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소녀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

그날, 10대 초반의 어린 소녀가 언니들을 따라 가상현실 게임 첫 시현장에 별 생각 잆어 따라가게 된 정도의 호기심

전 서버 1위, 극 상위 랭커
뭔가 대단한 수식어들이 잔뜩 붙어있는 두 언니들과는 달리, 어제 막 큰언니의 도움으로 취향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고 마을을 한바퀴 돌아 본 것이 전부인 내가 이런 곳에 있어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왕 온 것 재미있게 놀다 가자는 생각에 곧바로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서 기기의 전원을 틀었다

그 순간 온 몸을 감싸는 뜨거운 감각

이것에 대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단순한 접속으로 인한 반동 치고는 고통이 나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런 감각은 씻은 듯이 사라졌으며 그와 동시에 소녀가 정신을 차렸을때, 그녀의 눈 앞에는 처음 보는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곳은 소녀가 알던 게임 속의 세상도, 본래의 현실 세계도 아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곳에서 소녀는 

장미라는 이름을 지닌 소녀는 혼란에 빠진 체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

게임 LDG의 첫 가상현실 시연, 세계 최초의 완벽에 가까운 가상현실 시연의 장소인 만큼 그곳에는 평범한 관광객들 외에 외국에서 온 기자들과 사업가들 역시 다수 존재하였다.

“기대가 되는 군요, 기존의 가상현실 기술을 뛰어 넘는 물건이라니..”

“기본적인 감각은 물론이고, 5감까지 거의 완벽에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했다 하니. 분명 차후 게임 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 합니다.”

“거기다가 자동 번역 시스템까지 동원해서 세계의 모든 언어를 매끄럽게 통역하는 기능까지 있는 만큼 언어 장벽도 문제 없을 것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대박을 치고도 남겠지요.”

기대와 감탄 시샘이 담겨있는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오고 가는 시현장의 모습.
그곳에서 한 발치 떨어진 장소에선 한 여성이 벽에 살짝 몸을 기댄 채 말 없이 시연장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거리가 조금 있는 만큼 시연이 이루어지고 있는 화면과 기기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그런 평범한 장애물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제 곧.. 인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녀.
가지고 온 커다란 트렁크를 한쪽에 밀어 둔 상태로. 그녀는 손에 들고 있는 음료를 마시면서도 안경 너머로 보이는 상황에 눈을 때지 않은 채 한곳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럼, 지금부터 과학 기술의 결정체, LDG 리얼리티의 첫 시연을 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연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 
이것이 들린 그 순간 그녀는 천천히 마치 작별인사라도 하듯 가볍게 손을 흔들며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잘 다녀와.”

그리고..

-“쾅!“-

갑작스러운 섬광과 동시에 회장 안은 순식간에 거대한 폭음으로 가득 찼고.
일대는 한 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였다.

당황하고 부상당한 사람들의 비명과 혼란.
그 중심에는 접근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맹렬한 화염을 내뿜고 있는 세 대의 접속기가 존재하였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을 지는 이미 안 봐도 뻔한 상황

그럼에도 사방에선 어떻게든 이 상황을 진정 시키고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안전 요원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와중에서 어떻게든 위험을 피하고자 회장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런 혼돈의 현장을 뒤로 한 채.
검은 안경을 쓴 여성은 트렁크를 끌고 유유히 건물을 나와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걸로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갔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