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은이 새로운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마도구에 또다시 마법진이 여럿 세워지더니 크게 회전했다. 그 직후 엄청난 반동이 경기장을 휩쓸고 주위를 초토화시켰다. 김초은과 전청아의 가까이에 있던 의자들은 모두 날아갔고, 조리대 위의 요리도구들이 날아갔으며 어마어마한 양의 먼지바람이 일었다. 경기장 안의 모든 사람들은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강풍을 맞아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면 쟤가 세상을 집어삼켜버릴 거라고!"
주연재가 거센 바람을 겨우겨우 버티며 추강찬에게 말했다.
"몰라, 이제 다 끝났어. 앞으로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추강찬은 절망에 빠져 이미 무기력해 있었다. 그런 추강찬의 정신을 살려주기 위해 주연재가 말했다. 살짝 소리치는 느낌도 있었고 떠보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 생각 하지 마!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기다린다니! 악화되지 않게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야 할 거 아니야? 이제 제팔력까지 꺼내면 완전히 끝나는 거야. 그 전에 막으라고!"
추강찬은 그 말에 정신을 차렸다. 세상이 파멸에 가까워지기 전에 이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던 자는 사실상 그 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더욱 책임감 있게 대처해야 했다.

추강찬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제일력으로 만들어놓은 수납공간에서 대파를 꺼냈다. 대파는 김초은의 마법을 풀려고 했던 때처럼 마법을 무력화시키는 힘이 있었다.
현재 불은 쓰지 못하는 상태. 추강찬은 대파에 대고 말했다.
"케르도 아치브 다이파 이바리드 카프아치브!(대파의 무력화 성분을 정밀활성화)"
대파에서 붉은색 창이 떴고, 거기서 분자구조가 보여졌다. 추강찬은 실을 조작해 정밀활성화를 시작했다.
김초은이 그걸 보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제이력으로 전격마법을 크게 날렀다. 그러나 주연재가 제일력으로 공격을 막아서며 추강찬은 안전하게 있을 수 있었다.
"힘내!"
"너도!"
주연재의 말에 추강찬이 기운 넘치는 톤으로 알겠다며 소리질렀다.
옆에 있던 전청아가 그걸 보고 얼굴을 찌푸리면서 제오력으로 바닥을 융기시켰다. 조리대와 의자들과 촬영장비들이 그 반동으로 인해 하늘로 치솟았다. 그러나 다행히 주연재가 어느정도 막아 추강찬은 별다른 해를 입지 않았다.
김초은은 평소대로 초연하게 대처했다. 제일력으로 불을 생성하고 제일력 마법으로 잠시 가두어두었다. 그러자 공간에 갇힌 불은 점점 더 공간을 덥혀 엄청 뜨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제오력을 발휘해 그 제일력 공간을 땅에 떨구었다. 그러자 바닥이 용암이 되었다. 김초은은 그 용암을 제이력으로 움직여 주연재와 추강찬이 있는 곳의 사방을 녹였다. 주연재와 추강찬은 엄청난 열기를 버텨야 했다.
주연재는 물을 생성해서 제이력으로 순간적으로 얼린 후 제육력으로 얼음의 추위를 활성화시켜 주위를 냉각시켰다. 용암이 돌이 되어 굳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열기를 버티는 데에 용이했다.
주연재가 널브러진 촬영장비와 의자 따위를 제이력으로 조종해 김초은에게 던졌다. 그러나 김초은은 제일력으로 방어막을 형성한 후 제이력으로 순식간에 분쇄시켰다.

