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를 해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1990년대로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볼 겁니다.

그럼, 당시 미국 GM의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로 한번 가봅시다.

 

참고로 이 글의 내용은 주로 여기서 인용해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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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피터스: "요새 SUV랑 RV가 유행이던데...폰티악으로 SUV 한번 만들어 보면 괜찮지 않을까?

                아마 중형 SUV(GMC 지미 등) 플랫폼에다가 파이어버드 디자인을 합쳐 보면 멋있겠다!"

 

그렇게 해서 피터스는 폰티악으로 내놓을 새 SUV의 디자인을 해 보기 시작했는데...

 

(참고로 위 스케치는 톰 피터스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로 올라와있지만, 일단은 한번 인용해 봅니다.)

 

웨인 체리: "톰, 자네 지금 뭐 그리고 있는 건가? 뭔가 흥미진진해 보이는데..."

 

톰 피터스: "부서장님, 마침 폰티악 브랜드로 만들 중형 SUV를 한번 구상해보고 있었습니다."

 

웨인 체리: "폰티악 SUV라고? 그거 재미있는 생각이구만. 한번 양산화시킬 수 없나 본사에다가 이야기 좀 해 볼께.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

 

마침 당시 GM은 "평범해빠진 차들만 만든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었고, 뭔가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이를 승인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도 "Bear Claw"라는 이름으로 1994년에 개발승인이 떨어졌고, 다들 디자인에 열심히 임했습니다.

 

(문제는 그 "혁신적인 제품들"의 비중을 40%로 정하는 등, 그걸 비중의 숫자로 따지는 바람에 혁신적이라는 이유로 별에 별 제안들이 다 받아들여진 거지만요;;)

 

 

심지어 컨셉트카 디자인이 확정났을 때만 하더라도 다들 좋아했었고, 1999년에 컨셉트카가 공개되었을 때도 다들 반겨했었죠.

그런데...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개발 총괄임원: "......이유를 앞서 말했듯이 저렇고, 이 SUV 프로젝트에 사용할 플랫폼을 전륜구동 U-플랫폼으로 결정했네.

                     경영진들이 제시하는 비용절감 목표도 맞출 수 있고, 전륜구동이니까 공간 내기도 좋을 것 같고. 이번 계획 변경을 꼭 따라주도록 하게나."

 

개발진들: "......! (아니 이거, 그동안 해온 거처럼 잘해놓은 디자인 망치려고 작정했나?!)"

               U-바디라면 지금 우리 미니밴에서 쓰는 건데, 컨셉트카 디자인을 거기다 옮기면 좁은 너비+높은 카울 때문에 말아먹을 게 뻔하다고요!"

 

웨인 체리, 톰 피터스: "아이고 망했다......ㅡㅡ;;"

 

 

그런데 당시 GM은 개발총괄임원의 권한이 디자인 쪽으로도 권한이 있었고, 총괄임원들은 주로 디자인보다는 비용 계산에 능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게다가 개발팀장도 "누가 뭐래도 우리 팀이 최고임, 그러니 반대하는 애들은 짜르고 싶음"이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성향이었기에...결과물은 이랬습니다.

 

 

그리고 이 디자인으로 고객 클리닉을 맡겨 보았더니, 결과는 어땠을까요?

참고로 고객 클리닉이란, 완성된 양산차 디자인을 경쟁차들 사이에 끼워 넣고 예상 고객들을 평가단으로 선정해 평가를 맡기는 절차입니다.

 

평가단들: "이런 물건 만든 사람들이 뭔가 진지하게 생각 비슷한 거라도 해 봤겠어요? 선물이라도 안 받을래요!"

 

그리고 이 심사 결과에 대한 팀장 및 경영진들의 반응은 이랬지요.

 

개발 총괄임원 & 경영진: "저 호갱들이 (디자인에 대해) 뭘 알겠다고? 이대로 만들자고, 일본 업체들에게 출시 기간 앞지르기당할라!"

 

......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00년.

GM과 폰티악에서는 새 SUV를 "폰티악 아즈텍"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했습니다.

 

 

"......"

 

결과적으로는, 다양하게 써먹을 수 있는 기능성은 있는데 디자인이 모든 걸 말아먹고 말았습니다.

GM에서 목표를 엄청 높게 잡은 기대작이었는데, 결국은 한 번도 그런 목표 달성 못 하고 2005년에 단종되었거든요.

그리고 모터쇼에서 이걸 보았던 GM의 전 임원이었던 밥 루츠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지요.

 

밥 루츠: "이거 뭔 장난인가? 소위 자동차 천재들로 가득한 업체들이 화난 부엌기구같이 생긴 저런 물건을 내놓겠냐고."

 

......

 

그리고 당시 GM의 회장이었던 릭 왜고너가 루츠를 찾아가 GM 내부의 문제점들을 해결해달라고 부탁하러 왔을 때...

 

밥 루츠: "(발표 중에)폰티악 아즈텍을 감독한 사람이 제 잘못에 코멘트를 할지 의문이네요.

             (그리고 사석에서)...농담이긴 했지만, 아까 그 발언 죄송합니다."

 

릭 왜고너: "아, 그거 예상하고 있었죠. 우리도 아즈텍에 실망했던 참이었어요. 우리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 잘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