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에도 가을이 있다.
봄바람도 마악 거두어 갔지만
울긋불긋한 간판은 수도 없이 뜬다.

시월에도 여름이 있다.
날쌘 바람이 키득대며 웃지만
쨍한 빛깔로 색칠된 바닥이 드높다.

항시 일변도로 돌아간다는 말은
어느 재미도 희로애락도 싸그리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곤 무료함을
평온하다고 애써 포장하며 미소도
찡그림도 뜯어내야만 하는데도?

가을에는 유월을 돌아본다.
여름에는 시월을 바라본다.
겨울길을 일월에 거닐다가
문득, 여직 지나간 자리에 짖밟혀도 남은
반절은 녹색 반절은 적색인 단풍.

곧 봄이 온다지?
이미 봄일지도 모르겠다.
제 멋대로 바람은 불고
훌떡 벗은 나무에 얹혀 살던 이파리 한 장이
머리 위로 똑 하고 떨어져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