김초은과 전청아가 쏜 마법들이 사방에 날아다녀 주위를 초토화시키고 사람들을 조종시키며 전광판까지 깨먹는 사이 추강찬은 대파의 정밀활성화를 완성시켰다. 주연재는 기력이 다했는지 조금씩 부상을 당하고 있었다.
이제 추강찬의 차례였다. 추강찬이 대파를 제이력으로 복제시키고 사방으로 즙을 뿌렸다. 그러자 일부 마법이 무력화되었고 사람들 일부가 제정신을 찾았다.
김초은이 그걸 보고 전청아에게 다시 조종마법을 걸라고 지시했다. 전청아가 계속해서 걸기 시작했다.
추강찬이 계속 대파를 날리고 있는 사이 조금씩이지만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치유되고 있었다. 그러나 추강찬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마법이 무력화되는 과정이 트럭이 머리를 깔아뭉개는 듯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추강찬이 그걸 알아차리고 경기장의 식재료 대기실을 향했다. 이 과정에서 사방이 용암이었기에 제이력을 써서 날아갔다.
주연재도 제육력으로 즉석에서 제조한 마늘을 먹어가면서 어느덧 기운을 차렸다. 마늘은 한의학에서 거의 산삼 급으로 많이 쓰이는 것처럼 만병통치약 급의 치료제였기 때문이었다.
추강찬은 날아다니는 마법들을 제일력으로 겨우겨우 막으면서 식재료 준비실에서 수수를 꺼냈다. 그리고 제이력과 제육력을 동원해 고량주를 즉석에서 제조하고 마법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주연재가 열심히 막아주었기 때문에 다치지는 않았다.
추강찬이 다시 나와서 대파 즙을 뿌렸다. 그 과정에서 고량주도 같이 뿌렸다. 살짝 알딸딸하겠지만 덜 아프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어느덧 몇몇 사람들이 완전히 기운을 차렸다. 그 중에는 원래 선수 자리에 있었던 조정수도 있었다. 조정수가 어리둥절해하며 상황파악을 했다. 그리고 사방이 전장인 것을 보고 까무라치게 놀랐다.
주연재가 제이력으로 김초은이 있던 곳을 늪처럼 만들며 움직임을 봉쇄했지만 김초은은 바로 막아내었다. 김초은이 제일력으로 감옥을 만들려 했으나 주연재는 제육력의 대파로 깨부셨다. 주연재가 김초은과 전청아 모두를 향해 제이력으로 번개를 날렸고 그들은 김초은과 전청아는 별 것 아닌 듯 바로 막아내었다.

조정수는 이것을 보고 슬금슬금 일어났다. 그리고 원래 그곳이 그의 자리였던 듯 김초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바로 화력덕후답게 제이력으로 엄청난 양의 폭렬마법을 선보이며 그 근처를 날렸던 것이었다. 김초은은 가공할 화력에 움찔했지만 너끈히 막아내었다.
김초은은 뭔 일인가 싶었다. 분명히 자신들의 계략을 아는 사람은 추강찬과 주연재 둘 뿐이었는데, 지금 다른 사암이 와서 공격하고 초있다. 그렇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내가 니들의 그런 생각을 모를 것 같았냐?"
조정수가 제이력을 또다시 날리며 외쳤다. 김초은이 막아내면서 말했다.
"어떻게 안 거지?"
"니가 추강찬이랑 주연재한테 마법 걸 때 임경빈이 다 들었어. 마침 그 때 주제가 청력증진이었는데 멋모르고 음식을 먹어버렸지 뭐야."
김초은이 자신이 놓친 것을 깨닫고 분노했지만 어차피 아랫것이라는 마인드와 함께 바로 반격해들었다. 그러나 조정수의 제일력도 수준급이어서 바로 막혔다.
"아, 그리고 커플이라고 놀렸던 건 접근하려고 그랬던 거다. 그리고 임경빈이랑 박태오도 알고 있어!"
조정수가 추강찬과 주연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추강찬과 주연재는 그제서야 왜 그랬는 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는 말에 큰 마음의 지지를 받았다.

추강찬이 대파즙과 고량주를 사방에 흩날리고 주연재가 마법을 날리며 조정수가 화력을 자랑하면서 조종당했던 사람들이 조금씩 기억을 되찾기 시작했다. 추강찬은 그 중에서도 박태오와 임경빈을 되살리는 데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그들을 벗어나게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살인적인 통증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깨어나면서 자연스레 대열에 합류했다. 상황은 조정수가 설명해주어 한결 편했다.

김초은과 전청아는 2대5의 싸움이 되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실력은 분명히 김초은과 전청아가 한 수 높았지만 인해전술에는 어쩔 수 없었다.
주연재와 추강찬은 김초은이 어떤 행동을 하기를 바라며 최대의 공세를 넣고 있었다. 그 행동을 하면 김초은의 마법이 모두 무력화되며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었다.

