하나라도 있었단 건가. 흐음, 우선은 대답은 하고 자세하게 들어보도록 하자. 어찌됐든 간에 질문의 답은 확실하니까. 



“(애초에 떨어져서 처음 접한지 얼마 안된 이 신세계에서 무엇이 찔리겠는가)”



- 네. 사족을 덧붙여서, 애초에 이곳이 요정이 살고있었는지도 여기와서 처음 알았으니까요. 그러니 맹세합니다.


- 물론 그러실거라 믿고 있었습니다. 다행이군요. 직접 들으니 안심이 되는군요.


- 그럼 이제 말씀해주시겠어요, 촌장님. 방금 이 마을에서 무슨일이 생겼던 건지.


- “나도 궁금해 죽겠다구. 뭐땜에 이리들 소란이야. 여기저기서 난리치니까 정신 사납잖아.”


- (아까 전에 네가 훨씬 난리버거지였거든;)


- 예, 그러면 지금부터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그러면 먼저 저쪽 창가를 바라봐 주시겠어요.



타닥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앉아계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동시에 등에 달리신 날개를 가볍게 움직이시곤 바로 창가쪽으로 가까이 다가가신다. 우린 날아가신 그쪽으로 옮겨 우리도 창가에 몸을 비춰본다. 그러자 언제 쳐져있었는지도 몰랐던 커튼을 양쪽으로 걷어 들추시더니 들어오는 눈부신 햇빛에 맞서 촌장님은 손을 들어 손가락을 치켜세워 창문 바깥 저편 어딘가를 콕 가르키더니 그에 우리들은 그 손가락 끝에 가르킨 곳을 찾기에 이르렀는데···. 어라? 그러고보니 저 멀리에서 무슨 거무틱틱한 연기가 하늘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러고 난 이상해보여 옆에서 툭 착지하시는 촌장님을 바라보며 입을 때어 질문을 하였다.



- 촌장님, 저것은 대체···.


- 제가 이제부터 꺼내들일 말씀이 바로 저것이지요.


- 네? 저거라뇨? 저 연기에 무슨 의미가···?


- 사실은 용사 일행분들께서 크나큰 전투 끝에 총상을 입으시고 저희 마을에 한동안 묵기로 하셨을때, 후에 저희들은 용사님과 그 인간족이 대전하셨던 장소에 수색대를 파견했었습니다. 줄곧 그 인간족을 수색하려고는 했지만, 목격소식들이 워낙 허황지설이어서 정확한 위치 정보는 찾기 힘들었죠. 또한 만나려고 해도 금새 피하기도 하였다고, 이전에 말씀드렸죠?


- 예, 그랬습니다···. (실제로 끝에서 속도가 어마무시 했으니까)


- 그래서 마침내 용사님 덕분에 목격지를 파악하여, 서둘러 수색대를 꾸려 현장에 보냈습니다. 요 며칠간 건진건 없었는데····. 하필이면····! 하필··· 으윽!


- ?!



그러시더니 촌장님은 순간 상당히 괴로운 표정을 지으시고는 몸을 비틀거리며 가누시지 못하셨다. 그래서 서둘러 옆에 지키던 요정들과 또한 지켜보던 우리들도 촌장님의 몸을 부축하여 겨우 좌석에 앉게 하였다. 그러더니 안색이 아까보다 어둑해지더니 간신히 입을 때어 우리에게 충격적인 소식, 하나를 전해주셨다.



“·····저희 수색대가, 그 근처 땅이 유난히 고르지 않은데가 있다고 하여, 땅을 고르고 있던 도중”


“발견하지 말았어야 할, 아니 그런 일이 아예 없었어야 할 상황이, 으윽. 발견한 그것들이—!“
















“하필 가엾은 요정들의 시신들이라니···· 수십군데에서···· 그런 끔찍한 참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수가··· 으흑····!”



