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때가 생각난다. 내가 코흘리개였을 시절.


그때 나는 귀신이란 게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후로도 나는 귀신을 보기 시작하였다.

매우 우연이었다.


다섯살 때였던가.

그때의 나는 놀이터에서다가 오전에 내린 비로 인해 흙탕물을 밟는 바람에 진흙더미를 한가득 뒤집어썼다.

꽤나 큰 웅덩이였었나.

난 유치원에서 내 준 숙제인 '내 친구 소개'에 누구를 적을까 고민하다가 욕조 속으로 퐁당 뛰어들었다.

거품의 감촉이 나의 부드러운 살결에 느껴졌다.

거품목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뒤 나는 마무리 샤워를 하기 위해 샤워기를 틀고 몸을 헹구었다.

그런데 갑자기 싸해졌다. 샤워기의 물은 미지근한 물이었지만 온몸예 소름이 돋았고 이마에서 간질간질한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머리카락이었다.

나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어린 나에게는 그저 '그것'이 긴 머리카락 뭉텅이로 보였었지만.

샤워를 끝내고 몸을 닦고 머리를 말리려는 도중에 부모님은 욕실 천장에 있는 곰팡이를 보시고선,

'어머, 저기 곰팡이가 있네! 또 청소해야겠다.

그나저나 왜 이리 추울까? 아직 9월 중순인데.'

난 처음엔 그것이 곰팡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1주일 뒤 난 그 검은 실뭉텅이가 '그냥 곰팡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계산 해주세요!-[上]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