조종당하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전청아의 뜻대로 공격해나가는 가운데 김초은과 전청아는 어느 덧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한 번은 조정수의 폭렬마법이 제일력 마법의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기도 했고, 또 한 번은 주연재가 고춧가루로 즉석제조한 제육력 마법이 전청아를 한 방 먹히기도 했다. 임경빈과 박태오도 조금씩 몰아넣기 시작했다.
추강찬이 어느덧 김초은의 마법을 뚫고 제이력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어 근접전이 코앞이었다.

그때였다. 김초은이 전창아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비장하게 영창을 외웠다. 김초은은 이제 너희들은 끝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리베다무카 사무한 소로모이스유에."
사방이 어두워지고 음산한 기운이 몰려왔다. 바람이 강하게 불더니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붉은 갑옷을 입은 병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 병사는 한쪽 다리를 질질 끌고 있었다.
김초은이 악마 소환에 성공하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추강찬과 주연재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악마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잘 왔어. 세계를 정복하는 데 도와달라고. 우선 저들에게 네 힘으로 따끔한 맛을 보여주자."
그러나 악마의 반응은 의외였다. 악마는 뭔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너, 내가 누군지 알고 하는 말이냐?"
"당연하지. 악마잖아?"
"그거 말고. 내가 어떤 악마인지."
"악마면 악마지 어떤 악마가 있다고."
김초은이 뜻밖의 반응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몰라? 나 제파르야. 여자가 남자한테 강한 사랑을 품게 만드는 능력의 악마라고. 이걸로 세계를 제패할 수는 있겠냐?"
김초은은 그 순간 당황했다. 악마를 소환했는데 자기가 생각한 거랑은 다르게 매우 쓸모없었기 때문이었다.
악마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쟤는 이미 저 녀석 좋아한다고. 너는 참 필요없는 짓을 하는구나. 그래도 불렀으니까 한 번 쏴볼까."
그리고 악마의 마법이 주연재에게 날아갔다. 김초은은 병신을 보는 듯한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추강찬은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에 어버버했고 주연재는 얼굴이 달아올라 그 자리에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푹 주저앉았다. 주연재는 계획에 따르면 이 상황이 일어날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말을 진짜로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럼 다했냐? 갈까?"
"어, 그래. 가라."
김초은이 건성으로 무미건조하게 답했다. 악마 제파르가 가려고 하더니 이내 뭔가 말해야겠다는 듯 다시 김초은을 바라보았다.
"한가지 더. 너는 나를 부르면 오는 패널티는 알긴 하냐? 소환하는 수치를 모르고 음란한 인간이 된다는 거?"
"아 잠깐"
"그럼 잘 가라. 불쌍해서 불임은 안 시켜준다."

김초은이 엄청나게 허무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김초은의 마음 안에서 뭔가 이상하고 오묘한 느낌이 올라왔다. 주연재가 5차전이 끝나고 추강찬에게 말한, 김초은이 제영력을 잘 못한다기에 말한 그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추강찬이 주연재가 예전에 귀띔해주었던 대로 제일력으로 사면에 투명한 벽을 만들었다. 앞으로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김초은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고 몸에 서서히 힘이 풀렸다. 그리고 그 후의 이성은 끊어지고 야생의 본능에 맡기기 시작했다.
김초은이 제이력의 힘으로 부스터처럼 무턱대고 돌격하더니 이내 추강찬의 결계에 부딪혀 나가떨어졌다. 김초은은 눈이 풀린 채로 대충 상황파악을 하고는 다시 돌격했다. 그리고 또 실패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주변을 둘러보고는 바로 가장 가까이에 있던 박태오에게 돌진했다. 박태오는 그대로 김초은에 의해 넘어지며 덮쳐졌다.
박태오는 매우 당황해했고 전청아와 임경빈 등 주변 사람들이 달려와서 뜯어말리며 떼어놓았다. 전청아가 김초은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제일력으로 김초은을 살짝 가두어놓았다. 임경빈도 그 위에 하나를 덧씌웠다. 그러나 김초은은 바로 뚫고 다시 돌격했다. 그러기를 몇번, 이제 박태오도 김초은이 오면 결계를 치기를 반복했다.