그 말을 제대로 마치시지 못하시고 그만 촌장님은 참으시고 계셨던 울분들이 터져 하염없이 토해내신다. 아까 전에 점잖았던 모습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고, 꿋꿋이 말씀하시면서 숨겨왔던 약한 내면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신다. 촌장님의 그런 행동에 한순간 당황하여 잊고있던 찰나, 진정을 시키려고 발을 동동 구를때 천천히 방금 하신 말씀이 떠오르게 됐다. 잠만, 요정들의···· 시체? 그게 대체 무슨··· 어라, 잠시만



“(요정들의 시체라고?!?!)”



- 이거 보통 이야기거리가 아닌 것 같네.


- 자, 잠시만요!! 요정들의 시체라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시체가 발견됐다뇨?! 그 장소에서 시체가 있었다고요?! 어떻게 그런 일이—


- 잠만, 리내야. 진정해! 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요정들의···· 시신이라니.


- 하아···. 저도 그 소식을 전해듣고, 처음엔 빈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도 소름돋았는데, 설마 정말로 데려온 것이 시신이었다니···· 그것도 수십군데에서 발견되었답니다.


- 수십군데··· 그럼 대체 몇명이···.


- 아직은 제대로 된 사상자 수는 알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더 있을까봐 수색대를 한번 더 보내놓기는 했는데, 수색대 일원 중 몇명이 그 광경을 보고 겁을 먹어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하아····. 어째서 우리 마을에 그런 대참사가.


- 그럼 저기 피어오르는 연기가···.


- 네, 추모식 입니다. 우리 요정들은 사고와 재난으로 생을 떠난 가엾은 요정들의 신체를 화장시키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렇게 떠난 요정들이 하늘이나, 아님 땅에 깃들 수 있게 하는 바램이죠. 그런데 이보다 더 중대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 “중대 사실?”



그렇게 말한 촌장님은 분위기를 다시금 원상복귀하여 이전과 같은 중후함이 풀풀 느껴지는 요정 마을 촌장님의 이야기를 마저 듣기로 했다.



- 저희는 즉시 발견한 시체들을 옮겨 부검을 실시했습니다. 그렇게 부검을 실시한 결과, 시신의 사망 사유는 누군가 가한 심한 타박상, 그것도 온몸에 있었고, 특히 온 시신들에 하나같이 검게 그흘려져 있었습니다. 그러고 그들 중 2명이 갑자기 전장에서 모습을 감춰버렸던 ‘수피아 특전병’ 의 일원이란걸 확인되었습니다.


- 수피아 특전병이라면, 분명 나간족과 싸웠다던 요정들을 말하는거죠?


- 그렇습니다. 나간족들과 마지막 전장에서 용맹히 싸웠던 그 전투요원들의 시신이었습니다. 그렇게 나간족과 싸워 승리를 거둔 그들이 어째서 그 장소에 묻혀있었을지, 짐작가는 부분이 없나요?


- 딱히··· 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거죠.


- 정말로 용사님은 모르시는 겁니까. 그와 싸우셨던 용사님께서 모르실리가 없지 않습니까. 겸손할 필요 없습니다. 확실하게 말해도 괜찮습니다.



“그 인간족이 그런게 틀림이, 만약 아니더라도 분명 그와 연관된게 틀림없습니다.”



그러시더니 촌장님은 내 얼굴을 뜷어지게 확신이 찬 눈으로, 아니 이미 그렇게 믿고있었다는 결단의 눈빛으로 쳐다보시고 계셨다. 그렇게 약간의 정적의 틈속에서 머릿속 생각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용사인 나와, 음유시인이라는 그 사람하고 싸웠던 장소에서 느닷없이 요정의 시신이 나오고, 또한 거기서 유유히 무언가를 부르고 있던 그에게로, 의혹의 이정표가 그를 향해 돌린 거겠지. 맞다. 촌장님이 시신이 나왔다고 언급하셨던 그때 시점부터 난 이미 그를 생각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냥 시신도 아닌 상처입은 시신. 누군가 그 요정들을 죽음으로 몰아갔기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거다. 그 음유시인이라면, 무기로 충분히 다루는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 제 말이 맞지요, 용사님. 용사님께서 만나신 그 인간족이라면 충분히 그런 짓을 벌이고도 남는단걸요.


