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각이 무너진다

극적으로 하루만에 형체가 사라지는

끔찍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으나

조금씩 조금씩

받침돌이 부서지고

나무가 썩어들어가고

기와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게 되면서

수십 년에 걸처서 수백수천만 명이 쌓아올린

숭고한 신전이 무너진다

돌이 갈라지고

벌레들이 나무를 갉아먹고

신전에 무심한 사람들이 

신체로 누각을 훼손하며

누각은 서서히 역사 속으로

그리고 땅 속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이럴 거면은 이 누각을 위해 흘린

수많은 이들의 피는

무슨 값어치가 있었을까

이 누각을 지키기로 한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썩어 문들어져가는 낡은 누각을 

팔아넘기려는 사람들과 철거하자는 사람들이

서로를 욕하며 누각이 서 있는

바로 그 땅을 갈라지게 하는가

단 몇 사람만이라도 서서히 무너지는

숭고한 누각을 지키기 위해

팔아넘기려는 사람들과

철거하려는 사람들의 중상모략을 견디고

기반을 새로 정비하고

나무가 썩지 않게 기름칠을 해주고

올라가서 기와를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아 주었으면 좋겠다

이 누각이 수많은 이들의 피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천 대에 팔천 대에 그리고 만 대에 길이 남기기 위해

한 사람이라도 붓과 니스와 공구를 들고

이 신성한 누각을 재건했으면 좋겠다

그러니 동지들이여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을 모으러 가자

이 누각을 지킬 사람들을 찾기 위해

내 발이 다 닳을 때까지 찾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