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그 이름도 없는 작은 도시에 미쳐버린 남자가 한 명 있었다. 그는 몇 달 동안 휴식 없는 야근에 시달려서 본래 가지고 있던 특유의 광증이 더 심해지고 말았다. 덕분에 그 남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인 돈키호테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집에서 기사 코스프레를 하거나 기사 갑옷이나 무기를 만드는 소일거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밖에 나가서는 어느 평범한 사람처럼 김칫국에 밥을 말아 먹고 돼지국밥에 소주 한잔을 마시며 아침과 저녁을 해결하고 직장에서는 도시에 관한 여럿 복잡하지만 간단한 서류 작업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평범한 사람처럼 행동했다. 집 안과 밖의 삶이 달라질수록 그의 정신 상태도 끓는 죽처럼 걸쭉하게 변했다. 그가 버티지 못하고 몇 달 휴가를 낸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첫 휴가를 낸 뒤에 처음 며칠 동안은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침대에 앉아만 있었지만, 그 직후에는 돈키호테를 읽거나 게임을 하거나 소파에서 뛰거나 자기 집을 라만차라고 부르며 자신은 그곳의 이달고라고 옆집에 들릴 만큼 크게 소리를 지를 만큼 안락하게 지냈다. 그런 생활이 무료하게 느껴질 무렵에 그는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노인들이 흔히들 오줌발이 그 끝밖에 닿지 않는다고 해서 불리는 오줌 슬리퍼를 신고 자꾸만 내려오는 뿔테 안경을 쓰고 돈키호테를 읽고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읽는데 이번이 오십번째였다. 그가 돈키호테를 좋아하는 이유는 돈키호테는 이야기가 즐거울 뿐만 아니라 마치 자기 삶을 투영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돈키호테도 반쯤 미쳐있었고 아니면 완전히 미쳐있었고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는 그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튼튼하기도 하고 질릴 틈이 없이 이야기가 다시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점도 그가 돈키호테에 빠진 이유였다. 


 하지만 이렇게 돈키호테를 좋아해도 오랜 시간 돈키호테만 읽은 나머지 결국 그 이야기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오십 한 번이나 책을 읽어버렸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절망적인 우울증의 파도 속에 묻혀서는 소파에 누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갑옷과 무기를 손질하는 소일거리도 이젠 손에 잡히지 않았다. 머리에서 시작되는 자신만의 라만차에 대한 망상증도 메말라버리고 말았다. 그는 자위할 기운도 없어지고 말았다. 결국에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살할 생각까지 하고 말았다. 자살 생각 아니면 시름시름 앓다가 회사에 다시 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휴가는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는 평소에 자신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다른 취미를 가지기 위해 노력도 했지만 그런 노력은 모두 철저한 실패로 끝났다. 


 결국 그는 극단적인 공포를 이겨내고 깊은 무료함에 유서를 쓰고 말았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아무런 가치를 살지 못했다며 인간 실격의 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라며 유서에 약간의 유머를 남기고 행운의 7번인 7층 창문 밖에서 떨어지려고 테라스에 발을 디뎠을 무렵이었다. 그때 TV가 아직 틀려져 있었는데 유서를 쓰면서 집중하기 위해서 교양 방송을 틀어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TV는 남자가 자살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말을 거는 듯이 갑자기 프로가 바뀌더니 여행에 관련된 프로로 바뀌었다. 그것은 어느 남자가 저가 비용으로 유럽을 떠돌아다니며 모험 같은 여행을 하는 프로였다. 남자는 반쯤 벗은 상태로 창문 앞에 서 있었는데 그 프로를 푹 빠진 채로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남자는 자살을 포기하고 프로그램을 모두 보는 데 집중했고 어느세 망상 속의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떠들면서 프로그램이 얼마나 훌륭한지 그리고 여행은 얼마나 재미있을지 또 자신은 얼마나 그 여행을 훌륭히 완수할 수 있을지를 깊은 토론을 펼쳤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남자는 자신도 여행을 떠나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휴가는 길었고 남자 자신은 자살을 결심할 만큼 심심했다. 그리하여 남자는 결국 결심했다. 해버리고 말았다. 그는 지금까지 소일거리로 만든 갑옷과 무기로 무장하고 빗자루로 만든 로시난테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는 완전 무장을 해버렸다. 갑옷이라는 것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는데 머리는 파란색 플라스틱 물통에 물감을 칠하고 눈구멍을 낸 것이었고 몸은 알루미늄 호일을 조심스럽게 두들겨서 만들어서 겉보기엔 퍽 있어 보이는 데다 반짝거리기까지 했다. 모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 남자는 이제 내가 라만차의 남자라고 전등에 대고 선언하고 자신만의 여행을 찾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갔다.


