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R8 아니랄까봐, 정말로 빠른 속도만에 북한으로 갔다. 특히 경원고속도로같이 개통된지 얼마 안된 곳은 정말인지 한적했다. 아직 북한 지역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서인 걸까...

 

남한정부가 손을 대기 시작한 북한 지역은 정말 공사판이었고, 그렇지 않은 곳은 진짜 하나하나가 볼거리였다. 그러면 주석궁이랑 김씨들 "업적거리들"은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 없어지기 전에 사진이라도 남겨야겠다...

 

...하지만 잠시 휴개소에서 차를 댔을 때, 나는 잠시 이런 생각이랑 맞닥뜨렸다.

 

'잠깐, 지리챈 멤버들이랑 그 테라칸은 어딨지? 설마...??'

 

......

 

한편 다른 멤버들이 타고 있던 그 테라칸은 영흥강 휴게소에 멈춰 있었다. 그들은 휴게소에 있는 전망대에서 달이 뜨는 동해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석왕사 휴게소. 다른 멤버들 역시 저녁을 먹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도 여유롭게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석왕사 휴게소에서는 이 지역의 전통 노래인 신고산 타령이 흘러나오고 있다.

 

"신고산이 우쭈쭈쭈쭈쭈쭈 함흥 차 떠나는 소리에~"

 

그 순간 생각났다. 그들은 벌써 함흥을 떠난 게 아닐까. 다시 차는 출발해 휴게소를 빠져나갔다.

 

"잠깐만, 벌써 함흥이라고?"

테라칸에 타고 있었던 니코마키는 이상함을 느꼈다. 과속을 한 것이다. 일행에게 벌금이 물렸으나, 돈이 없어 결국 테라칸은 압류되었다.

"우리 타천당한럽폭도 말로 '불행에 빠지다'거야!"

결국 테라칸에 있던 일행은 아우디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는데...

 

테라칸 유저들이 대기중일 무렵,

나는 그들에게 연락을 했다.

과속으로 차가 압류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들을 태우려 했으나 갑작스레 차 엔진에 결함이 생겼다.

함흥까지 약 50km이 남은 상황, 근처에는 휴게소가 완공되지않아 정비소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그래도, 뭐처럼 계속 앉아서 패닉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은 견인차를 불러서 가려고 했지만 이런, 이런 곳까지 견인차가 갈 리가 있겠는가.

그나마 할 수 있었던 것은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고 차에다 플래카드를 써 붙이고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플래카드라고 해 봐야 포스트잇을 차에다 테이프로 붙여 "엔" "진" "고" "장" "인" "데"와 같이 붙여 놓은 정도였지만...

 

...그렇게 한창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다가,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내 앞에 멈춰섰다.

트럭은 북한에서 굴린 것처럼 되게 허름하게 생겼고 차주도 딱 그 모습인데, 나한테 이렇게 이야기했다.

 

"요새 남조선 사람들이 이런 일 잦다고 해서 내래 길 가다가 수리를 자주 해 주고 있디요. 내래 도와드리갔습니다!"

 

......'살았다! 근데 잠깐, 무슨 쏘나타나 아반떼도 아니고 무려 아우디를 이 사람이 고칠 수 있을까?'

그렇다. 도움의 손길을 받긴 했는데, 또다시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또 2인승차로 그 많은 지리챈 멤버들을 태우고 북한 횡단을 한담?

그래도 스티브 잡스가 성공한 게 "일단 맡길 때는 그 사람을 믿으라"고 나온 무슨 자기계발 서적에 나와 있으니, 일단 그렇게 맡기긴 했다.

물론 그 자기계발서가 자기계발서니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치이긴 했지만...

 

"일단 부탁드립니다. 가능한 한 빨리 해 주세요. 기다리는 사람이 되게 많아서요..."

"알갔습니다. 그나저나 이게 아우디라고요? 내래 아우디도 좀 고쳐봤지만, 이렇게 생긴 차를 처음 본디요..."

 

예상대로, 그 사람은 아우디를 고치지 못했다...

 

결국 나는 걸어서 가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서, 나는 그 테라칸을 보았다.

 

그런데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그 테라칸은 시장에 넘겨져,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 때, 주인공이...

 

테라칸을 산 것이었다.

주인공은 테라칸에 지리챈 멤버들을 태우고 함흥을 구경한다.

 

함흥은 여기저기가 공사판이었으며, '주체섬유'를 제조하던 공장은 북한의 안습했던 경제사정을 보여주는 박물관이 되었다.

 

함흥 구경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함흥을 떠나려고 한다.

 

이제 함흥을 떠날 시간이다.

 

주인공과 지리챈 멤버들은 테라칸을 타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청진으로 가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차는 출발했고 청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나를 포함한 지리챈 멤버들은 함흥을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렸다. 함경도의 지형은 강원도처럼 긴 산맥이 해안을 따라 있는 지형으로, 고속도로의 많은 부분에서 바다가 보인다. 푸른 동해 바다를 오른편에 끼고 달리던 차는 홍원을 지나 홍원군과 북청시의 경계에 이르렀다. 북청시 경계를 알리는 초록색 표지판과 함께 "산과 바다, 전통과 미래, 미항 北靑"이라는 구호가 적혀있고 신포(新浦)항의 모습이 그려진 전광판이 나타났다. 신포는 북청시에 소속된 지역으로, 북한 유수의 어항이라고 한다.

 

우리의 차는 신포IC를 빠져나갔다. 수산업 중심지라 그런지 활어차가 종종 지나다니는 편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사는 지역이라 그런지 '북청시청 신포출장소'라고 쓰인 건물도 있다. 우리는 바닷가로 갔다. '신포수협 수산물공판장'이라고 쓰인 큰 건물의 주차장에 차를 댔다. 수산물 공판장에 들어가니 경매장과 횟집이 있어, 점심으로 회를 먹기로 했다. 그런데, 한 식당의 창가 식탁에 앉아있는 누군가가 우릴 향해 손짓을 하는데...

 

(참고로 주인공 일행은 함흥에서 하룻밤 묵었다.)

 

그 손짓은 바로 내가 찾았던 아우디에 대한 건과 연관이 있었다.

 

그 트럭 운전수가 어떻게든 아우디를 고치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동료들이랑 힘을 합쳐 고첬다는 것이다. 직접 시동을 걸어보니 의외로 멀쩡해져 있었다.북한에서 차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가수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데, 그래도 여럿이 모이니 뭔가 되긴 되나 보다.

 

 

북한에도 아우디 서비스 센터가 있나? 그것도 평양도 아닌 지방에? 그게 더 나한테는 더 신기했다. 이제는 그 아우디를 가지고 뭔가를 해야 될 때인듯. 이런 거친 땅에 아우디가 상하지 않을까도 싶은데... 포장이 잘 되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회를 먹으러 다시 횟집으로 깄다. 역시 북한 지역은 음식조차 뭔가 느낌이 다르다. 이렇게 나를 비롯한 두 팀은 다시 북한 횡단길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