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카나리아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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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서 뭐라고 말해야할지, 말한다면 선물을 들고가야 할지, 어떻게 하면 덜 어색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주변이 너무나도 시끄럽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왔는데 내 노래로 감동을 준다는 이야기.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밥을 먹게 되서 기쁘다는 이야기.

평소에 쓰지 못하던 물감을 사용 할 수 있는데 포장 좀 해가고 싶다는 이야기.

적나라한 음담패설.

귀족의 악단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이야기.

이런 곳엔 높은 분들이 있어야 하는데 따로 초청하지 않아서 아쉽다는 이야기 등등등...


...

상류층들께선 다들 고상하게 어떤 음식점이 대단하더라,

뮤지컬을 가서 감동 받았다,

오케스트라 초청권을 선물로 받았다 같이 자기를 있는척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데 사람 사는 이야기 들으니 좋기는 하네.


물론 이야기로만 듣고 싶지 지금 생활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형님! 나 맥주 하나!!"

"어 왔냐? 오랜만이네?"

"올라가셨다는 소식 듣고 한 번 찾아가봐야 했는데, 아이고 이제 기회가 될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진짜."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주황 계열의 붉은색 머리카락을 샛노란색의 끈으로 대충 동여매 말의 꼬리처럼 흘러 내리게 한 여인.

복장은 갈색을 함유한 연 노란색의 상의에 연두색 조끼를 갖춰입었으며 바지는 통이 큰 갈색 바지다.


여성치고는 참 특이하네.


"말은 잘해요. 축제 때문에 온거잖어."

"에이~ 당연히 축제 때문에 온 것은 맞는데 형님이 여기 있으니까 여기서 돈 내고 쉬는거지,"

"데려오신 분이 돈 냈잖아."

"... ... ...어허, 사람이 좋은 말을 하면 좋게 들어야지. 섭섭하네?"

"새끼, 지랄을 하네. 묵을만 하냐?"

"어휴 여기 정도면 훌륭하죠. 내가 예전에 갔던 숙소엔 거미하고 쥐는 양반이지, 빈대가 나와서 몇 주일은 고생했다니까?"

"자, 맥주."

"감사~ 역시 맥주는 시원해야 맛이지."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키는 모습이 참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그때, 누군가 그녀 옆에 착석하였다.



"이야 우리 친구는 축제 소식 듣고 놀러온 분이신가?"

"아뇨아뇨, 이래보여도 참가하려고 왔습니다."

"오! 어느 부분. 그림 그리나? 그렇다기엔 고약한 냄새는 안나는데?"

"악기 좀 만집니다."

"크으~ 같은 바드구만. 어떤 악기. 바이올린? 류트? 기타?"

"기타!"

"이야~ 자네도? 나돈데!"

"동류였습니까?! 이야 반갑네, 반가워."

"아가씨는 나이가 어떻게?"

"그런 것이 뭐가 중요합니까? 그냥 같은 동료로서 만나게 된 건데. 몇 년 치셨습니까?"

"5년!"

"크으~!! 좋을 때입니다. 좋을 때!"

"그쪽은? 참가할 정도면 어느 정도 노래 실력은 자신 있나봐?"

"노래~ 는 뭐, 부가적이긴 한데 역시 노래 없이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게 아무래도 제가 꾀꼬리처럼 맑은 소리는 아니잖습니까? 내 이 놈의 담배를 끊어야 하는데..."

"오~"



흥미진진한데?

...오, 영주다.


힘 준 옷이 아니라 나름 편한 옷 입고 나왔네?



"그리고 좀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남들 못지 않게 친 것 같은데 자작곡이 없어서 무슨 연주를 해야 사람들이 좋아하나..."

"뭐? 자작곡이 없어? 에이~ 농담도 지나치네. 바드로 살아간다면 하나쯤은, 예술가라면 하나 정도는 자기만의 것이 있어야하는데 하나도 없다고?"

"인기를 끈 것이 없으니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리고 이쪽은 영 재능도 없어서 접었고 예 뭐... 그런데 음, 그냥 있는 노래를 기타로 바꾸거나 그런 건 나름 칩니다."



그 순간, 남성은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내가 들어도 정말 무례한 반푼이 음악가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말이다.



"허허, 참. 갑자기 그렇게 나오십니까?"

"내 말이 틀려? 실력이 안되니까 남의 곡으로 벌어먹는다는 말이잖아. 으핳하하하!!"



주점은 아주 조용해졌다.

나도 교양 교육 때문에 피아노를 조금 쳐봐서 아는데 있는 노래를 악보보고 그대로 치는 것도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


내 생각에 동의하듯 주변의 바드들의 표정도 그리 좋지 않으며, 적대감마저 보일 정도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 영주 표정이 약간 무섭네?



"이야~ 그럼 제가 위대한 분을 보게 됐습니다! 얼마나 유명하시면 저처럼 밥 벌어 먹으려는 사람과는 다르게 초청 받아 오실 만한 실력자신데 이거이거 이런 숙소에서 온 것을 보면 가르침 하사하려고 오셨나 봅니다? 여성들에게 껄떡대는 예술가들과 차원이 다른 위대하신 분 아닙니까!!!"

"...하."



잘한다, 잘해!

말로 더 두드려 패봐!




"뭐 좋습니다. 위대하신 음악가 양반이니 제가 치는 곡 정도면 따라 칠 수 있으시겠죠. 그렇죠? 그러면 잠시만~"



그녀는 숙소로 올라갔고, 잠시 후 담배를 문 채로 기타를 들고 웃으며 내려왔다.



"노래가 빠르긴 한데, 솔직히 빠른 곡도 곡인데 박자 못 맞추면 정말 별로인거 아신다고 믿겠습니다. 자 그러면~ 말벌의 비행이었나? 대충 그런 제목이니 잘 경청해 주시길."


그녀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여유롭게 연주를 시작했다.

여유로운 표정과는 다르게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말이다.



"와."

"보자~ 귀에 익으라고 천천히 친 거고~ 속도 적당히 높히면서 반복해서 칠테니 모쪼록 감상해주시길."


피우던 담배를 책상에 내려 놓은 후 그녀는 웃으며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친다고 해야하나?


그, 뭐냐.

뭔가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EX_abqGpBs&t=341s



완벽한 정적.

숨소리도, 떠드는 소리도, 박수 소리도 들리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는 타들어가는 담배를 입에 문채로 멍청하게 입을 벌리고 있는 남성의 어깨를 툭툭 친 후, 오늘은 피곤하니 연주는 끝내겠다며 숙소로 올라가는 것으로 공연이 마무리 되었다.



"아 맞다, 나 맥주 하나만 더. ...크~ 좋다, 좋아. 그럼 이만!"



나는 이 공연을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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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