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카나리아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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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끝났지만 끝났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참가자나 시민들과 같은 사람들은 뒷풀이라던가 여운에 잠겨 논다는 행복한 이야기지만 나 같은 관리자는 후회의 분석이 시작된다.



몇 명이 나갔다 왔는지,

수익이 얼마인지,

사건이 몇 건이나 일어났는지,

민원이 몇 건이나 일어났는지,

특이 사항이 있었는지 등등 다음에도 축제를 열지 말지 다른 형식으로 해볼지,

시민만족도가 높았는지 불만이 높더라도 그것을 상회할 만한 이득인지 상상에 상상을 더한 모든 것을 기록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렇게 자료를 만들어서 왕실과 교회에 제출하면 자료의 질에 따라 영지 기금이라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돈 벌저가 연 것은 아니다만 받을 수 있다면 받는 것이 맞지 않는가?


...



"저기 레베카?"

"으아~ 이제... 넵?"

"오늘 시간 좀 내줄 수 있나? 마차는 태워주지."

"어휴, 태워만 주신다면 내줄 수 있는데 지금요? 저 피곤한데."

"..."



마음 같아서는 내가 레베카 숙소로 들어가서 일을 하거나, 레베카를 내 집무실에 재우고 싶지만 아무래도 레베카가 편히 잘 수 없을 것 같네.

어차피 자료들을 모으는 동안 시간도 있고, 확인과 검증이 하루이틀만에 끝날 것도 아니며 보고하는 것에 시간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이번 축제보다는 다른 마을에서 지원금이라던가 수리, 보수, 물가 조정 같은 일들을 지자체 법령이라던가 관행, 왕실이나 교회법 같은...


...

생각만 했는데 하기 싫다.


영주는 가만히 앉아서 서류만 보는 주제에 자꾸 자기네 마을에 간섭하느냐라고 투덜거리는 시민들이 밉다.

도와달라고 할 때는 오히려 우리 세금 받아먹으면서 이런 것은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진짜 막말로 마을 이장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글자 자체를 모르니 너네가 알아서 하라며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주제에...


...

이세계인들은 너네가 우리 글자를 배우는 것이 좋지 않냐고 하고 다른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꼴도 밉다...

학교를 만들어도 일하기 바쁜데 공부할 시간이 있냐고 항의하는 시민들이 밉다...



"영주님?"

"나중에 사람 보내겠네."

"넵. 나중에 뵙겠습니다~"

"저기, 레베카."

"넵."

"레베카는 우리 나라 글자 배울 생각 있나?"

"글쎄요? 제 입장에선 숫자만 배워도 충분하던데. 배울 필요 있으면 배우지 않을까요?"



...

레베카는 사유만 충분하다면 배우려는 의지가 있구나.

일단 모른다는 뜻이니 나중에 이사라던가 지원금 받으려면 싸인해야 한다고 혼인 신고서 한 번 들이밀어볼까?



"그럼 이만!"

.

.

.

짐은 다 챙겼고 이제 떠날 시간만 정하면 된다... 만!

우리 이쁜이는 봐야한다.


왜냐고?

노래 한 곡 듣고 1골드 준 건 정말 아깝잖아, 솔직히.


일단 술 한 잔 시켜두고 차라리 인생 살아온 이야기나 해보라고 할까, 노래를 시켜볼까, 연주를 시켜볼까, 여기서 뭐하고 살았냐, 아니, 도대체 여기서 어떻게 생존해있냐 등등 무엇을 물어볼까 생각하중이다.


음...

...

음~ 맛있다.



"그러니까 아저씨는 그림을 팔고 있다는 거잖아요?"

"요새 자신 없었는데 이번에 꽤 벌어서 이 참에 미술 학교에 지원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이세계인이 세 명이고, 여기 축제 참가자 한 명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렇게 서민들의 인생 살아가는 이야기 듣는 것도 나름 재밌지.



"미술 학교~ 음~"

"떨어지면 뭐, 어차피 실력도 안된다는 뜻이니 그냥 군대나 갈 까 생각 중이죠."

"와우~ 미대에 떨어지면 군. 대 에 가겠다... 이야~~~"



그 순간, 우리 이쁜이가 입장하였고 반가움에 손을 들었지만 이세계인들 중 한 명이 손을 번쩍들어 이리 오라 손짓하였다.

말투를 보니 아마도 서로 아는 사이?


그런데 진짜 피곤해보이네.



"누님, 누님. 잠깐 여기 앉아봐."

"에... 나 피곤한데... 연주는 다음에..."

"이 사람 있잖아, 미술 학교 떨어지면 입대할까 생각 중이래."

"... ...미대에 떨어지면 군. 대에 가겠다?"



