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가 길을 가다가 말을 한다.

"나는 사실 어딘가에서 왔어!"

"어딘데?"

"너한테 한 말 아니야!"

그리고 주위를 보니 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새벽에 나 말고 다른 애가 있을 리 없다.

아니, 없으니까 이리로 다니는 건데, 쟤는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다.

"따라와"

이 추운 겨울날, 저런 이상한 옷을 입은 애를 따라가면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잠시, 그 애를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기도, 내리막길을 내려가기도 했다.

서로간에 숨이 참을 느낌과 동시에 그 애는 말했다.

"너 왜 따라와!"

"걍"

"스토커야?"

"관심 가져줄까?"

"됐어"

그 아이는 다시 길을 걸어갔다. 나는 그 아이 옆에 붙어서 말했다.

"근데 안 추워?"

"춥겠냐"

길은 점점 흙색으로 변해갔다. 점점 나무들은 나의 옆으로 밀착하였다.

조금 더 가자, 인간의 길이 끝나고, 오솔길로 들어섰다.

"왜 이리로 가"

"신경 꺼. 따라오질 말든가."

숲은 더 우거졌고, 핸드폰 후레시로 그 아이와 같이 가야 했다.

"별로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꺼져 줄래."

"그럼 후레시 없이 가는 척을 좀 해보든가."
"으... 근데, 너 내가 보여?"
"ㅈ같이 보여."
"ㅅ* *ㄲ"
"근데 그 옷은 뭐냐, 미쿠 코스프레냐?"
"아니... 아, 됐다, 말 안 함."
그리고 둘은 숲속을 헤맸다. 그러다 그 아이는 갑자기 앞으로 뛰쳐나갔다.

 

 

똥이었다. 그 아이는 나뭇가지로 똥을 휘저었다.

이후, 그 아이는 대단히 난처해하며 말했다.
"없어...! 제단이 없어...!"
"뭔 소리야."
"집으로 갈 수 없다고!"
"뭔 소리냐고!"
"그... 3일이면 될 거야. 그 때까지만 해줘."
"이 일을?"
"아니"
"...?"
"의탁"

 

 

 

그 아이를 의탁하기로 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두 달 동안 3일에 한 번씩 산으로 가서 똥을 휘젔고 오고 있다.
주위에서는 사귀는 사이냐고 묻지만, 나는 그 때마다 정색하고는 한다.
점차, 그 아이와 나의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나는 그 아이의 과거를 궁금해하지 않아 한다.

그저, 하루의 일과가 끝난 저녁이면, 그 아이는 나에게만큼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펼쳐내고, 나는 그 이야기들을 감명 깊게도 들으며, 노트 한 구석에 받아적는 일상을 누릴 뿐이다. 그 아이도 그걸 즐기는 지 내심 바라는 눈치이다.

 

나는 어느 날부터인가,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오면 받지도 않고 끊어버리기도 한다.

그 아이가 본래 있었던 곳에서, 그 아이를 데리러 오는 전화일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