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서울 2063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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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사와 조 씨, 인호가 남은 사이버웨어까지 모두 상자에 담은 순간, 레나가 다급히 소리쳤다.


“무언가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요! 주변 통신량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이런!”


지원이 물었다.


“왜 그래, 레나?”


“조선인민파예요! 놈들이 단체로 몰려들고 있어요! 잡히는 것만 해도 자동차 대여섯 대는 되는 것 같아요!”


모두가 굉장히 분주해졌다. 인호가 말했다.


“어떻게?! 여기 연구소가 있는 걸 알았을 리가 없는데!”


알리사가 말했다.


“아마… 우리가 올라올 때 주변 트래픽에 특이한 통신이 살짝 잡혔었어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따로 말하진 않았는데…”


“우릴 미행하고 있었군. 다음부터는 특이사항 있으면 바로 보고해.”


지원이 말했다.


“어쩌지 조 씨? 싸워서 쉽게 이길 수 있는 수가 아니야. 그것도 훈련이 된 우리민족파면 더더욱.”


그리고, 조 씨의 시선이 연구소 한 쪽으로 향했다.


“저 친구… 한번 사용해 볼까?”


지원은 조 씨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단숨에 알아차렸다.


“미쳤어? 저기 어떤 ‘바이러스’가 심겨 있을 줄 알고?! 그보다 신뢰할 수는 있는 거야?”


“바이러스 같은 건 없어요. 방금 확인했으니까요. 신뢰는… 일단 연결해보면 알겠죠.”


그 말에 지원이 앞장서서 의자에 앉았다.


“내가 할 게. 인호, 레나를 엄호해. 조 씨, 내 총 써. 그리고 이거 좀 연결하게 도와줘.”


조 씨는 지원의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낸 다음 옆에 놓인 조종용 헬멧을 씌우고 유선 케이블을 그녀의 관자놀이에 연결했다. 짧은 노이즈가 뜨더니 지원의 시선은 그 로봇의 시선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시각 사이버웨어에 알림이 나타났다.


‘프로토타입 Mk 79. 작동 준비 완료. 주요 사이버웨어 이상 없음. 관절부 상태 양호. 방호장갑 상태 양호. 가용할 수 있는 무장 상태 양호. 출격 준비 완료.’


지원이 말했다.


“이거… 느낌이 이상해. 마치 호흡이 가능한 액체 속에 잠겨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조 씨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여유롭게 감상이나 하고 있을 시간이 없어. 레나, 놈들은 어디 있어?”


“입구로 들어와 마당에 주차하고 있어. 자동차는 총 6대, 그 중 2대가 중기관총까지 단 테크니컬이야. 사람은… 대략 40명 가까이로 보여.”


알리사가 말했다.


“해킹을 하고 싶은데, 저 놈들 지능적이네요. 무기고 차량이고 전자장비가 거의 없어요. 기껏 해킹 해도 네비게이션이나 부수겠죠.”


그리고, 지원이 조종하는 로봇이 몇 걸음 앞으로 뚜벅뚜벅 걸었다. 양 손에는 경기관총이 들려 있었다.


“그러니까, 저 새끼들이 지금 저 벽 너머에 모여 있다는 거지?”


조 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로봇은 자세를 잡았다.


“조 씨, 알리사. 엄폐 똑바로 해!”


조 씨는 무언가 직감한 듯 오싹한 기분을 받으며 지원이 조종하는 로봇을 바라보았다.


“설마… 아니지?”


그 순간, 로봇이 엄청난 속도로 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조 씨와 알리사가 황급히 콘크리트 벽 뒤로 몸을 숨기는 순간, 로봇은 벽을 부수고 조선인민파 일당이 모인 마당으로 멋지게 나타났다. 그 등장 만으로 벽 가까이 있던 이들이 파편에 맞아 죽거나 다치고, 로봇에 치인 이들은 이미 절명했지만. 그들 모두 갑자기 나타난 로봇에 몇 초간 얼어 있다가, 이내 총을 갈겼다.


“저건 또 뭐야?!”


“연구소 방어 로봇인가!”


“말할 시간 있으면 쏴!”


로봇과 연결된 시각 사이버웨어가 어둠 속에 있는 적의 위치를 붉은 실루엣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원이 팔을 드는 생각을 하자, 로봇도 똑같이 팔을 들었다.


‘권총 말고는 자신이 없는데… 로봇이 알아서 해주겠지.’


곧바로 방아쇠가 당겨지자, 경기관총들이 일제히 불을 뿜으며 조폭들을 분쇄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엄폐해!”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로봇은 그들이 머리 일부 발 끝의 노출조차 놓치지 않고 사격을 가했다.


“이거 죽이는데! 총알이… 좀 부족한 거 빼곤. 뭐 다른 건 없나?”