조정수는 김초은이 성욕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떨어뜨렸던 마도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향해 강력한 폭렬마법을 날렸다. 그러나 마도구는 그렇게 쉽게 깨지는 않는 물건이었다. 마법이 반사되면서 주변을 날렸다.
조정수가 그걸 보고 그의 수납공간에서 양파를 하나 꺼내 마법을 걸었다.
"에자니 스테로 오위벨 매테르 차이드(제이력 마법, 양파의 강도 최대로 강화). 에자니 스타바크하 스티르 차이드 타이마 파(제이력 마법, 8초 뒤 최대 세기로 물질폭파)."
노란색 마법이 양파 안에 흐르더니 곧 양파 전체를 둘러쌌다. 조정수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마도구 안에 양파를 넣고 반대쪽으로 튀었다. 그러자 8초 뒤 천지를 뒤덮는듯한 엄청난 섬광과 폭음과 함께 마도구가 두동강이 났다. 추강찬이 5차전에서 제삼력 컨트롤 실패로 패배했을 때 나왔던 마법이었다.
5차전 때는 양파가 흐물흐물해서 그리 센 마법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강도를 최대로 조절했기 때문에 강력한 수류탄이자 폭발물이 되어버렸다.
마도구가 파괴되자 김초은이 주변에 걸었던 모든 마법은 해제되었고, 세뇌되었던 모든 사람들이 풀려났다. 주변에 흩뿌려진 고량주와 대파즙, 그리고 흩날렸던 의자와 조리도구 등을 보며 어리둥절해하다가 하나 둘 혼란스러워하며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허둥대기 시작했다.
전청아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게 된 김초은을 막으면서 그 광경을 보며 인생이 ㅈ됐음을 깨달았다. 바로 김초은이 보이지 않도록 자신과 함께 검은색 결계에 가둬놓고 그 결계 채로 순간이동시켰다. 대회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러버렸다.

원래 주최 측의 진행 담당이었던 사람들도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곳곳에서 욕설과 함께 거친 반응이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곧이어 상황파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걸 본 박태오와 임경빈과 조정수가 그 진행요원들 중 한 명에게 가서 상황을 전부 고발했다. 추강찬과 주연재가 본능적으로 막아서려 했지만 그들은 사실을 알면서도 김초은에게 제일력 마법으로 기억이 봉인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머리에 아무런 이상이 오지 않았던 걸 깨닫고 가만히 두었다.

그 이야기를 다 들은 주최 측의 진행요원이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여기는 경기장, 여기는 경기장. 선수에 의한 세계정복 시도가 발생했으나 다행히 다른 선수들이 막아주었다. 피해복구와 파악을 위해 지원인력을 불러오도록."
그리고 추강찬, 주연재, 박태오, 임경빈, 조정수를 보면서 말했다.
"잘 했어. 따라와, 이제 걔네들을 찾아내야지."
또 추강찬과 주연재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희들 마법도 풀어줄게. 고생했어. 멋진 일 했네."
추강찬과 주연재가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고개를 돌려 평소처럼 말을 나누려 하다가 아까의 생각이 나서 얼굴이 화끈해져 고개를 다시 돌렸다.
"흐흐, 나이스 커플."
임경빈이 그 둘을 놀리면서 말했다. 추강찬과 주연재는 동시에 대꾸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입밖으로 나오려다 다시 부끄러워져서 쏙 들어갔다. 임경빈과 조정수, 그리고 박태오까지 그걸 보고 웃었다.
"아, 쫌!"
추강찬과 주연재가 동시에 반발했다. 그러나 바라는 바와 다르게 주최 측 진행요원까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몹시 흐뭇하고 귀엽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언제 갈 건데?"
"그래, 가자, 제발."
진행요원의 말에 추강찬과 주연재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
"알겠어, 알겠어. 가자!"
그 말에 박태오가 따라주었고, 조정수와 임경빈도 거기에 순응했다. 추강찬과 주연재는 아직도 부끄러웠는 지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다.

"그냥 이렇게 된 거 진짜로 사귈까?"
뒤에서 추강찬이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추강찬의 얼굴은 주연재의 얼굴과 마찬가지로 잘 익은 홍당무의 색을 하고 있었다. 주연재가 움찔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응....."
"뒤에서 뭐하냐?"
박태오가 한창 좋은 분위기를 깨뜨리고 뒤돌아보며 말했다. 추강찬과 주연재가 화들짝 놀랐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뭔데, 뭔데?"
"아무것도 아니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