 시간은 새벽이었고 태양이 빌딩 너머로 조심스럽게 떠오르고 있었다. 따스한 햇빛이 세상에 색감을 주었다. 그리고 라만차의 남자에게 주홍빛 불꽃을 주었다. 라만차의 남자는 가랑이에 나무로 만든 로시난태를 끼운채로 몬티바이선의 기사들처럼 입으로 말 발굽 소리를 내면서 용맹하게 시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자신이 여행을 하며 겪을 여러가지 문제들을 생각하며 이를 해결할 생각에 기분이 들떠있었다. 


 시장에는 사람이랄게 별로 없었다. 이른 아침에 아직 푸른 빛이 남아 있는 세상에는 조깅하는 아줌마와 자전거를 할아버지를 타는 사람들이 전부였고 몇몇 좌판 상인들이 늙은 몸을 이끌고 다 식어버린 산나물을 걸래 바닥 위에 어떻게 하면 더 예쁘고 맛있게 보일까 고민하며 정리하고 있었다. 라만차의 남자가 그들 곁을 지나가자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곁눈질로 그 남자를 살펴봤으며 속으로는 저 미친놈은 뭘까 하며 욕을 보고 있었다. 


 라만차의 남자는 솔직히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시작한 모험에서 어떠한 시련을 겪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 시련이 언제 자신을 찾아올지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무기인 목검을 깎아서 만든 서양식 검을 정서 불안증에 걸린 사람처럼 만지작거리며 적이 있나 없나 주변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경찰서 앞을 지나갈 때 아침 순찰을 시작하는 경찰들이 그를 보고 잠시 멍하게 그를 바라봤지만 그들도 딱히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요즈음 같은 시대엔 거리에 똥을 싸도 뭔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라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 것이었다. 죄다 유튜브 탓이었다. 


 라만차의 남자는 자신은 아직 기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돈키호테가 그랬듯이 자신도 여인이나 혹은 성주를 찾아서 기사 서임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하늘에 닿을 듯한 거대한 빌딩들이 수없이 있으면서도 그들의 주인들은 개미집에 틀어박힌 개미들처럼 수 없이 나뉘어 있었거나 혹은 주인 자체가 그곳에 살지 않음을 잘 알고 있던 라만차의 남자는 예쁘고 튼튼한 여인을 한 명 찾아서 기사 서임을 받겠노라고 둥실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맹세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얼굴에 검버섯 가득한 노인들만 보일 뿐 여인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 젊은 여인들이 보이긴 보였지만 여인이라기보다는 귀부인에 더 가까웠고 라만차의 남자는 귀부인에게 기사서임을 받아도 되는지 생각이 잘 나지 않아서 귀부인들은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라만차의 남자는 이러한 모험을 반복하고 있었고 어느새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오전 8시가 되었다. 그는 아직도 적당한 여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엔 다른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는데 바로 집에서 돈키호테 책을 가져와서 기사 서임에 대한 부분을 읽어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기가 너무 두려웠다. 집에 돌아가는 순간 모든 모험과 뒤따를 영광을 무시하고 다시 안락하고 편안하지만 그만큼 지옥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걸 방지하기 위해 의도치 않은 방어장치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갑옷이었다. 갑옷을 너무 꽉 묶어놓은 탓에 입을 때도 낑낑거렸지만 벗을 때는 칼로 잘라내서 옷을 집어 뜯어내야 할 만큼 풀어내기 힘들게 꽉 묶어놓은 것이었다. 덕분에 그는 편안하게 눕거나 앉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러니 라만차의 남자에서 평범한 광증 있는 남자로 돌아가는 길엔 하나의 벽이 있는 셈이었다. 


