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의 아주 아주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인구 50여명 정도의 작은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이름은 바로 ‘청풍마을’, 청풍마을은 오래전부터 워낙 깊은 산속에 자리잡은 탓에 인류의 침입보다는 야생 짐승의 침입이 더 잦았을 정도로 중앙 세계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마을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산에서 내려온 흑건적들이 청풍마을을 약탈하기 시작하였다. 이로인해 마을 사람들은 흑건적의 침입에 두려움을 떨어야했다. 그렇게 위협을 받던 어느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소년, 소녀가 나타나 신기한 힘으로 흑건적들을 물리치기 시작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영웅이라 부르며 이들의 숙식을 위해 마을 외곽에 있는 별채까지 제공해주는 등 특별대우를 해주었다. 이후 흑건적은 이전과 다르게 출격하는 인원수를 더욱 더 늘리며 청풍마을을 공격하였지만 이 두 소년, 소녀의 활약에 매번 참패하여 도주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건적의 침입은 계속 이어졌고 꽤 시간이 흘렀다.


어느 한적한 날, 한 상인이 물자가 담긴 수레를 끌고 마을로 이동하고 있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외진 마을에서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바위 2개가 장승마냥 서로 버티며 서있는 통로밖에 없다. 


상인이 물자를 옮기며 이동하던 도중 갑자기 누군가의 발걸음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순간 7명의 흑색 두건을 쓴 건장한 남자들이 나타나 상인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상인을 쓰러뜨린 뒤 수레에 있는 물건들을 약탈하였다. 그 순간, 마을 입구를 지키던 한 사람이 입구 옆에 있는 봉화대에 불을 지피기 시작하고는 “흑건적이 나타났다!”라며 크게 외쳤다. 그 순간, 저 멀리있는 별채에서 두 남녀가 나오더니 곧바로 마을 입구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한편, 흑건적들은 수레에 있는 물자를 모두 확인한 뒤 다시 본진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이때 이들의 귀에 갑자기 소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흑건적들!”


흑건적들은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쪽에는 검붉은 옷에 황갈색의 바지를 입고 머리를 묶은 붉은 눈의 한 소녀가 아주 당당한 눈빛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손짓을 하며 겨냥하고있었다. 그러자 두건에 깃털을 꽂은 흑건적의 두목이 말하였다.


“아니! 홍랑이다! 모두 무장하라!”


뒤이에 흑건적 무리 두목의 말에 따라 5명의 흑건적은 등 뒤에 숨긴 칼을 꺼내어 맞서기 시작하였다. 나머지 2명의 흑건적은 수레를 끌고 본진으로 이동하였다. 이때 갑자기 상인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더니 말하였다.


“아니... 홍랑님이 여긴?”
“저 녀석들은 제가 처리할테니 어르신께서는 빨리 마을 입구쪽으로 대피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상인은 홍랑을 믿고 급히 마을 입구 쪽으로 이동하였다. 뒤이어 흑건적 두목이 홍랑을 바라보며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하하! 너가 아무리 날뛴다 하더라도 닌 혼자고 우리는 5명이니 어림 없지!”
“글세? 그러다 니들 큰 코 다칠텐데?”
“그 코는 너가 다칠것이다!”


뒤이어 두목의 명령하에 3명의 흑건적들이 동시에 홍랑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홍랑도 이들을 향해 정면으로 맞섰다. 두목이 코웃음을 치며 말하였다.


“하하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혼자 정면으로 3명을 제압하겠다고? 그것도 어린 소녀가? 어림도 없지!”


하지만 결과는 두목의 예상에서 완벽히 밖이었다. 홍랑은 뛰어난 무술실력을 바탕으로 첫 번째로 달려오는 흑건적을 가볍게 넘겨버리더니 뒤이어 두 번째 흑건적과 세 번째 흑건적도 뛰어난 무술로 제압하여 두목 앞으로 달려나왔다. 그러자 두목이 말하였다.


“아니... 고작 소녀 한명한테 저렇게 당할줄이야! 우리 흑건적들은 약골들밖에 없는건가? 이봐 흑구! 넌 뭐하고있어? 빨리 저 녀석을 처리해!”
“네. 알겠습니다!” 


