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난 요양원에서 일한다. 뭐 별로 궁금하지는 않겠지만, 난 이 요양원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다. 부모님은 오랜만의 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했고, 할머니, 할아버지 까지 얼마 안지나고 돌아가시고, 난 크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아무도 내 곁에 없다는 생각에, 나는 툭하면 울기 일쑤였다. 그래서 탈수증세가 올뻔 한적도 있었다. 


물이 부족해 사러가던 그때, 난 우연히 요양원을 보았고, 그것이 내 인생에 시발점이 되었다.


요양원의 안은 평범했다. 병원 같지만 병원이 아니였고, 인테리어는 유치원을 연상케 했다. 그 안에서는 여러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수다를 떨고 계셨다. 난 왠지모를 친근함을 느끼고, 이곳이 내가 살곳이라는걸 느꼈다. 조금 과장된 것 같지만, 진짜로 거대한 포근함을 느꼈다. 마침 한자리가 비었고, 내 학력은 그리 나쁘지 않았기에, 바로 직원으로 채택되었다. 사장은 바뻤는지 바로 뽑은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난 이렇게 일하고 있다. 근데 힘들다. 쓰레기에 청소에.. 수다를 떨 시간이 없었다. 잠깐 쉬었을때, 그때가 수다를 떨기 가장 좋았다. 


"할아버지, 여기서 뭐해요?"


"응? 뭐하긴 그냥 있지"


이기호 할아버지, 68세다. 6.25전쟁을 겪으신 분이신데, 6.25때 어머니, 아버지랑 피신하다  아버지는 폭격으로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한다. 그리고 동생도 한 명 있었는데, 어린 동생은 혼자 산길을 헤치다 실종되었다 한다. 그 일로 어머니는 정신병에 걸려서 평생을 고생했는데, 할아버지는 어머니를 위해 공장에서 계속 일을 하다 손가락 하나가 없어졌다한다. 베트남 파병도 갔다 한다.


다만, 할아버지 앞에서 전쟁 얘기는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이기호 할아버지 처럼 친절해 얘기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은 이야기를 꺼려한다.


"그 얘기는 하지말어."


"왜요?"


"마음이 아퍼"


나는 그때 몰랐다. 하도 티비에서는 할아버지들이 전쟁 관련 얘기를 잘 하던데, 여기는 달랐으니까. 티비에 나온 할아버지들도 얘기 할때마다 겉은 괜찮았으나, 마음이 아팠을까? 


"젊은이."


"네?"


"왜 내가 할아버지 라고 불려지는지 아나?"


"어.."


대답하는건 어려웠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가 늙은 남자를 할아버지라 불러 그냥 나도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건데, 이때까지 이유를 생각 못하고 그렇게만 불러왔다.


"뭔데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살짝 웃으며


"없는 할을 붙이고, 아버지에 붙이지. 그래서 할아버지가 되는거야."


어.. 조금 어이가 없었다. 없는 할? 그게 뭐지..


"근데 이상하지? 아버지는 자식이 있는 사람이 아버지인데, 자식 없고 늙은 사람도 할아버지라 불리우는게. "


"없는 할이면 자식없는 사람이 할아버지라고 불리는게 아닌가요?"


"아니야. 내가 말하는 없는 할은 책임감이 없는 것이야. 아버지는 비로소 책임감이 생기면 바로 아버지가 되는거야. 당연하게 들리겄지만, 책임감을 갖는건 쉽지 않아. 그렇기에 책임감을 얻기 위해 많은 고통이 오가고, 그렇게 아버지가 되는거지. 젊은 너도 아버지인거야."


그런가. 자식을 키우는건 생각지도 못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사람은 살면서 한 번의 충격을 받으면 그에 대응하기 위해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커진다. 고통이 어쩌면 격려보다 가장 좋은 동기부여제다.


"그런데, 자식이 다 크고 독립하고 자신이 키우지 않아도 되면, 책임감이 사라져. 그래서 없는 할을 붙여서 할아버지라 불리우지."


"그럼 자식 없는 사람은요?"


"자식없는 사람은 처음에는 책임감이 풍만해서, 자식이 없어도 자신의 부모님을 자식처럼 돌보지. 그러다 부모님을 떠나보내면 그때 책임감이 사라져. 그래서 자식없는 할아버지들은 조금 젊은 나이에 할아버지가 되버리지. 그게 나고."


부모님을 자식처럼 돌본다.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건가. 책임감을 풍만하게 가져도 쓸곳이 없으니 나는 대체 아버지가 아니라 뭐가 되는 것인가.


"만약..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면.."


"어린 나이에? 딱하군.. 그래도 걱정마. 인간은 무조권 자신의 책임감을 쓸것을 반드시 찾으니까."


그런가.. 다행이다. 


"시간이 참 빠르지... 요즘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버지가 된줄도 모르고 막사니.."


"할아버지는 그럼 아버지때로 돌아가면 뭘 더 하고 싶나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생각하더니


"어머니 얼굴을 더 볼거야. 일만 하다보니 어머니 얼굴을 잘 못봤어. 돈만 주면 뭐해. 어머니 눈빛이라도 봤어야 하는데."


그리고 더 말씀하셨다.


"어머니도 그걸 바래셨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