갑옷을 입고 있을 때는 그는 라만차의 남자였다. 라만차의 남자는 결코 지치는 일이 없으며 무료한 일상에 실망하지도 않을 것이고 자살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여인이 없는 상황에선 아무리 라만차의 남자라고 해도 그저 평범하게 무장한 광기 서린 멍청이일 뿐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그 점이 너무 싫었다. 사실이라서 더 싫었다. 


그리고 이 상황이 비정상적이고 미쳤으며 분별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일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는 그의 또 다른 인격이, 정확히는 살아 있는 유일한 이성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성은 그를 보고 이제 집으로 가자고 평범하게 휴식을 취하자고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이렇게 갑옷을 입고 이성을 잃어버린 비이성적인 행동이야말로 기사답지 않으며 그냥 미친놈에 불과하다는 목소리였다. 그래서 남자는 돈키호테는 그저 변명에 불과하고 이 부끄러움과 이성의 목소리에 굴복하고 집에 들어가서 평범한 삶을 보내라는 게 아닌가 하면서 심히 걱정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같은 소리와 생각을 반복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그래서 기분 전환이나 할 겸 이리저리 알루미늄과 살이 부대끼면서 나는 소리와 말발굽 소리를 내면서 시장을 빠져나왔다.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 모두 남자를 흘겨보고 지나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아까 경찰들이 그랬듯이 영상을 찍겠거니 하고 남자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적어도 무기를 들고 있다는 점에서 공포를 느끼는 몇몇이 있긴 했지만 그들은 남자를 피해서 살짝 돌아가는 것으로 대신했다. 라만차의 남자는 사람들이 자신을 흘겨보고 있다는 걸 잘 알았으며 이것에 묘한 흥분감과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 출처 없는 감정에 그는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단지 사람들이 날 지켜보니까 나도 흥분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실제로는 그를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기 위한 이성의 발악이었다. 감정마저 빼앗기기 직전인 이성은 결국 포기하기 직전에 몰려서 정신적 자살을 하기 직전까지 다가섰다. 


마음속에서 폭풍이 일어나고 있을 때 라만차의 남자는 자신의 빗자루 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워. 워.” 하며 진정시키는 듯한 흉내를 냈다. 그 모습을 보던 초등생과 중학생들이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멀리서 사진을 찍고는 갈 길 가버렸다. 몇몇은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라만차의 남자는 모욕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그 아이들에게 바짝 다가가서 머리를 후려쳤다. 


그리고 만약 돈키호테라면 어떻게 대했을까 생각하다가 그는 문득 이렇게 외쳤다. “사악한 집시 놈들아, 네놈들이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로시난테를 비웃느뇨? 당장 내 말에게 사과하지 않겠다면 내 검이 너희를 용서치 않으리라.” 머리를 맞은 아이들은 놀란 나머지 턱이 빠진 채로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중세의 시종처럼 허리를 굽혔다. 그 태도가 마음에 든 돈키호테는 이곳에서 가장 빠른 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이들은 눈치를 보다가 오토바이라고 답했다. 그들은 한 대 더 맞았다. 그리고 다시 질문이 돌아왔을 땐 로시난테라고 말했다. 이제 그들에게 화가 완전히 풀린 라만차의 남자는 그들을 보내줬다. 그들은 발에 먼지가 나도록 뛰어서 신호등 있는 건널목을 건너더니 학교로 향했다. 


이렇게 하나의 사건을 끝냈을 때 뒤에서 돈키호테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등 뒤를 돌아보니 웬 키가 2미터에 어깨너비도 그 정도가 될 법한 거구의 남성이 땀 냄새를 풍기면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팔뚝에는 뱀이나 늑대 비슷한 문신도 그려져 있었다. 라만차의 남자는 드디어 이 여행이 진정으로 시작되는구나 하면서 자신의 검을 잡았다. 