- ····.


- 그래서 우리 요정들의 긴 회의 끝에 결국 그 인간족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몰아내는걸로, 거의 그쪽으로 기세가 기울어 솔직히 따지면 전부 그를 타도하는걸로 찬성이 이미 난 상태이기에, 지금이라도 그를 무찌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 그렇다면 우릴 부른 이유는····.


- 예, 그건 다름이 아닌 용사분들께 부디 이번 한번만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특히 용사 이민님. 용사님께서 직접 그를 찾는 방법을 홀로 개척하시어, 그렇게 만난 인간족을 우릴 위해 타도하고 계셨단 것을 그쪽을 통해 미리 들었습니다.


- 네? 제가 스스로 찾아내서 만났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던가요?


- 아, 그건 용사님과 직접 얘기한게 아닌, 거기 계시는 용사님의 수호령 님 이라는 분께서 알려주셨습니다. 그때가 아마 이민님께서 몸져누워 자고 계실때 였을겁니다.


- (째릿)


- “아니, 왜; 그정도는 알려줄수 있잖아. 솔직히 너의 활약이 훨씬 컸고, 그래서 난 네가 다른 소수 안티 요정들에게 푸대접 받는게 싫어서 너에 대한 어필을 좀 했어. 그게 뭐 어쨌다고.”


- (혜움에게 머리를 가까이 다가가 소근대며) 내가 분명히 그 얘기하지 말랬잖아. 아직 그 사람에 대한 확실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움직이면 안된다고. 무엇보다 요정들을 이끌고 단체로 가면 이쪽에서 부담감은 배로 되니까 말하지 말라 그래잖아. 나도 우연히 발견하거라 지금은 제대로 할수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 “끙; 미안.”


- 자, 그럼. 용사님과 그 일행분들이시어. 저희와 함께 협조하시겠습니까. 여러분들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말은 저렇게 할지라도, 상대방의 그런 기대감과 부담감이 한대 아울러져, 결국에는 난 촌장님의 요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나를 해치우려 들던 그 시인의 낯짝을 보고싶지만은 않았다. 그런대도 계속해서 한편으로 용서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날 진심으로 죽이려 했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순식간에 그럴거라고. 그런대도 어째선지 마음이 불편했다. 왜 그러는거지. 촌장님께 분명 그에대해 아는게 없다고 말하면서 상황을 지켜보자 식으로 말해왔다. 하지만 지금도 요청하자마자 이 문장 하나를 내뱉으려 했다. 대체 왜 그런걸까, 난. 난 그와 만나는걸 그리도 꺼려하는거지. 뭔가 캥기는 구석이 있는걸까. 그가 내게 이유도 없이 싸움을 건 이후로, 머릿속은 온통 그가 날 공격한 이유와 그 등등으로 가득차다 일순간에 빠졌다. 뭣 하나 이해되지 않는게 산더미. 그나마 드는건 확실하게 마음먹지 못해서 그런거라는 생각뿐으로, 마무리를 지어본다. 그렇게 난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용사 일행분들께, 이걸 하나씩 주도록 하겠습니다. (척)”



촌장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나씩 작은 상자같이 생긴 소품 같은걸 한명씩 건네주셨다. 그러고는 촌장님께서 용도를 설명해주셨다. 이거는 요정들이 쓰는 도구로서 도저히 목소리를 낼 수가 없는 긴급상황이나 꽁꽁 붙잡힌 상태일때 멀리있는 수많은 동료들에게 전파를 울리게 해 몰래 신호를 주는 장치라고 해명하셨다. 가운데 튀어나온 부분, 버튼을 누르면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평소에는 소리를 내서 신호를 보내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기껏 잡으려는데 괜히 소리를 내다 도망가면 안되기에 이걸로 즉시 전파를 보내달라는 모양이었다. 그 음유시인이 하두 요정들이 어딨는지, 숨어있는지도 단번에 간파하고 또 그걸보고 도망친다고 하니까.



