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추강찬과 김초은이 서있는 무대에 마법이 발동되며 새로운 조리대가 하나 추가되었다. 이는 연장전이 이루어짐에 따라 생겨난 주연재의 자리였다.
관중들은 드물게 벌어지는 연장전에 기대심이 부풀어오른 모양새였다. 2명이 아닌 3명의 대결을 맨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그리 흔한 기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조리대의 배열이 바뀌어 어느새 무대 중앙에 삼각형 모양으로 배치되었다. 이미 무대에 서있던 추강찬과 김초은을 유려하게 피해가는 그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스포트라이트는 추강찬과 김초은에게 집중되었다. 그리고 주연재도 이 쯤 되니 들어와있었고, 그녀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지고 있었다.
"선수들은 자신의 조리대로 가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과 동시에 조리대 위에 이름과 출신지역이 적힌 창이 떴다. 어떻게 해야 할 지 기다리고 있던 선수들은 사회자의 말대로 그들의 자리에 들어섰다.

주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개되었다. 주제는 불면증 치료. 불면증은 대회 초반에 박태오에게 알려주었던 치료법 중 하나였다. 그래서 더욱 더 자신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특별주제가 남아있었다. 그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조리법은 완전히 달라질 터였다. 연장전은 세계의 운명이 결정되는 마지막 순간이었기 때문에 이것이 추강찬과 주연재에게는 매우 중요하게 다가왔다.
"특별주제를 공개합니다!"
사회자의 말과 함께 특별주제가 공개되었다.
'멧돼지 고기 사용'
어려운 주제였다. 멧돼지 고기는 사육된 돼지보다 훨씬 질기고 특유의 노린내 때문에 요리하기 어려운 부위였다. 그러나 이걸 써야만 하는데 어쩌겠는가.

추강찬과 주연재는 대회가 시작하면서 오행에 따르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떠올려보았다. 김초은은 金, 추강찬은 火, 주연재는 土였다. 구도만 보면 추강찬이 주연재를 돕고 주연재가 김초은을 도우며 추강찬이 김초은을 치는 구조였다. 그렇기 대문에 3가지 요소가 혼합되어 결과를 알 수 없어보이는 구도인 것이었다.
또한 관중석에는 木 속성을 가진 임경빈과 박태오 등도 있어 얽히고 섥힌 모습이었다.
추강찬과 주연재에게는 어찌보면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예정된 결말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그들이 결말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으로 보여 더욱 더 최선을 다해 임할 수 있었다.

어느덧 경기는 시작되었다. 제한시간은 1시간이었고, 멧돼지 고기로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멧돼지를 연육시켜야 했다. 그래서 파인애플에 제육력 마법을 걸어 기본성분들을 활성화시켜준 후 멧돼지 고기를 파인애플에 절였다.
고기가 다 연육될 때까지 몇 십 분 정도가 남았을 터였다. 그래서 추강찬은 수박 제육볶음을 만들었던 때처럼 재료를 하나하나 정밀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추강찬은 불면증에 좋다는 호두, 대추, 연근, 영지, 키위, 상추, 우유, 삶은 계란 등등 다양한 재료들을 준비해주었다. 그는 그것들을 손질하고 기본재료들인 양파와 대파도 손질해주었다. 양파은 민간요법으로 불면등 해소에 도움이 되고, 파는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불면증 해소에 좋다.
그렇게 이런저런 재료들을 모두 정밀활성화해 준 다음 추강찬은 양념장을 만들었다. 고춧가루, 간장, 다진마늘 등등 여러 재료를 넣어 최대한 정성스럽게 만들었다.
얼마 뒤 연육작용이 다 끝났다 싶었을 때 멧돼지 고기를 꺼냈다. 먼저 프라이팬에 설탕을 살짝 달군 후 멧돼지 고기를 구웠다. 그 후 양념을 넣고 나머지 재료들을 넣어두었다. 이 과정에서 역시 센불로 해서 국물이 남지 않게 하였다.
그 다음 플레이팅하면 마무리. 추강찬이 계속되는 긴장감에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잘 보니 주연재는 연육작용을 위해 와인을 썼고, 김초은은 무언가 다른 방법을 쓴 듯 했다.

추강찬은 매우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이 결과로 세계의 운명이 점철되는 것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음식들이 심사위연들에게로 가고 정밀판독기까지 거친 후에서야 결과가 나왔다. 모든 관중들의 기분이 고조된 상태에서 결과가 쓰인 카드가 사회자의 손에 날아갔다.
사회자가 말을 꺼냈다. 이 것으로 추강찬과 주연재의 길고 길었던 싸움은 마무리될 것이었다.

"추간찬 선수는 연육작용을 위해 파인애플을, 주연재 선수는 와인을, 김초은 선수는 제이력으로 고기를 두드리는 방법과 레몬 등을 넣은 우유를 사용하였습니다. 해당 방법들은 모두 훌륭한 연육작용 방법입니다. 그래서 연육작용에 대해서는 비슷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정밀판독기 검사 결과 해당 부분은 김초은 선수가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김초은이 앞서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서론이었기 때문에 희망은 있었다.
"그리고 재료에 대해서도 보겠습니다. 재료 활성화에 대해서는 추강찬 선수가 가장 세부적이고 구체적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측면에 대해서는 추강찬 더 훌륭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추강찬은 이 말에 안도했다. 김초은보다 하나는 위에 있었기 때문에 승산은 있었다.

