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마음을 지피는 새벽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도시의 침묵을 시작으로
폐허가 된 아무도 모르는 그곳을 찾아 나섰다
저 하늘에 괜시리 무겁게 나리는 눈 따라
차갑게 내리앉아 차마 흐르지 못한 빙판길에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기를 몇 번
나의 믿음을 볼모삼아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았던 낙원의 족적
무채색으로 가득차버린 그곳은 어디에 있을까
그곳의 풍경은 이제는 기나긴 과거의 간구
그곳의 목소리는 귓가에 고인 적막함
어느덧 정처없이 추억을 벗 삼아 가며 걸은 이곳이
아마 낙원이고 폐허인 것만 같다
분진 휘날리는 이곳에서
굳은 심장을 꺼내어 외친들
후회하다가도 무엇을 했던가
다시 내일이면 살아남을 이 도시를 위해
꺼진 불쏘시개로 할 수 있는 가장 성대한 축제를 열자
방황하던 최후에 최후의 만찬을 벌이자
언젠가는.
어느날의 하루를 기약하며
밝아오는 이 폐허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남은 재와 살점을 게걸스레 먹어치울 나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