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족의 신앙에 따르면 그들이 무언가를 먹으면 그것의 영혼을 먹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먹은 것들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에 배를 들여다보니

나의 내장에 짓밟혀왔던 풀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고

닭과 돼지가 내 기도에 모가지만 턱 걸린채로 "너가 죽였어!"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숨이 막혀왔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얼굴의 구멍이란 구멍에는 반투명한 눈이 껌뻑이는 걸 보고

어린 아해는 "어머니! 어머니!"를 부르짖으며 거실로 달려나갔다. 

그곳에는 시뻘건 벽지와 그보다 더 붉은 창문이 있었고, 신기루가 일렁이듯 꿈틀거리는 컴퓨터 모니터와 소파. 그리고 해석하기 싫은 소리를 내며 부들거리는 검붉은 상자. 마치 콩팥을 지나고 남은 노폐물처럼 노란색 피가 꿀렁꿀렁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눈물과 함께 구석에 틀어박혀 비명을 무시하고 있을 때 무언가 따스한 게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일본 원숭이처럼 귀를 막고, 그분의 따뜻한 품에 눈과 입을 가리고 숨참던 나에게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왜 울고 있니."

"내가 지금까지 죽인 것들이 나를 죽이려 드는 것 같습니다."라는 아해의 대답에 어머니는 잠시 멈추시다가 깔깔 웃으시고, 다시 잠시 멈추시더니 말없이 나를 토닥여주셨다.


"모든 것은 그저 거쳐가는 과정이란다. 결국 세상은 스스로를 태우고, 그 위에 새 살을 돋우는 거니까."


어린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들려오는 어머니의 자장가와 덮어오는 따스한 손은 쉽게 흥분하던 아해의 마음을 그보다 쉽게 잠재우셨고, 어머니가 두 번째 자장가를 부르시기 전에 어린 아해는 꿈을 꾸고 있었다.

스스로 깃털에 불을 붙이고, 잠시 후 더욱 빨개진 옷을 입고 날아오르는 새의 꿈을.

아, 세월이 지나 제대로 말 못하지만, 마음만은 기억하는

이것은 내 어릴적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