“지금 그 숲에 요정이 한명도 없을겁니다. 그 대전 이후로, 그 인간족을 향한 두려움때문에 모두가 나가있는 상태이지요. 그리고 우리도 마을에서 대기할 예정입니다. 단체로 가까이가다 들킬 우려도 있으니까요. 시간은 내일 아침에 실행하도록 하죠.”



“그러면 그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용사님. 그럼 저희는 무사히 다녀오시길 빌겠습니다.”



타각



“후우···.”


난 문을 열고 촌장실에서 빠져나가 복도를 걸었다. 다음날 아침, 난 그를 만나러 가야한다. 나는 걸어가며 전에 생각들이 겹쳐가며 머릿속이 가득차게 된다. 또 갑자기 벌어진 기이한 사태. 그걸 해결하기위해 순순히 승낙하고 터벅거리며 내일을 기다리는 나. 그럼에도 무언가가에 안절부절못하고 머리속 어딘가에 응어리가 남긴채 무겁게 걷는 현 상황이 전부 뒤섞여 가지고 내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든다. 진짜로 해야만 하는것인가.



- 너희들. 촌장님하고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온 거야, 치이?


- 아, 그건 말이지. 그게···. (그런데 이런 말을 얘한테 하는게 좋나? 썩 좋지않은 얘긴데, 그러고보면 치이 언니가 특전병 일원이기도 했고, 뭐라고 둘러대지;)


- 그럼, 같이 따라가 볼래, 치이짱? 우린 지금 그 인간족이란 분을 직접 만나뵈러 가야하거든. 어때, 생각있어?


- 치이이이이?! 그, 그 인간을, 직접요?!


-  제나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 뭐, 어때. 그냥 만나서 실행만 하면 그들이 알아서 처리한다잖아. 안그래? 왜, 그 음유시인하고 뭔가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던거에요, 용사님? (웃음)


- 그, 그건 그냥 어쩔수없이 대화를 할수밖에;;


- 싸우는것도 아닌데, 뭐. 같이 가자, 후훗.



치이는 들어오지 못하게 해서, 촌장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터라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다 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제멋대로 요정을 끌어들이는 제나를 막으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요정은 거절 할 마음이 없었는지 그 말을 들은 치이란 요정은 즉각 긍정의 멘트로 요란스럽게 반응하였다. 그래서 말릴 틈도 없이 파티원이 새로 추가되었다. 이거 괜찮은건가. 인간이 싫다고 했던 요정인데, 더군다나 요정은 아직 그 인간이 나간족과 연루되어 있는지도 모르는데. 물론 확실한 건 그때가서 알 수 있겠지만. 결국 내일이란 말이지.



•••

그렇게 다음날 아침이 밝아왔다.


어쩌다 무슨 벌들이 멀리있는 아군 벌들에게 신호를 보내어 끌어모으는 것 처럼 적에게 잠입해 틈을 본 후에 몰래 신호를 보내어 요정들을 불러모아 그를 포위시켜 내쫓는다는 목적하에 나와 우리 일행, 그리고 요정 치이를 ‘몰래’ 데리고 숲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몰래는 당연한 말이지만, 이걸 부탁 받은건 오직 우리 일행한테만 개시된 일이었다. 이번 요청은 우리말고 알게모르게 진행해야만 한 일이었다. 왜냐면 아직 모든 요정들이 이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요정이 죽어서 추모식을 치르고, 거기다 급작스럽게 마을은 급 폐쇄 조치를 취한다. 여기까지만 알고있다. 


