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YY월 ZZ일. 오늘은 남라 지리챈 멤버들끼리 경원고속도로, 혹은 함경고속도로를 횡단해보기로 했다. 마침 남북통일이 되었으니, 북한 지역은 꼭 들려보는게 지리덕후들의 로망 아닌가? 뭐, 아닐수도 있지만 궁금해할 만한 곳들은 한둘이 아니니...

 

일단은 차에 짐이란 짐을 다 싸고, 고속도로 중 하나를 제비로 뽑았다. 마지막 제비가 펼쳐지는 순간...

 

난 북한을 너무나도 가고 싶었지만, 불행하게도 '통영' 이 적힌 제비를 뽑고 만다.

이대로 통영까지 가야 하나? 아니, 너무 뜬금없는데?

대체 북한까지 가는 제비에 왜 통영이 들어있는지 영문을 모를 노릇이다.

 

그것은 나에게 친구들을 미행해 뒤를 밟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포천에서 통영까지 가야하니 일단 고속도로를 타기로했다. 나는 차가 없어 택시를 타고가려 했지만 집에서 부모님 몰래 (나이 30에 얹혀살고있다) 나오느라 지갑을 깜박했다.

결국 기다리고 기다리며 히치하이킹을 했다.

운전자분은 통영은아 니지만 부산까지 간다고 하셨다.

천안휴게소에서 호두과자 드신다길래 나도 화장실 가려고 내렸는데,

이미 차는 보이지않았다.

 

알고 보니 이것은 약수일자의 저주로 인한 꿈이었다. 깨어나보니 의정부 경기도청북부청사 ↗ 라는 간판이 보였고, 현재 시각은 00:00이었다.

 

'좋았어! 의정부라면 이제 북한으로 갈 수 있겠어!'

 

그리고 그 이후로도 일은 슬슬 잘 풀렸다. 곧바로 히치하이킹한 차도 DMZ 부근으로 직통인데다가 한 사람만 타고 있었고, 차도 상태가 꽤 좋아서 불과 1시간도 안되어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내리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 일행들의 차(은녹색 현대 테라칸)도 있었다. 북한 근처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북한식 억양을 쓰는 장사꾼들이 우리 주변에 돌아다니면서 기념품 및 먹거리들을 팔고 있었다.

 

그러니 그 다음에 해야 할 것은 지금 사정에서 일행들을 끝까지 미행할 방법을 찾는 일뿐이다. 계속 남한테 피해만 끼치면 나도 창피하고 민망하니...

 

(원래 우조레님이 쓴 릴레이 소설 6과 이어지는 건데 우조레님이 글을 삭제해버림. 아마 대략 현재 위치는 개성이고 평양을 향해 가고 있다는 내용. 닉 언급 죄송합니다.)

 

길을 달리고 있는 동안, 우리는 이상함을 느꼈다.

"야, 근데 철도역 버스터미널이 없는 포ㅡ천물론 해당 시점에서 철도는 개통된 상태다.은 언제 지나냐?"

"잠깐만? 경원고속도로는 개성 평양을 안 지나는데?"

표지판을 쳐다보았다. 경의고속도로라고 되어 있었다.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다시 서울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서울로 돌아가면서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했다.

나 왜 자꾸 뺑뺑이 도는거 같지???

 

정신을 차려 보니 통영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현상이여...'

기억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그분의 이름이 섞인 말을 하면서도 정신을 가눌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지?

그보다, 난 왜 통영에 있는 것이지??

의정부에 왔다고 생각한건 다 꿈이었던 것인가??

 

너무나도 허탈했다.

내가 그토록 추구했던 것은 무엇인가.

내가 이리도 기묘한 여행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체 어디서부터 이야기가 잘못된 것일까.

나는 오늘 일을 곱씹어 보았다.

 

그러나 막연한 해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대전... 대전으로 간다...'

 

일단 통영에 온 이상 북한에 가려면 이것 뿐... 통영대전고속도로를 250km/h의 속력으로 주파하지 않는 이상은 그들을 영영 잃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에 정신을 차리고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아우디 R8에 탑승했다.

 

그리고, 오늘따라 왠지 길에 차도 거의 없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달렸다.

 

한참을 달리니 금산이었다.

 

대전으로 가던 고속도로에서 나는 사고를 당했다.

차가 빗길에 미끄러진것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깨어나보니 나는 다친 흔적이 없었지만 

옷이 모두 비에 젖어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있는곳은 고속도로가 아니었다.

무슨 논이었다.

그래서 나는 전화를 확인했다. 이곳이 어딘지 알수 없었기에,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지금 지리챈 유저들에게 북한가자고 글을 남기는 중이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몇 십년 넘게 철도역 버스터미널이 없었던 포ㅡ천이었다. 강릉 동해는 정동진역이 있었지만 이 곳은 그게 없었다. 그래서 포ㅡ천은 서울로 바로가는 직행버스가 없었다. 뭐 포천에 들어오게 된 7호선 때문에 지금도 직행버스는 없지만.

 

우리는 포ㅡ천에서 다시 경원고속도로로 들어갔다.

 

아우디 R8 아니랄까봐, 정말로 빠른 속도만에 북한으로 갔다. 특히 경원고속도로같이 개통된지 얼마 안된 곳은 정말인지 한적했다. 아직 북한 지역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서인 걸까...

 

남한정부가 손을 대기 시작한 북한 지역은 정말 공사판이었고, 그렇지 않은 곳은 진짜 하나하나가 볼거리였다. 그러면 주석궁이랑 김씨들 "업적거리들"은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 없어지기 전에 사진이라도 남겨야겠다...

 

...하지만 잠시 휴개소에서 차를 댔을 때, 나는 잠시 이런 생각이랑 맞닥뜨렸다.

 

'잠깐, 지리챈 멤버들이랑 그 테라칸은 어딨지?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