그 뒤로도 전국학생마법대회의 마지막 대결답게 모든 요소들을 하나하나 집어가며 설명이 이어졌다. 어떤 면에서는 주연재가, 다른 면에서는 추강찬이, 또다른 면에서는 김초은이 상대적으로 탁월했다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덧 우승자 발표만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모든 참가자들의 완성품은 그 성능이 엎치락뒤치락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김초은 선수의 제육볶음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추강찬과 주연재는 그 말에 불안해했다. 추강찬과 주연재는 두 손을 모으며 간절히 염원했다.
"그러므로 제2회 전국 학생 제육력대회의 우승자는 인천 중구의 김초은 선수입니다!"
"아, 안돼!"
추강찬과 주연재가 저도 모르게 속마음을 밖으로 꺼내며 탄식했다. 그러나 사실대로 고하며 클레임을 걸면 심각한 두통이 오기 때문에 말할 수도 없었다.
그들이 이제까지 해왔던 모든 일들이 전부 물거품이 되는 느낌이었다.
김초은은 그런 그들을 보며 싸늘한 경멸의 시선과 함께 자금까지의 노력은 헛되었고 자신의 발끝에 미치지 못했음을 비웃고 있었다.

대회에서 진 추강찬과 주연재는 어느샌가 카메라 앵글 밖으로 나와있었다. 주최 측의 진행자들은 현실의 벽에 막혀 굳어있는 추강찬과 주연재를 원활한 진행을 위해 대결장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인솔했다. 추강찬과 주연재는 마지못해 절망하면서 눈시울이 붉혀졌다. 그리고 선수대기석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흐느끼며 통곡했다.

한편 김초은은 사회자의 말에 따라 시상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는 단상에 올라 다른 대회들의 우승자들과 나란히 섰다. 마법의 순서대로 섰기 때문에 오른쪽에서 두번째 자리였다.
주최 측의 요원 중 한 명이 우승자들 각각에게 우승상품을 주었다. 우승상품은 공지된대로 고순도의 자수정으로 만든 트로피. 순도가 높았기 때문에 마력도 높은 소재였다.
주최 측에서 자수정의 주인 양도 의식을 시작하였다. 고순도의 자수정은 그 주인에게만 제대로된 마력을 발휘해주기 때문에 거치는 과정이었다.
트로피의 전달이 끝나자 김초은은 그 자리에서 성공의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그녀가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 해야 했던 마지막 준비였다.

이제 때를 기다리는 것만이 남아있었다. 시상식이 끝나고 폐막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카메라의 화면도 선수들이 아닌 폐막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김초은은 우승자석으로 이동해 널찍한 공간에 머물러 있을 수 있었다.
폐막식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아름답게 진행되었다. 그 주요 내용은 지금까지의 선수들의 수고를 되새기고 우승자들을 축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의 한구석에서 김초은은 그와 정반대인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초은은 폐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유리로 이루어진 마도구였다. 김초은은 거기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마법의 영창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도구에 마법진이 겹겹이 쌓이고 있었다.
추강찬과 주연재는 그런 김초은을 보며 선수대기석에서 불안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절망적인 시간이 흘러갔다.
마도구를 둘러싸고 있는 마법진의 수는 점점 많아져갔다. 한 곳에서 조용히 이뤄지고 있는 거대한 의식에 김초은 주변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들은 어둠의 시작이 도래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유리로 된 마도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큰 소리를 내며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폐막식은 갑작스러운 에너지에 흐름이 끊겼고 어떤 사람들은 날아갔으며 관중석의 짐들이 하늘로 날아가 저 멀리 있는 또다른 곳으로 떨어졌다.
마도구의 마법진이 빙글빙글 돌며 작동하면서 그 일대에 검은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표정은 멍해졌으며, 사회자의 손에 힘이 빠지며 떨어진 마이크가 바닥과 충돌하며 만들어진 거대한 소음이 모든 사람들의 고막을 찔렀다.
김초은이 의기양양하고 살짝 거만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무언가 영창을 말하자 꼭두각시가 된 관중석에 앉아있던, 추강찬과 주연재와 전청아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말에 복종하며 따르게 되었다.
이 가운데 추강찬과 주연재, 그리고 전청아는 걸리지 않았다. 관중석의 전청아는 슬그머니 나오더니 김초은의 옆에 가서 마법을 돕고 있었다. 전청아도 김초은과 함께 마법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김초은이 추강찬과 주연재를 향해 의미를 알 수 없는 손짓을 보냈다. 그러자 일부 사람들이 추강찬과 주연재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지금 알아둬. 너희들은 신세계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
김초은이 그들을 향해 당당히 말했다. 추강찬과 주연재는 당황하면서 제이력과 제일력을 발동해 겨우겨우 막아내었다. 그러나 인해전술을 이길 수 없었다. 마법을 발동시키는 것도 조금씩 힘이 부치기 시작했기에 끝없는 습격자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초은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전청아 또한 슬쩍 웃어보였다. 이제 김초은이 무슨 실수만 하지 않으면 이제 완벽하게 그녀의 세상이 열릴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