그러던 중 지원은 로봇의 시각 인터페이스 구석에 있는 버튼을 찾았다.


“이건가?”


동시에 사격이 멈추자, 그들 중 용감한 조폭들이 엄폐물에서 나와 로봇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로봇의 팔꿈치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튀어나오더니 겁 없이 달려들던 놈들의 머리를 갈라버렸다.


“닌자 블레이드! …딱히 좋은 기억은 없지만 말이야.”


닌자 블레이드가 사정없이 주변을 가르자, 몇몇 조폭들이 그것을 우회하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구석에서 레나를 호위하던 인호의 총에 맞아 머리에 구멍이 뚫린 채 쓰러졌다.


“로봇은 우회해! 내부로 침입하라고!”


그 말에 따라 부서진 벽을 통해 몇몇 조폭들이 내부로 침입했다. 그 순간, 그들 역시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거나 관자놀이에서 스파크를 튀기며 쓰러졌다.


“미세스 리, 괜찮아?”


“이거… 생각보다 몸에 부담이 심한 걸? 온 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는 기분이야.”


그때, 조폭 하나가 테크니컬로 달려가더니 승합차 지붕의 중기관총을 잡았다.


“이, 이런 괴물! 이거나 받아라!”


“누님, 로봇이라도 저건 힘들어요!”


‘야단났다, 저걸 어떻게 피하지?!’


그리고, 지원은 로봇에 설치된 또 하나의 사이버웨어를 알아차렸다.


‘이건… 방법이 없겠구만.’

“산데비스탄이다!”


로봇의 척추 외골격이 일제히 푸른 빛을 발하는 순간, 지원은 끓는 물이 척추를 타고 온 몸으로 퍼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원의 눈에 주변의 모든 것이 느리게 보였다. 곧바로 적의 중기관총이 불을 뿜자 로봇은 몸을 틀었다. 역시나, 총알이 날아오는 것이 보일 정도로 빠른 회피였다. 로봇은 기관총이 회전하는 것 보다 빠르게 달려들어 닌자 블레이드로 자동차째 놈을 베어버린 다음 산데비스탄을 해제했다. 놈은 그제야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며 사방으로 피를 뿜었다. 그리고, 로봇은 자리에 주저 앉았다.


“씨발… 몸이…”


“멈췄어! 지금이야, 쏴!”


그들이 로봇을 둘러싸고 일제히 총격을 가했다. 지원에게 들어오는 고통이나 충격은 없었지만, 지원은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깨달았다.


“또 쓰는 건… 진짜 싫은데!”


다시 척추 외골격이 빛을 발하자, 지원은 이번에는 온 몸의 피를 뽑아내는 것 같은 격통을 느끼며 몸부림쳤다. 로봇도 따라 몸부림을 치며 닌자 블레이드로 조폭들을 갈기갈기 베어버리더니 자동차에 타고 달아나려던 이들도 자동차를 베어버린 다음 공포에 질린 그들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렇게, 서른 명이 넘는 조폭들이 단 한 명에게 전멸당하자 로봇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곧바로 연결이 해제되고, 조 씨가 급히 달려왔다.


“미세스 리, 괜찮아?!”


조 씨가 관자놀이에 연결된 케이블을 뽑고 머리에 쓴 헬멧을 벗기는 순간, 그는 경악하고 말았다. 지원의 온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운데다 코와 입에서 피를 물 흐르듯 줄줄 흘리고 있었다. 곧바로 연구실로 들어온 인호와 레나도 그 모습에 경악하고 말았다.


“언니!”


“누님…!”


지원은 괜찮다는 듯 가까스로 일어났지만, 금세 쓰러지고 말았다. 조 씨가 간신히 그녀를 붙잡았다.


“괜찮아?! 이름이 어떻게 돼? 주소 기억 나?”


“기억 나… 기억 나고 말고… 이딴 몸 상태로 산데비스탄을… 너무 과하게 썼을 뿐이야. 씨발… 프로토타입인 이유를 알겠네…”


알리사가 말했다.


“현재 체온 40도, 위험해요. 빨리 후송하죠.”


“그래, 빨리 나 좀 도와줘… 젠장, 꼬마한테 해 뜨기 전에는 돌아가겠다 했는데…”


지원의 눈이 감기려 하자, 조 씨는 당황했다.


“미세스 리, 이봐! 정신 차려!”


지원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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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민파

전후 강제 전역한 조선인민군 소속 군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갱단. 시작은 일종의 시민단체였지만 지금은 갱단일 뿐이다. 목표는 북한의 재건으로, 고려그룹과도 커넥션이 있다. 숫자도 숫자지만 군사훈련이 되어 있어 매우 위험하다. 경찰청이 부르는 명칭은 우리민족파. 자기들 스스로는 인민군이라 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