요정의 시신이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된거지는 모르고 어떤 자연재해로 사상자가 나온걸로 인지하고 있고, 또 긴급 경보음으로 마을 폐쇄를 전해들은 요정들에겐 정확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은 상태라 말했다. 만약 마을에 사는 요정들이 인간족에 의해서(아직은 정확하지 않지만 그렇게 믿고있다) 요정들이 죽어서 돌아온걸 눈치채면 큰 난리가 생길 것을 우려하여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정확히 알고있는건 우리, 촌장님외 주요 일원뿐. 심지어 쫓는 특전대도 정확한 사유도 모른다. 그런 것도 있어서 치이를 데려오는 건 안된다고 말했던 것도 있는데, 제나가 멋대로 숨겨서 데려와 버렸다. 치이가 들으면 안되는 말도 있을텐데, 그건 자기가 알아서 처신할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제나의 태연한 한마디. 진짜 제나는···.



- 응? 왜 용사, 내게 할말이라도 있어?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서. (웃음)


- 아, 아니야; 그보다 어서 그를 찾아야 돼. 그렇기에 이번에도 흩어져서 찾아봐야겠어. 그래야 약간은 알겠지.


- 에? 잠만 변태용사. 너 그 인간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고있대며? 어제 촌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지 않았어?


- 리내야, 그건 말이지. 나도 우연히 발견해서 찾게된거라서···. 지금 될지는 나도 모르겠어. 하아, 하필 누가 말해가지고— (째릿)


- “(뜨끔) 그럴수도 있지, 뭐. 이런 일이 생길지 누군 알았나?”


- 그럼 어떡해? 찾다가 전처럼 싸워서 피해 입으면 큰일이잖아.


- 이번에는 괜찮을거야, 리내. 우린 그저 그를 찾으면 즉시 신호를 보내서 특전대를 부르면 되니까, 그러니 안심해도—


- 그래도 모르잖아. 처음 만났을때 널 몰라서 그랬던건지. 지금은 널 죽이려고도 했으니까, 다짜고짜 총을 쏠지도 모른다고! 또 혼자 갔다간 위험해질게 뻔하잖아!


- 그렇긴 하겠지, 혼자는 위험하니까. 특히 그런일도 있었으니···.


- “야, 나는 왜 빼냐. 급 유령 취급이냐고!” [유령 맞음]


- 그럼 이런건 어때? 치이를 너하고 같이 다니게 하는거지. 그럼 안전할지도?


- 치이이?! 저는 갑자기 왜??? (당황)


- 잠만잠만;; 치이는 왜 끌어드려? 간단한 일처럼 보여도 꽤나 위험한 일이라고. 자칫하다 요정까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고!


- 그래서 데려온건데? 방패로 삼으려고. (웃음)


- 치이이이이?!?!?! 방, 방패요?! 저, 저를요?! (완전당황)


- 말이 갑자기 왜 그렇게 흘러가는데?! 요정을 방패로 삼겠다니?! 그 무슨—


- ㅇ? 네가 그러지 않았어? 그 시인이라는 사람말이야. 요정을 애타게 불러댔다면서. 그렇다는건 요정을 좋아한다는 거니까, 요정을 직접 데려가면 문제없는 거 아니야?


- 그런 거 같다고는 했지만. 진짜 그런지는···· 어?



그러고보니 그 사람, 요정을 좋아한다는 그런 비슷한 말을 계속 언급했었어. 잠시 잊고있었다. 그럼 진짜로 좋아한다면 이런 짓을 벌이지는 않을거야. 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요정을 공격하지는 않겠지. 그러면 내가 자꾸 신경쓰였던 것도 설마 그 말 때문이었나. 그렇다면 굳이 물어봤자 절대 그러지 않는다고 말할지도 몰라. 생각해봐. 그가 나하고 총을 쏘면서도 뭐라고 했었는데. 소중한걸 빼앗으려 했다··· 뭐 그런 비슷한 얘기를. 그래도 그 사람, 잘 대화하다가 갑자기 말도없이 총을 쐈잖아. 끝내는 뭘 잘못했는지 제대로 된 말도 해주지 않았고. 그렇게 보면 무조건 안 쏜다는 보장이···. 흐음···.



