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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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염유현. 중 2이다.
  난 그냥 그저 그런 중학생이였다.
 이 곳에 갇히기 전까지는.  
우리는 이 곳에서 별 짓을 다 해봤다.  전화를 사용하려고도, 소리를 지르기도, 벽을 부수려고 시도도 해 보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갔다.
  2시간이 지났다. 
사람들은 점점 미쳐간다. 공포가 극에 이른다.이 곳 주위에는 돌덩어리 말고 아무것도 없다. 
 그 때,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여러분! 조용히 하십시오!”  
50대의 남성으로 보이는 그는 쓰레기통 위에 서 있었다. 아마 그곳이 가장 높은 곳이였을 거다.  
그는 5호선 상일동행 열차의 기관사였다. 
 “여러분! 조용히 하십시오!”  
이번엔 좀 더 큰 소리로 말하였다.  잠시 후, 사람들이 잠잠해졌다.  
“여러분! 저는 기관사 장의민입니다! 지금부터 우왕좌왕하시지 마시고 제 말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탈출 방법을 모색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제서야 진정된 듯 싶었다.  
“일단 의견을 모읍시다!”
  “기관사님이 전동차를 운전해서 차를 뺀 다음 터널로 빠져나가는 건 어떨까요?”
  “시도해 봤지만 전기가 나간 것 같습니다. 운행 불가 상태입니다.”  
“그럼 승강장 맨 끝에 있는 문을 열고 나가면요?”
  “진동 때문에 문이 틀어져서 열리질 않습니다.”  
“그럼 다 같이 열차를 밀어서 탈선시키는 건 어떨까요?”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만은..”  
“시도해 봅시다. 방법이 이것밖에 없어요.” 
 그렇게 모두가 합심해보기로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힘이 빠졌고, 몇몇은 이미 포기한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밀어본 결과, 전동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해 봅시다!”
  이번엔 조금 들리긴 했다. 1초도 못 같지만.
  사람들은 완전히 탈진해 버렸다. 
 “다시 한 번..!” 
 이번엔 기관사를 포함한 몇 명만이 시도를 했다.  
역시 무리였다.  기관사도 더 이상은 무리고, 우리는 이제 망해 버린 거다.
 다 끝났어. 
 그때였다.  스크린도어 너머, 전동차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사람이였다. 
분명한 사람들의 발소리였다. 한 명이 아니였다. 수백 명이였다.
 “신길역이다!!!” 
 “와아아아!!!!”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전동차 너머에 있었지만, 그 소리만큼은 아주 명백했다.  나만 들은 것이 아니였다.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었다.  
“살려주세요!!!!”
 모두가 한마음으로 외쳤다.  
그들도 그 소리를 들었고, 그들은 외쳤다.
  “상선 플랫폼에서 소리가 납니다!” 
 “좋아요! 여러분!”
  그들이 외쳤다.  
“이제부터 이 열차를 밀 겁니다! 저희가 밀 테니 도와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차는 밀리고 있었고, 드디어 130cm정도 되는 틈이 생겼다. 
 “이쪽으로 빠져나오세요!”
  사람들은 그 틈으로 우루루 빠져나왔다.  나는 한 중간쯤에 끼어서 겨우 빠져나왔다. 
 우리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한 여성 뒤에 서 있었다.  장의민 기관사가 물었다. 
 “혹시 뒤에 따라오던 기관사?”
  “맞습니다. 제 이름은 김수빈이라고 합니다. 저희는 여의도역에서 나왔습니다.”
 나는 물었다. 
 “그럼 혹시 여의도역도..” 
 “여의도역은 상황이 훨씬 안 좋습니다. 플랫폼까지 완벽하게 무너졌는데, 저희는 그 전에 나와서 구사일생으로 살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대로 가서 멀쩡한 역을 찾아 탈출하려 합니다. 하지만 신길역은 아니군요.”
  “네.. 맞습니다.”  
“일단 저희를 따라 오십시오! 이곳도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그렇게 철로로 내려온 우리는 영등포시장역을 향해 걷게 되었다.  그때였다.
 “콰콰쾅!”  
“으아아악!”  
저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였다.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 처절한 사람들의 절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뒤이어 오는 회색의 콘크리트 가루가 섞인 바람은, 우리를 순식간에 덮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이였다.
  영등포시장역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