“아까 아이들을 왜 때린 겁니까?” 


“내 로시난테를 모욕해서 그렇다.”


“로시난태가 뭡니..” 말이 모두 이어지기 전에 라만차의 남자가 목소리를 높혀서 말했다.


“닥치라 이 거인 놈!” 그리고 자신이 손질한 목검이 부러지도록 그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러자 2미터에 달하는 거구가 앞으로 쓰러지면서 쿵 하는 소리를 냈다. 라만차의 남자는 그 남자가 쓰러졌어도 죽일 만큼 두들겨 팼다. 끝내 그의 머리가 깨지면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라만차의 남자는 자신이 겁을 먹을 만큼 그를 두들겨 팼다.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를 뜯어말렸다. 사람들의 힘에 밀려 나온 라만차의 남자는 그들에게도 주먹질하면서 군중을 도망치게 했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자 봐라! 내가 거인과 그의 수하들을 물리쳤다!” 하지만 검을 잊어버렸으니 완벽한 승리는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그 말은 굳이 입에 담지 않았다. 라만차의 남자는 자신이 쓰러트린 거인이 타고 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말을 정당한 전리품으로 획득했다. 여기서 말하는 말이란 오토바이를 의미했다. 그리고 할 일이 없어진 로시난테를 옆구리에 매고는 이제 로시난테를 새로운 검으로 쓰자고 다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여행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라만차의 남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폭주했다. 도로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자신을 기사로 만들어 줄 여인이 어디 없나 하면서 도로를 보지 않고 운전하기도 했다. 과속은 기본이었고 술에 취한듯이 이리저리 끼어들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의 복장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미 거인을 쓰러트렸을 때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지 오래라 경찰들이 그를 체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라만차의 남자는 그런 사실도 모른 채로 오토바이 연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달렸다. 끝내 오토바이가 쓰러지자 힘이 다해서 죽었다고 생각하고는 자기 말인 로시난테를 다시 꺼내서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말발굽 소리를 내면서 출발했다. 


그리고 그는 발견했다. 엄청나게 아름답고 몸이 튼튼해 보이는 여인이 그의 앞을 지나쳤다. 그 모습은 고귀한데 벨벳으로 만든 듯한 검정 드레스를 걸치고 있는 데다 진주로 만든 귀고리를 하고 있었으며 얼굴엔 분을 칠해서 종이보다 새하얬다. 라만차의 남자는 그녀의 뒤를 밟았다.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고백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여인이 되어서 앞으로 이름이 높아지고 명예를 쌓을 기회를 주기 위하여 그런 의도를 위해 접근했지만 여인은 등 뒤에서 따라오는 은박지로 휩싸인 거구의 사내를 보고 공포에 질린 채로 걸음을 빠르게 재촉하고 있었다. 


여자가 걸음을 멈추면 라만차의 남자도 걸음을 멈췄다. 그는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완벽한 고백이 완성될까 어떻게 하면 거부하지 못할 멋진 말을 내뱉을 수 있을까 아 나에게 뱀의 혀가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데 나는 인간으로 태어났고 그중에서도 혀는 가장 쓸모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다고 하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의 걸음을 따라서 여자가 멈추면 멈췄고 여자가 달리면 달렸으며 여자가 걸으면 걸었는지만 결코 따라잡거나 지나치진 않았다. 스토킹이었지만 그는 자각하지 못했다. 