“(우선은 찾아보고 생각하자)”



우리는 각각 나눠서 찾아보는걸 포기하고 시간은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다같이 모여 그를 찾이보기로 하였다. 작은 숲이지만, 길은 들쭉날쭉 알 수 없으니까 우선은 아침에 받은 이 목격지가 표시된 간이 지도로 움직이기로 했다. 그래도 숲은 어지러우니 중간마다 주변을 확인하려 해도 헷갈리니까 오래걸리니까. 요정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그와 대전한 이후로, 여기에는 요정들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고, 요정들은 전부 마을에 있다고 했으니까. (그러고 마을은 긴급 방어 상태···) 그냥 범인이 거기 있었서 발견만 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사람 말고. 원인만 없애면 마을도 평화를 찾을지도, 하고 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거의 다다른 느낌이었다. 주변에 땅이 파헤쳐 있는 것을 보면 그럴지도—



우우우웅—!!!



그러고 있다 찬 단검에서 세차게 울리는 진동소리. 뭐야, 벌써? 그러고 생각하고 난 검의 손잡이를 잡아 진동을 느끼니, 이건 거의 가까이 있다는 신호. 그럼 그 사람이 여깄다는 소리? 전에도 그랬지만 이걸로 그를 찾았다. 하지만 이건 마물이 나타났을때만 나는 진동소리로 알고있다. 그렇담 그도 그와 같은— 몰라, 지금은 우선 가까이 있을지도 모르는 그에게 어서 다가가는게—



우우웅—!


우우웅


우웅····




근데 그때. 거의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했을 틈에 갑자기 소리가 빠르게 끊겼다. 무슨? 아, 그를 만났을때도 이런 순서였어. 그럼 여기 가까이 있을지도 몰라, 하고 나는 두 귀를 쫑긋 세워 주변에 귀기울였다. 하지만 그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난 동료들에게 먼저 이 주변을 흩어져서 찾아보기로 권했다. 그리고 만약에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면 그때 우리에게 빠르게 알려주라고 말했다. 어차피 이 주변 가까이에 있을테니 문제 없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주변 인근을 샅샅이 찾아본다. 풀로 가려진 곳곳을 하나하나씩, 들춰가면서 걸음을 재촉해간다. 있을거야, 있을거야 하면서. 발걸음을 구르며 하나하나씩 천천히 둘러보면 분명히.



“변태용사! 아무리 찾아봐도 아무도 없잖아!



결국 우리는 시간이 한참이 지나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곳에도 그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대체 뭐가 잘못된거지. 분명 이런식으로 그를 만난건 분명한데,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지? 하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빠진다. 한참에 고민에 빠져있었고 좀처럼 방안이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난 곧이어 들려오는 누가 말했는지는 그때 이성이 거의 끊겨 생각나지는 않았다. 누군가 말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부터.



“혹시 그 사람, 우릴 피하고 있는 거 아니야?”


“!”



왜 그 말에 그렇게 반응을 한 건지. 별말도 아닌데 그렇게 매서운 반응을 뒤이어서 한건지는 훗날 결말을 봐서, 알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내가 왜 그랬지는 모른다. 자신도 진위를 파악못한 그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치만 난 몇가지 사실만은 알 듯 한다. 나를 밑도 끝도 없이 무자비하게 공격을 가한 그 사람이, 요정들과 엮어들려는 그 인간족이, 태연하게 요정들이 묻혀있던 땅 위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했던 그 음유시인을 용서하지 못했던 나는, 용사는 그만 ‘그’를 하고 말았다. 그 날도, 난 이 ‘그’가 무엇인지 알지못했기에 가능했던 말.




















“요정들을 죽여버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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