방금의 피곤함은 어디로 갔는지 순식간에 생기가 차오르며 미소가 가득해졌다.

마법인가?



"아저씨, 콧수염 기를 생각 있어?"

"콧수염?"



그녀는 기타를 곧장 내려 놓은 후 곧바로 착석함과 동시에 이세계인들의 질문 공세가 시작되었다.




"형, 정치에 관심있지."

"엉?"

"채식하시나?"

"무슨 소리..."

"동물 좋아하죠."

"좋아하기는 하다만... 아니, 무슨... 잠깐."

"아저씨는 손 들때 45도 각도로 들어, 아니면 직각으로 듭니까?"

"당연히 직각이죠."

"왜?"

"예?"

"왜?"

"우리 형님은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 하나의 지도자라는 말에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 그게 무슨 소린데, 갑자기. 나한테 왜 그래!"

"흡연하시죠?"

"당연히 안하죠!!!"

"우리가 아는 사람도 안해."

"그럼."

"술도 안한다더라."

"ㄹㅇㅋㅋ"

"우리 친구, 좋아하는 색이 뭔지 알 수 있을까? 붉은색이지? 알아. 넌 빨간색이 아니라 붉은 색이라고 말할 거 같아."

"아니 안 그래도 붉은색 물감 비싸서 사용도 못하는 마당에!"

"그러면 있으면 잘 써먹겠다는 소리네? 이거이거이거..."



옆에서 듣는 나조차 어이 없는 질문의 연속이지만 즐거움이 가득한 것을 보니 나도 끼어들고 싶어졌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상황이라 아쉽네.


나도 이세계인 하고 싶다.



"형님 친구 이름 중에 카이텔, 요들, 크렙스, 부르크도르프라는 이름 가진 분 있죠."
"너네 뭔데, 나한테 왜 이러는데!"

"아저씨는 어디가서 번개 문양 쓰지 마세요."

"그런데 이 아저씨 억양보면 묘하게... 긁는 듯한 느낌같지 않나?"

"ㄹㅇㅋㅋ"



미술 학교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청년은 화를 버럭냈고, 그녀는 기타를 꺼내 들었다.



"오늘 연주 쉬려고 했는데 이거 하나만 연주해줄게."




https://www.youtube.com/watch?v=WXl9WIGSe68




"처음 듣는 노랜데?"

"이거 제목 뭔지 아냐?"

"처음 듣는다니까?"

"다운폴."



이세계인들은 다운폴이라는 의미도 모를 단어를 듣다니 박장대소하였다.

나도... 나도 끼어들고 싶어...


미술 학교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남성은 상처받았는지 책상을 쾅 치고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이세계인들이 붙잡고 술을 사주겠다는 것으로 용서를 빌었고 말이다.




"아휴, 한참 웃었네. 나 진짜 피곤하니까 잡지마. 간다."

"네~ 주무세요."



뭔가 웃자고 연주한 것 치고는 엄청 대단하지 않았나?


...

아 맞다, 말 걸려고 했지.


어차피 여기서 이야기 나누는 것보다는 방에서 나누는 것이 좋겠다싶어 곧장 일어나 이쁜이의 뒤를 따라갔고, 방 문을 열려는 손을 잡았다.



"...?"

"잠깐 시간 있지?"

"..."



순간 미간이 좁아졌지만 금새 웃으며 화답해주었고 말이다.



"어휴, 물론이죠! 1골드나 주신 분인데! 들어오세요."



그녀의 뒤를 따라 방에 들어갔고, 의자에 앉으려고 했지만 자신의 옆에 앉으라는듯 침대를 팡팡쳤다.

새끼, 박력있는데?



"아가씨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밤 새셨죠?"

"당연하지!"

"일단 신발 좀 벗으세요. 침대에 신발 신고 올라오는거 아닙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신발을 대충 벗어 던지자 곧장 나의 어깨를 붙잡고 그대로 밀어버렸다.

...어라?


나 갑자기 덮쳐진다고?

그, 야한 소설에서만 봤던 상황이긴 하다만 공주된 입장으로서 이대로 덮쳐지면 아무래도 좀 큰~


...

여자가 여자를 덮쳤다는 소설은 본 적은 없는데 이건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방금 박력 넘치던 연주마냥 거침없이 나를 자신의 품 안에 끌어안고 이렇게 말하였다.



"일단 좀 잡시다. 어우 뒤지겠네 진짜..."

" "

"..."

"...어,"

"씁. 자자니까."

"... ... ...넹."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잠들었지만, 내 심장은 아직도 미친듯이 뛰고 있어 잠들지 못하였다.


"...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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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통수 맞으면 올게 왔구나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