뒤이어 두목 옆에 서있던 흑구가 홍랑에게 달려들었다. 흑구는 다른 흑건적들과 비교하여 유독 돋보이는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고 체급으로 홍랑을 완전히 압도하고있었다. 그러나 홍랑은 흑구를 향해 겁도없이 정면으로 달려와 흑구의 복부쪽을 타격하였고 순간 흑구는 아주 멀리 날아가버렸다. 두목은 흑구가 멀리 날라가는 것을 보고는 말하였다.


“젠장... 오늘도 저 년에게 당하였다. 얼른 달아나자!”


그리고 두목은 꽁지빠지게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홍랑은 이를 놓치지 않고 순간적으로 마법을 부려 두목이 도망가는 길목에 불의 고리를 생성해놓았다. 불의 고리에 갇힌 흑건적의 두목은 결국 홍랑에게 항복하여 그대로 잡히게 되었다. 두목은 아까의 자신감은 사라진채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죄송합니다.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우린 사람을 죽이진 않는다. 그냥 인간세계의 벌을 받아라.”


그리고 홍랑은 밧줄을 소환하여 흑건적들을 나무에 묶은 뒤 흑건적들이 들고 튄 물자를 찾기 위하여 이동하였다.


한편, 수레를 끌고 본진으로 이동하던 두 흑건적은 선두조의 소식도 모른채 계속 본진으로 달려갔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파란색 옷을 입은 노란 머리의 소년이 진중한 표정으로 이들의 앞을 가로막고는 말하였다.


“너희들, 빼앗아간 것은 다시 돌려주고가되지않나!”
“아니! 청국이다! 일단 싸우는건 피해야하니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흑건적들은 반대편으로 이동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들의 반대편에는 청국이 만든 얼음 장벽이 있었다. 당황한 흑건적들은 급히 무기를 꺼내에 청국에게 맞서기 시작하였다.


“일단 우리는 2명이고 저 녀석은 1명이니 어떻게든 처리할 순 있겠지!”


그리고 그들은 청국을 향해 진격하였다. 하지만 청국은 두 손으로 진격하고 있던 흑건적 두 명을 나란히 들더니 이들을 앞에 있는 얼음장벽 밖으로 가볍게 던져버렸다. 뒤이어 청국이 수레를 확보하고 얼음장벽을 녹인 뒤 흑건적들에게 말하였다.


“이 물건들은 다시 내가 가져간다.”


그리고 청국은 수레를 끌고 마을쪽으로 이동하였다. 청국에게 털리고 물건도 뺏긴 흑건적들은 급하게 도주를 하였지만


“어딜 도망가려고!”


뒤이어 이들 앞에 대기하고 있던 홍랑에게 걸려 결국 모두 붙잡히고 말았다. 이리하여 홍랑과 청국은 오늘도 흑건적들을 쓰러뜨리고 마을을 지키게 되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해가 저물어갈 무렵, 홍랑과 청국은 붙잡아둔 흑건적들을 바라보고있었다. 뒤이어 청국이 말하였다.


“이만 너희들을 풀어주도록 하겠다. 다음부턴 도둑질을 하지 말고 착하게 살길 바란다.”


그리고 청국은 이들을 풀어주었고 흑건적들은 엄청난 공포를 느끼며 황급히 달아났다. 홍랑이 청국에게 말하였다.


“청국, 항상 궁금했던건데 도대체 왜 흑건적들을 안 잡아두고 풀어주는거지? 걔들 감옥에 가두면 현상금도 받을 수 있잖아?”
“우리는 마을을 지키러 온거지 현상금을 벌러 온게 아니잖아. 이제 다시 숙소로 돌아가자.”
“그래. 알았어.”


그리고 홍랑과 청국은 다시 숙소로 이동하였다. 숙소로 돌아와보니 이들이 머무는 방에 비빔밥이 놓여져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지켜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것이었다. 배가 몹시 고픈 홍랑은 비빔밥을 보고는 바로 들어와 숟가락을 들기 시작하였다. 이때 청국은 갑자기 수상한 기운을 느끼고는 바깥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이를 바라보던 홍랑이 말하였다.


“이봐? 안 오면 내가 다 먹을건데?”
“잠깐만? 뭔가가 느껴져서 말이야.”
“뭐가 느껴지는데?”
“뭔가 수상한 기운이 느껴져”
“수상한 기운? 무슨 기운인데?”
“글세... 뭔가 처음 느끼는 기운이야.”


