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무리그래도, 뭐처럼 계속 앉아서 패닉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은 견인차를 불러서 가려고 했지만 이런, 이런 곳까지 견인차가 갈 리가 있겠는가.

그나마 할 수 있었던 것은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고 차에다 플래카드를 써 붙이고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플래카드라고 해 봐야 포스트잇을 차에다 테이프로 붙여 "엔" "진" "고" "장" "인" "데"와 같이 붙여 놓은 정도였지만...

 

...그렇게 한창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다가,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내 앞에 멈춰섰다.

트럭은 북한에서 굴린 것처럼 되게 허름하게 생겼고 차주도 딱 그 모습인데, 나한테 이렇게 이야기했다.

 

"요새 남조선 사람들이 이런 일 잦다고 해서 내래 길 가다가 수리를 자주 해 주고 있디요. 내래 도와드리갔습니다!"

 

......'살았다! 근데 잠깐, 무슨 쏘나타나 아반떼도 아니고 무려 아우디를 이 사람이 고칠 수 있을까?'

그렇다. 도움의 손길을 받긴 했는데, 또다시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또 2인승차로 그 많은 지리챈 멤버들을 태우고 북한 횡단을 한담?

그래도 스티브 잡스가 성공한 게 "일단 맡길 때는 그 사람을 믿으라"고 나온 무슨 자기계발 서적에 나와 있으니, 일단 그렇게 맡기긴 했다.

물론 그 자기계발서가 자기계발서니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치이긴 했지만...

 

"일단 부탁드립니다. 가능한 한 빨리 해 주세요. 기다리는 사람이 되게 많아서요..."

"알갔습니다. 그나저나 이게 아우디라고요? 내래 아우디도 좀 고쳐봤지만, 이렇게 생긴 차를 처음 본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