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벌써 저녁이 되었다. 홍랑과 청국은 아까의 충격에 벗어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심정으로 별채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별채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 푸른 머리에 푸른 가운을 입은 정체불명의 소녀가 바닥에 앉아 명상에 빠져있었다. 뒤이어 소녀가 눈을 뜨고는 말하였다.


“너희가 홍랑과 청국 맞지?”


소녀가 이들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러자 홍랑이 소녀를 보고 화를 내며 말하였다.


“넌 도대체 누구지? 누구길래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맘대로 들어와?”

“목적이 있어서 왔는데 무슨 일?”


그러자 청국이 홍랑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홍랑, 내가 이야기해볼게.”


그리고 청국은 정체불명의 소녀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이봐”
“왜?”
“이 별채 위치를 아는거보니 이 마을에 꽤 있었던 것 같은데 혹시 너가 그동안 우리 별채 근처에 숨어서 우리 감시하고 오늘 오후에 흑건적들을 죽인 바로 그 놈이냐?”


그러자 소녀가 진중한 목소리로 청국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렇다.”
“왜 그렇게한거지?”
“그들은 위험한 녀석들이야. 너희들은 그들을 잘 몰라.”
“그럼 넌 알아?”
“너희보다는 잘 안다.”


청국과 소녀의 이야기가 계속되자 홍랑이 청국에게 말하였다.


“청국, 일단 내가 저 녀석에게 다시 질문할게.”
“이상한 질문만 하지마라.”


그리고 홍랑이 소녀에게 물었다.


”이봐 무단침입자,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흐음. 설명이 늦었네? 내 이름은 승주라고 한다. 도사님의 명을 받고 너희들에게 왔지.”
“그럼 도사님이랑 아는 사이야?”
“그렇다. 그분은 너희의 스승이면서 내 스승님이기도 하지.”
“잠깐, 같은 스승 밑에서 수련했는데 왜 한번도 본 적이 없지?”
“그야 너희하고 따로 수련을 받았으니까 그렇지.”
“따로 수련?”
“그렇다. 그나저나 니들은 왜 밖에서 질문하는거냐? 안으로 들어와라. 따뜻한 방에서 이야기하자.”

"아..."


승주의 말에 홍랑과 청국은 잠시 창피해졌다. 방에 침입한 승주에만 시선을 집중한 나머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잊고 있던 것이었다.


“아... 질문하느라 방에 들어오는 걸 깜빡했다.”


그리고 이들이 막 방 안에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마을의 부촌장이 이들을 부르며 말하였다.


“저기! 아무래도 여러분께서 이번 마을 회의에 함께 참석하셔야 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자 청국이 급히 뒤로 빠지고는 부촌장님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드디어 회의가 진행되는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청국은 안으로 들어간 홍랑을 다시 부르고는 승주에게 집을 지키라고 말한 뒤 홍랑과 부촌장과 같이 마을 쪽으로 나와 마을 회관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흑건적의 침입과 관련된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의 진행자인 마을 촌장이 말하였다.


“이번 일로 흑건적들은 동료의 죽음을 빌미로 삼아 이 마을을 작정하고 공격하러 올 것이오. 지금까지는 홍랑과 청국이 잘 해내왔지만 이들이 작정하고 공격하러 온다면 그때는 지금까지 부대보다 더 많은 부대가 올 것이오.”


그러자 한 시민이 말하였다.


“어차피 그자들을 이기지 못할 바에 차라리 그냥 마을을...”


그러자 꼬마아이가 말하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홍랑 누나와 청국이 형이 있잖아요!”
“그래도 저들이 제대로 칼을 갈고 온다면...”

“그래도 저는 그 형누나를 믿어요. 형누나는 무조건 이기실 거에요.”


이때 홍랑과 청국이 부촌장과 함께 막 도착하였다. 촌장이 이들을 바라보고 말하였다.


“갑자기 오시느라 수고가 많습니다. 지금 저희는 흑건적의 침입과 관련하여 논의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러자 홍랑이 말하였다.


“흑건적이요? 에이 그런 하찮은 애들은 진짜 작정하고 싸우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작정하고 싸우셔도 힘들 것입니다. 이들이야 말로 진정 힘을 숨기고 있습니다만?”
“네?”


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내려오더니 말하였다. 승주였다.


“제가 오후에 나타나 흑건적을 죽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녀를 바라보며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뒤이어 몇 명은 화를 내며 말하기도 하였다.


“니가 죽였다고? 너 때문에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마을이 심각해진건 알아?”
“그나저나 니가 어떻게 안 나타나고도 죽인거지?”

“다들 조용히하시오!”

촌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일단은 다들 진정하시고 저 자와 이야기를 해보겠소. 자네는 어디서 온 누구인가?”
“저는 환도에서 온 승주라고 합니다.”
“그럼 여기 온 목적은 무엇이지?”
“저는 홍랑과 청국에게 소식을 전달하기 위하여 이 마을에 왔습니다.”
“아니 홍랑과 청국에게 소식을 전달하는 것이 너의 목적인데 왜 갑자기 나타나서 흑건적들을 죽인거지?”
“그게... 옛 기억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사람을 괴롭히는 악인들을 보면 죽이고 싶은 마음을 참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이 마을에 해를 끼치진 않을 건가?”
“저는 선량한 사람들은 죽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승주가 촌장에게 말하였다.


