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카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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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구를 바라봐도 별 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이상이라기 보다는 내가 없던 사이에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지 음악이라기 보다는 현을 켜는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서류에 싸인하고 있는 동안 현을 켜는 소리에 흠칫했지만 그냥 연습하기 귀찮다, 하기 싫다라고 투덜거리는 것을 보면 역시 사람사는 곳은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언뜻 들으면 음악 같기는 한데...

일단 가사가 없으니 노래는 아니겠지.



"응... 이건, 씁, 좀 애매한데?"

"..."


그 사이에 기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갈등하고 있는 사이에 레베카는 기타는 좀 나중에 치자며 다시 바이올린을 들었다.



"너, 너가 반대한거 아니다?"



잘못되면 다 레베카가 예언을 잘못한 것이니 안심하고 서류에 싸인을 했다.

솔직히 건물 보수라던가 양곡 관리를 통한 가격 안정화 작업같은 당연한 것을 싸인 하는 것이니 별 다른 이상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번 수확량이 약간 애매하게 밑돌아서 시민들이 조금 굶을 것 같은데 이게 참...



"...좋아, 이, 이건 어쩔 수 없어."



매입을 해서 시장에 도는 곡류의 가격을 올리자.

누군가 말하면 저런 망할 놈이 안 그래도 먹기살기 힘든데 뭐하는 짓이냐고 손가락질 할 수 있지만 가격을 올리면 시민들은 식량을 덜 사게 된다.

덜 사게 된다는 뜻은 자연스럽게 식량 소모가 줄어든다는 뜻이고 조금 배고플지언정 아사자가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불만이 참 많은 시민들께선 그런건 모르겠고 안 그래도 돈도 없고 흉작인데 저 윗대가리 영주님은 돈에 미쳤다고 쌍욕을 하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잖아...



"에휴..."

"..."

"욕먹기 싫다, 그래도, 해야지."



수정구를 바라보자 레베카는 계속 바이올린을 연주 중이다.

듣기는 좋네.



[음~ 음~!!! 악! 하기 싫어!!!]


내 사정을 이해한 것인지 연주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합당한 결정이라고 본다.

거기에 더해...


...

솔직히 내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다른 방법이라곤 다른 영지에 가서 식량을 사오는 것밖에 없는데 과정이 미친듯이 복잡하고 얕보이기 딱 좋은 상황이라 함부로 할 수도 없고 말이다.

까딱하면 영지전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전쟁날 바에야 배고프게 사는게 훨씬 좋은거잖아?


물론 대기근이 일어난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


침대에 누운채로 수정구의 볼륨을 키웠다.

음악으로 위험을 경보하지만 잘때만 되면 외로움을 달래주려는 것인지 발라드라는 장르의 노래를 불러주는 나의 레베카.


발라드는 사랑 타령만해서 별로라고 하지만 그래도 음은 좋으니 하는 거라며 투덜거리는 것을 봐선 예언도 무엇도 아닌것 같은데 그래도 듣기는 좋잖아?


...

아, 맞다.


내일 왕실에서 곡식류를 관련해서 무언가를 공포하는 날이구나.

해봐야 장작 잘 챙겨라, 곧 겨울이다, 세금 잘 내라 따위의 말이고 난 그 의견을 잘 만지작거려서 시민들에게 전달해야하는데 또 욕을 먹겠지.



[음~ 오케이, 이거 연주해야겠네. 완벽할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좋겠다.]

"..."


https://www.youtube.com/watch?v=odf94qQoxLk



"이번엔 좀 느낌이 다르네?"

[크~ 이 정도면 완벽했다.]



레베카의 노래, 아니 연주를 들으며 나는 잠에 빠졌다.

그런데 왠지 모르겠는데 와이셔츠 입고 와인 잔들고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란 말이야?


...

별 의미 없겠지.

서류 싸인 하는 동안 별 말 없었잖아?


다음 날, 평소와 다름없이 왕실 우체부가 내 영지에 도달했으며 무릎을 꿇고 명령서의 내용을 받들었다.

별 것 없는 내용들과 온갖 미사어구를 치우고, 가장 중요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곡류 생산량 저하로 인해 당분간 주조 행위과 음주를 금하게 하라.]


틀린 말은 아니다만 술을 금지할 정도로 그리 심각하게 생산량이 저해되었으려나 생각했던 그때,

영지 이동 마법진이 번쩍였다.


왠일로 동작한데?



"마법사님? 어쩐 일로 이리 급하게..."

"아이고 영주님 잠시만, 어휴 지금 명령 전달 받고 계셨으니 천만다행입니다. 흠흠, 왕명에 따라 임시 금주법은 취소한다고 전달하라 명하셨습니다!"

"에..."

"둘째 공주님이 진짜 어제 밤새도록 폐하고 저고 달달 볶고 절대 안된다고 반대하시던데 평소 국정에 별 관심도 없으신 분이 왜 그런지 나 참..."


... ...?

이거 좀 기시감이 드네?


... ... ...

에이~ 설마~~


나만의 레베카인데 설마 다른 사람들도 음악 감상하는거 아니겠지?

그렇지?


우연? 이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