청국은 생전 처음 느끼는 수상한 기운에 계속 바깥만 바라보고 있었고 그 사이 홍랑은 그릇에 담겨있던 비빔밥을 밥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다 먹어버렸다. 그때 즈음 청국은 무언가를 확실히 깨달은듯한 모습이었다. 뒤이어 청국이 방 안에 들어와서 말하였다.


“아무래도 근처에 누군가가 또 온 것같아.”
“흑건적이야? 아니면 도사님?”
“아니. 모르겠어. 아마 다른 사람인것같아.”
“다른 사람이라고? 대체 누구지...?” 


정체불명의 기운을 가진 사람이라... 도대체 그는 누구일까...


“그나저나 비빔밥은 좀 남았냐?”
“니가 빈둥거린 시간이 얼만데 그 사이에 비빔밥이 남아있겠냐? 마을가서 밥이나 사먹어.”
“그럼 그렇지.”


그리고 청국은 급히 돈을 챙겨 마을 쪽으로 이동해 대충 밥을 먹었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흐르고 늦은 밤, 별채 근처에 있는 작은 연못에서 홍랑이 몸을 담그고 있었다. 이때 청국이 밖에서 문을 두들기며 말하였다.


“너 언제까지 있을거냐?”

“조금만 기다려.”


홍랑은 계속 몸을 담그고 있었다. 청국이 말하였다.


“나도 씻어야하니깐 빨리 나와.”
“알았다고. 조금만 기다려.”


그리고 홍랑은 급히 연못에 있는 모든 열을 다 흡수한 뒤 밖으로 나와 청국을 부르며 말하였다.


“야, 청국 얼른 들어가. 물은 다 차갑게 했으니깐.”
“알았어.”


그리고 청국이 연못에 들어갔다. 이후 다 씻은 뒤 이들은 다시 별채로 들어가 서로의 방에서 자기로 하였다. 잠자리에 들려고 하기 전 홍랑이 말하였다.


“아이고야...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그래.”


뒤이어 홍랑이 약간 투덜대며 말하였다.


“근데 우리 언제까지 이 마을에 머물러야 하는거냐? 그렇게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산에서 열심히 수련했는데 내려와서 하는게 고작 이런 작은 산골마을 지키는 일이야?”
“도사님께서 산골마을로 가라는데 어떻게 하겠냐. 예전에 도사님께서도 말씀하셨잖아. 비록 지금은 작은 일을 하고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살면 언젠가 우리가 필요한 순간이 올거라고. 일단 우리는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
“근데 우리 실력으로는 이런 산골마을 지키는 일보단 밖으로 나가서 노는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말이야. 우리가 놀기에 여긴 너무 좁고 흑건적들은 너무 약하다고.”
“일단은 때를 기다려보자고요. 성급하게 굴지만 말고 이 아가씨야.”


그리고 홍랑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나저나 너, 10년 동안 수련하고 같이 살면서도 이름 하나 안 알려주고있는거 알아?”
“이름? 글쎄? 너가 알려주면 알려줄 수 있고.”


그러자 홍랑이 분노의 눈빛으로 말하였다.


“나도 너랑 똑같거든? 대체 왜 안 알려주는건데? 그정도 정이면 말할 수 있지 않아?”
“됐어. 그리고 우린 같이 수련한 동지이자 친구지 그 이상은 아니거든.”
“알았어. 니가 날 그정도로 볼 줄이야... 그럼 대신 내 비밀 하나 풀을까?”
“뭔데?”
“뭐 니 비밀도 하나 풀을거라고 약속하면?”
“뭐... 그러지.”


그리고 홍랑은 청국에게 말을 하였다.


“내가 어느때든지 항상 머리를 묶고있잖아. 그 이유가 뭔지 알아?”
“왜 그런건데? 나도 좀 궁금하긴했다.”
“나는 머리를 풀면 뭐랄까... 미쳐버린다할까? 그래서 난 머리를 풀면 안된다고 도사님께서 봉인까지 걸어주셨거든. 내 힘으로도 못 풀어. 자, 내 비밀을 말하였으니 너도 비밀을 말해야지?”
“흐음... 나는 말야... 나중에 말할래. 그럼 잘자.”
“야!”


홍랑은 청국의 태도에 화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 청국은 그저 침착하게 있을 뿐이었다. 이리하여 그들의 하루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