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카나리아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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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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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함께 하실 겁니다.


누군가 나의 생각을 읽는다면 불경하다고 하겠지만 할 말이 없을때 유용하게 쓰이는 지극히 수사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이 축제를 개최하신 영주님의 눈빛을 보면 뭐랄까...


한 치의 거짓없는 표현같이 느껴졌다... 라고 생각해버렸다.



"..."

"주교님, 여기서 뭐하십니까?"

"좋은 축제군요."

"영주님도 참 대단하십니다. 따로 투자도 받지 않으셨을텐데 이 정도로 사람이 모인 것을 보면 정말 신의 축복이 함께했나 봅니다."

"...사제님께선 신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위대하시고 우리를 항상 굽어살피는 분이죠~"

"저는 글쎄... 과연 우리네 인간을 위하시는 분인지 의문이 들긴 합니다."

"그렇습니까?"

"믿음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면 참 좋은 세상일텐데, 그렇지 않습니까?"



담배를 입에 물자 성냥을 꺼내시는 사제님.

살짝 목례를 하자 별 것 아니라며 내 옆에 앉으셨다.



"주교님은 위치에 맞지 않게 너무 솔직해서 마음에 듭니다."

"이쪽 영지가 아니었다면 이런 말도 꺼내지 않았겠죠."

"뭐~ 그렇기는 하죠. 그 누가 이런 곳에 교회를 세우고, 세운다고 해도 누가 주교 자리를 맡고 싶겠습니까?"

"..."

"세율이 과한 것도 아닌데 헌금도 많이 안내고, 그렇다고 해서 그리 풍족한 곳도 아니고, 달만 뜨면 절대 집 밖에 나가면 안될 정도로 몬스터들도 득실득실거리는데 참 나... 신께선 무슨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록 신에게 기대는 사람들이 많아야 할텐데 스스로 자립하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주교님?"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물론 교회라는 것이 돈만을 바라는 장사치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엔 신앙심은 보다는 그저 사람들을 돕기위해 성직자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남을 돕는 것에는 그 만큼 자신의 살을 떼어 남에게 나누는 길과 다름이 없기에, 그러니까 돈이 필요한 행위.


그 돈은 장사가 아닌 사람들의 헌금도 물론 절실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정치.



"사제님은 다른 곳으로 안가십니까?"

"신의 뜻이 있다면 언젠가는 가게 되겠죠. ...사람들 참 즐거워 보입니다. 노래도 좋고. 개최사 해줬던 그 기타 치는 사람 대단 하던데요?"

"..."

"우리들이 신앙 생활하면서 신을 위한 세레나데를 부른다고 해서 정작 신께선~ 아차차, 이건 너무 불경한 발언이었나요?"

"사제님이 불경하다면 전 이미 쫓겨났을 겁니다. 다 거쳐온 과정일 뿐이죠."

"흐~ 대단합니다, 정말로."



밝은 광장에서 약간 떨어진 어두운 곳에서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예전에 신을 곁에서 모시는 천사 분께서 이 땅에 당도 했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신앙 생활 다 좋다 이건데, 글쎄, 물론 힘들때 기대는 것이 종교라는 것이지만 모든 것을 내던지고 귀의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이게 맞나 싶더군요.'

'...?'

'혼잣말이었습니다. 우리들도 신을 그렇게까지 존경하지는 않거든요. 그게 인간들을 위하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그냥 뭐랄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말입니다.'

'하하...'

'그럼 다음에 또 뵙겠... 습니다만 솔직히 이런 변두리 교회에서 보고할 만한 거리가 얼마나 있을진 모르겠는데 쉬러오기는 딱 좋은것 같습니다. 혹시 압니까? 신께선 이미 이 땅에 내려와 생활하고 있을지? 그럼 이만!'



...

정말로 잘 모르겠다.

신앙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종교적인 헤맴 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그럴때는 자신만의 철학을 세워 이정표로 삼아 나아간다면 수사적 표현으로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도 헤매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나뿐만 아니라 천사님마저 말이다.



"이번 겨울 많이 춥겠죠?"

"신만이 아시겠죠."

"..."

"신또한 모를 수도 있고요. 사제님은... 이단 심문관 준비하신다고 했는데 공부는 잘 됍니까?"

"종교 생활 할만한 것이 없으니 무지막지하게 잘 되는것 같네요.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신께서 함께하시길."

"신께서 함께 하시길."



한 대 더 피울까 했지만 담배가 떨어졌다.

분명 가판대에서 담배 파는 곳이 있겠지.

.

.

.

무슨 공연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박자에 맞춰 발 구르는 소리, 손뼉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담배 가판대를 발견했고, 발걸음을 옮기자 저 멀리서 개최사를 했던 여인이 담배를 입에 물고 까딱거리고 있다.

불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

신앙심은 없다고 해도 남을 돕는 것은 좋은 것이지.




"담배하고 성냥 주시겠습니까?"

"예엡! 4실버!"

"여기... 네, 신께서 함께 하시길."

"어매, 종교인?"

"길 잃은 사람일 뿐이죠."

"으하하! 길 잃으실거면 우리 가게 근처에서 좀 많이 잃어주면 좋겠네. 그래야 많이 팔지 않겠습니까? 응?"



나는 그저 미소를 지어올렸고 가판대의 아주머니는 신께서 함께 하시길이라는 말을 하고 다시 장사를 이어가셨다.

저 가판대의 아주머니는 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자신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겠지.



개최사를 했던 여인에게 발걸음을 옮기려다 가만히 관찰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연주를 할까 고민을 하는듯 하지만 몇 분 동안 담배만 까딱거리는 여인의 모습을 보고 실망했는지 발걸음을 옮긴다.



"..."

"흠, 가사가 뭐더라요~"

"... ..."

"...쿵, 짝, 쿵, 짝."

"?"

"아아아 그거 그거, 그거... 아~ 아~!! 어디서 들어본 비트였는데 음, 이거였어!"



여인은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를 주워 이것저것 매만지다 손에 끼웠고 연주를 시작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PpArES47nOI&list=RDPpArES47nOI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뭐, 좋은 노래겠지.

노래 잘하네.


나는 그제야 발걸음을 옮겨 여인에게 불을 붙여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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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가 어디에 나왔는지 아는 이세계인이라면 눈앞이 아득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