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불리한 전황 속 열세에 몰려 여기까지 떠밀렸다.

붉은 하늘에 흑회색 먹구름이 서려있다.

팔도 다리도 전부 움직이지 못하게 된 지 오래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내가 여기서 죽으면 안 되는데.

적들이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의식을 잡아야 하는데..

...

"교주님, 당신이 쓰러지면 우리가 해온 이 모든 일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빨리 도망치세요."

"흥, 이 정도 적들에 도망치다니.. 하긴 뭐, 교주는 약하니까. 여기는 이 시온 더 다크불릿님한테 맡겨둬!"

"으응, 결국 이렇게 됐네.. 혼자라도 괜찮지이? 여기는 최대한 우리가 막아볼게에.."


.. 미안해 다들, 정말 미안.. 

아무래도..

.... / ?

우뢰같던 발걸음 소리가 멈췄다.

당혹감과 함께 눈을 떴을 때엔, 익숙한 하늘색 수녀복. 

그리고 그녀의 평소 무기와는 동떨어진, 하늘을 덮은 신성 마법.

얼굴을 보자마자 달려오며 내게 안겼다, 눈물이 살짝 보인 것 같았다. 마요가 우는 건 본 적이 없는데.

마요..

".. 괜찮음. 교주. 내가 왔음. 이제 다 괜찮을 거임."

마요.. 독침은 어디 가고 무슨 스태프..?

"대화는 나중에 함. 지금은 저걸 치우는 게 먼저임."

어디서 난 건지도 모르는, 손에 든 스태프를 내려찍으며 말했다. 

".. 내 수집품을 건들지 마셈."   

그러자 먹구름이 개임과 동시에 붉은 하늘이 일순간이지만 푸르게 변하곤. 

그 속에서 빛이 쏟아졌다. 

..... 나는 믿을 수 없이 눈부신 광경에 잠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눈을 뜨고 주위를 살핀다.
얼마 지나지 않았다.. 하늘은 여전히 붉지만 적은 대부분 쓰러져 있었다. 

마요, 마요는..? 빠르게 눈을 돌려 찾는다. 아, 저기 있구나. 무사했구나. 다행이야. 

.. 움직이기는 힘들지만, 절뚝이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마요..

스태프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던 그녀는 다가온 나를 보자 힘없이 털썩 쓰러졌다. 

힘겹게 입을 열었다. 

"교주, 나. 잘했음?"

...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신성 마법이라니, 평소에는 독침만 쓸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 사제복을 그냥 입은게 아닌 거였구만.

".. 교주, 나는 사제가 아님. 아까 보여준 건, 내 수집품 중 하나의 능력임."

눈치챘다. 숨소리가 가빠진다. 그런건가. 그렇게 된 건가.

"졸업임. 교주."

... 그래, 정말 강하더라. 멋있었어. 

...

"교주."

..응  

"손 줘보셈"

.... 왜?

"손톱 검사임."

묻지 않기로 했다. 쓰러진 마요를 품에 안고 오른손을 내민다. 

"언젠가는, 꼭 주고 싶었음."

하고 내 약지에 반지를 끼웠다. 

"교주."

"정말 사랑했음."

.. ..... 

나는 말 없이 차가워지는 마요를 꽉 안았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

눈을 떴을 때엔, 언제나와 같은 엘리아스. 

뭐야. 꿈이었나.. 

섬뜩해질 정도로 무서운 꿈이었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옆을 돌아보니  

의자에 앉아 나를 지켜보는 마요가 있었다. 

보자마자 껴안을 수 밖에 없었다.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너무나, 보고 싶었다.  

마요는 잠시 당황스러워 하다가, 이내 나를 같이 안아주었다.

토닥이며 말했다. 

"괜찮음. 교주. 내가 있잖음. 다 괜찮을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