여성은 극단적인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살인? 강간? 강도? 아니면 강도 살인 강간? 세 가지 모두 당할까? 저 남자는 무엇 때문에 나를 쫓아오는 걸까 하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어지럽게 맴돌았다. 그녀에겐 자기 보호를 위한 무기도 없었고 근처에는 사람도 없었다. 오직 남자와 둘 뿐이었다. 으슥한 골목이었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의 불안은 현실이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결국 비명을 질렀다. “살려줘요!” 그녀의 공포에 질린 목소리에 라만차의 남자는 그녀의 곁으로 뛰어갔다. 그녀를 품에 안은 직후에 아무런 문제도 없을거라고 그리고 자신이 있으니 두려운 것도 없으리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그녀는 라만차의 남자의 행동을 다른 의도로 오해하고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진정시킨다고 라만차의 남자의 옷이 일부 찢어지고 말았지만 그는 게의치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 진정하세요 숙녀분 저는 당신의 충실한 종이랍니다. 그러니 진정하시고 왜 그렇게 겁애 질리셨는지 말씀해주세요.” 그떄 골목길에서 경찰들이 몰려오며 라만차의 남자를 포위했다. 


“당장 그녀를 놔줘!” 


“그럴 순 없다네 경찰양반 이 여인이 이렇게 겁에 질렸지 않은가.” 


“그건 당신 때문이잖아 당장 여자를 놔줘!” 그들이 곤봉을 들고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라만차의 남자는 이 대우에 불쾌감을 느끼고 이렇게 외쳤다. “이 무뢰배들아!”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외쳤다. “분명 내게서 이 여인을 뺴앗아가서 악한짓을 하려는게 분명하겠지! 걱정 마세요 숙녀분 재가 당신을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곤봉이 날아와서 라만차의 남자의 다리를 가격했다. 불로 지진듯한 통증이 다리에 닿았으나 그는 어느센가 바닥에 떨어진 빗자루 로시난태를 집어들고 주변을 휩쓸었다. 경찰들 몇명이 로시난태의 주둥이에 맞고 쓰러졌고 몇몇은 이빨이 부러져서 피를 흘렸다. 그 사이에 여성은 도망쳤다. 그가 싸우면서 이렇게 외쳤다. “불가능한 싸움이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곤봉을 휘둘러서 다른 경찰을 쓰러트리며 말했다. “무적의 적이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마지막 경찰을 쓰러트린 직후에 남자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내가 승리했다!” 그가 외쳤다. 하지만 명예는 없었다. 여인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급히 주변을 살펴보며 여인을 찾았지만 이미 도망치고 없었다. 그녀는 저 멀리 블록은 두 개는 더 넘어서 사라지고 말았다. 라만차의 남자는 자신의 로시난테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근처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그도 부상이 심했다. 여러 군데 곤봉으로 맞아서 피멍이 들었다. 알루미늄 갑옷은 전혀 쓸모가 없어서 거의 다 찢어졌고 찢어진 것들이 상처와 피부를 콕콕 찌르고 있었다. 


그가 투구를 벗고 처음으로 바깥 공기를 시원하게 마셨을 때 하수구 냄새가 코를 찔러댔다. 여행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라만차의 남자는 다시 평범한 남자로 돌아갔다. 그는 드디어 제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직시했다. 그러나 당황하지도 놀라지도 않았다. 그는 허망하게 그냥 그렇곤 이라며 넘어갔다. 그리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태양이 저물고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허리춤에 격한 고통을 느끼며 쓰러졌다. 


테이저건은 그의 오른편에서 발사됐다. 기절해 있던 경찰 중 한 명이 깨어나자마자 그를 발견하고 테이저 총을 발사한 것이었다. 남자는 그대로 기절했고 여행도 그렇게 끝이 났다. 경찰은 그를 경찰차로 끌고 갔고 30분 있다가 유치장에 그를 처넣었다. 한참 동안 기절해 있던 남자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멍하니 유치장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철창과 자신과 똑같이 묶인 채로 구석에 처박혀있는 술 취한 난봉꾼 동네 건달이나 양아치 따위의 사람들이 있었고 벽면에는 검붉은 얼룩이 있었으며 철창은 비좁아서 팔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쥐가 돌아다니면 딱 맞을 거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엔 그는 너무 피곤했다. 그는 그대로 차가운 바닥에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꿈속에서 그는 돈키호테의 이야기 속에 있었고 라만차에서 멋진 기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