“혹시 이 마을에 고양이는 있습니까? 제가 많이 혼란스러워서요.”
“이런 외지에 서쪽 생물인 고양이가 있을 리가... 대신 갓 태어난 강아지는 있네.”
“그럼 강아지라도 안을 수 있을까요?”
“흐음...”


그리고 촌장은 강아지를 승주에게 주었다. 그러자 승주는 강아지를 안고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강아지를 쓰다듬고있는 승주의 모습은 뭔가 안정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뒤이어 승주가 말하였다.


“흑건적들은 내일 이 마을에 침입할 것입니다. 이에 대비하여 마을 사람들을 모두 안전한 곳에 대피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에 이 마을에 대피할 공간이 있다면 시민들을 그곳으로 대피해주십시오. 그리고 저희는 다시 별채로 돌아가겠습니다.”
“알겠네. 이 마을은 애초 들어갈 수 있는 길이 하나 뿐이라 그 입구만 잘 지킨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을걸세. 허나 그 길이 뚫리지 않게 잘 방어해야 할 것이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을 회의는 마무리 되었으며 사람들은 급히 대피를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고 승주는 청국과 홍랑을 부르고는 다시 별채로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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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여기는 산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흑건적의 본진이다. 그리고 흑건적 본진 중앙의 지휘천막에는 흑건적들의 대두목인 ‘장단’이 부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녀석들이 우리 동료들을 죽였다는거지?”
“네.”
“그렇구나. 그동안 너무 봐주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저 마을을 침략할 빌미가 생기겠군. 일단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라고 명하게나.”
“네.”


그리고 흑건적 부하는 밖으로 이동하였다. 뒤이어 또 다른 흑건적이 지휘본부로 찾아왔다.


“자네는 또 왜 왔는가?”
“어제 실종되었던 흑구가 다시 돌아왔다고 합니다.”
“흑구? 안으로 들여보내라.”
“네.”


뒤이어 우람한 정치를 자랑하는 흑구가 지휘본부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두목님!”
“그래. 흑두, 이 험한 산길에서 기어코 살아돌아오다니 정말 물건은 물건일세.”
“감사합니다!”
“자네, 오늘 흑건적 동료 몇 명이 청풍마을에서 죽임을 당했다네. 그래서 그러는데 내일 청풍마을을 침략하려는데 어떤가?”
“청풍마을이요? 거기엔 홍랑과 청국이 있지 않습니까?”
“난 그 자들이 전혀 두렵지가 않네. 그리고 자네가 그자들보다 훨씬 더 힘이 쎄고 체구도 있는데 두렵진 않지않나?”
“하지만 그들은 요술을 부리잖아요.”


그 순간, 장단이 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그럼 너도 요술을 부리게 하면되지않나?”


뒤이어 장단은 갑자기 주머니 속에서 정체불명의 청동거울을 꺼내더니 거울을 바라보며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암흑의 청동거울이여! 흑구에게 요괴의 힘을 다룰 수 있는 힘을 주게!”


뒤이어 청동거울은 흑구를 향해 보라색 마력을 분출하였고 흑구는 고통을 받으며 크게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다른 흑건적들이 지휘본부로 물려들기 시작하였고 이를 확인한 장단은 급히 청동거울을 내려놓고는 말하였다.


“걱정마라. 나의 초능력으로 흑구가 더 강해졌을 뿐이니 이만 돌아가거라.”


그리고 흑건적들은 모두 돌아갔다. 잠시후 흑구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기 시작하였고 그 순간 흑구의 손에 보라색 빛깔의 전기가 흐르고 있음을 보게되었다. 흑구가 깜짝 놀라며 장단에게 말하였다.


“두목님... 이게 무엇이죠?”
“하하하!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너에게 강력한 힘을 줬을 뿐이다.”

“강력한 힘이요?”
“몰랐는가? 나는 이 강력한 힘 하나로 이 산에 있었던 수많은 산적세력들을 통일했다! 이제 너는 더 강해진 흑구가 된 것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두목님!”
“그래! 이제 너는 홍랑과 청국보다 훨씬 더 강력해졌다. 걱정하지말고 출격준비나 하도록!”
“알겠습니다!”
“어이! 나랑 같이 나가자!”
“영광입니다!”


그리고 장단은 흑구와 같이 기지 밖으로 나와 흑건적들을 소집시키고는 말하였다.


“동지들이여! 우리는 이제 청풍마을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다! 모두 내일 아침까지 출격준비를 마무리하도록! 우리는 내일 청풍마을을 파괴하고 홍랑과 청국을 제물로 바쳐 죽임을 당한 동료들의 혼을 달랠 것이니까!”


장단의 말에 흑건적들은 모두 장단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하였다. 장단은 흑건적들의 환호를 보고 기쁨의 표정을 지으며 승리를 확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