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6월 2일 21:21 GMT,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본 연방총리관저


"모든 것이 소련의 계략입니다."

BND의 에버하르트 초른 대령은 4시간 후에 총리에게 보고했다. 그를 본으로 태우고 온 헬리콥터는 아직 날아오르지도 않았다.


"이번 폭파사건은 모든 것이 그들의 잔혹하고도 계획적인 책략이었습니다.“


"그렇겠지, 대령.“

총리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는 이미 이틀 동안 잠을 자지 못했으며 지난 한 달 동안 소련과의 갑작스런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총리님, 지금 입원시키고 있는 사나이는 블라디미르 비사리오노비치 말렌코프 소령입니다. 두 주 전에 위조여권 등 서류를 갖추고 체코슬로바키아로부터 입국했습니다. 그는 소련군의 스페츠나츠, 다시 말해 정예 특수부대의 장교입니다. 어리석게도 주의하지 않은 채 기밀문서를 전달하다 문서를 길에 흘린 겁니다. 그는 라마스도르프에 있는 NATO군 통신기지의 완전한 도면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기지의 구조를 1개월 전에 변경했는데 도면은 2주일 전의 것이었습니다. 그는 또한 3일 전에 작성된 당직표와 당직장교의 근무예정표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소령과 함께 10명의 팀이 체코슬로바키아로부터 들어왔으며, 상부로부터 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소령에 대한 첫 번째 명령은 지령암호를 받은 다음 날 자정에 기지를 습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계획을 수정하기 위한 중지암호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양쪽 모두 입수했습니다.“


"그 사나이가 상당히 오래전에 입국했다니..."

총리는 자기도 모르게 경악의 말을 내뱉었다. 사태가 현실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들어맞습니다, 총리님. 이유가 무엇이든, 소련은 독일을 공격할 작정입니다. 이제까지의 모든 책략은 우리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계획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것이 말렌코프의 심문기록 전문의 복사본입니다. 그는 스페츠나츠의 다른 4개 작전을 알고 있습니다. 모두 우리 국경을 돌파하는 전면적 침공에 내응하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소련의 계략에 의한 도발이라고 생각할 여지는 없는가? 그들이 왜 이런 문서를 소지하고 있었을까?“


"라마스도르프의 기지가 개수되어 그들에게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해졌을 것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군은 지난해 여름부터 NATO 통신시설의 보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련도 공격계획을 틀림없이 수정했을 겁니다. 그들이 이런 문서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실로 가공할 일입니다. 이 자를 우연히 체포한 경위는...“

초른은 사고상황을 설명했다. 유대인처럼 보이던 이 조지아인은 문서를 떨군 것을 알고 14분 만에 돌아와 문서를 찾으려 들었지만 곧 독일 정보국 요원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모든 면으로 보아서 이것은 도발이 아니라 진짜 사고라고 생각됩니다. 그 때문에 우리가 동쪽을 침공하기를 바란단 말입니까? 최초에 크렘린 폭파사건에서 우리를 맹렬히 비난하고 전쟁까지 언급하면서, 이번에는 도발하려고 한다, 이건 얘기가 맞지 않습니다. 우리가 붙잡은 그 소령은 적대 행위가 시작되기 직전에 NATO군의 통신망을 마비시키고 소련의 독일 침공을 준비하는 임무를 띤 사나이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비록 그런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더라도...“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의 전훈으로 스페츠나츠를 이용한 '특수작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 요원은 고도의 훈련을 받았으며 상당히 위험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교활한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유대인으로 가장한 점을 보십시오. 그들은 우리들이 유대인에 대해 민감하다는 사실을 이용하지 않았을까요? 그가 경관에게 검문받았을 경우, 유대인에 대한 독일인의 태도에 대해 넌지시 나무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보통의 경관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곧 사과하고 그대로 보내겠지요.“

초른은 미소를 지었다. 이것은 신중히 계획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는-비록 적의 계획이지만-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행운을 이용해야 합니다. 총리님, 이 데이터를 즉각 NATO군 최고사령부에 보내야 합니다. 지금 현재 소령과 함께 잠입한 팀의 은신처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곳을 습격하는 임무에는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지만 NATO군의 작전으로 하는 쪽이 유리할 겁니다.“


"우선 비상 국무회의를 열어야겠군. 그리고 전화로 합중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다른 NATO 국가들의 원수들과도.“


"죄송합니다만, 총리님,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총리님께서 허가해 주신다면 저는 한 시간 이내에 비디오 테이프를 복사해 CIA에 전하고,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자에게도 전하겠습니다. 소련은 서방을 침공할 것입니다. 우선 동맹의 정보기관에 경보를 발령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총리님이 미 대통령,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해 줄 겁니다.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총리님. 이는 조국의 운명이 걸린 문제입니다.“

총리는 눈을 떨구고 책상을 응시했다.


"그렇게 하게, 대령."

독일연방공화국의 총리는 관저 창 밖을 내다보았다. 40년 전에 히틀러 제국의 병사였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겁먹은 10대 소년으로 헬멧이 커서 눈을 가릴 정도였다.


"또 시작되는가?”

이번에는 몇 사람이 죽을까?


"그렇습니다.“

도대체 조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1985년 6월 4일 16:33 GMT, 레닌그라드 항


스프레이건을 뿌려 미국 ‘라이크스 해운’의 상선으로 위장한 화물선 '알렉산드르 수보로프'는 측면에서 파도를 받아 흔들리고 있었다. 최근 한 달 간 큰 개조를 거친 이 상선은 공격헬기와 장갑차를 실어 ‘강습상륙플랫폼‘이라는 이상한 이름이라고 불렸다. 선장은 최고위 승객인 스페츠나츠 장군 쪽을 돌아보았다. 그 장군은 고급 선원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대원들은 어떻습니까?“


"벌써 배멀미를 하는 사람이 있군요.“

알렉세예프 소장은 웃어보였다. 대원은 대량의 군수품과 함께 덮개를 씌운 컨테이너 안에 타고 적재되었다. 물론 장군은 별도였지만.

"그런데 나는 배를 타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서.......“


"정말이십니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장군님. 비행기를 타고 그런 다음 뛰어내리기보다 훨씬 안전하며 타는 기분도 좋습니다."

선장은 웃었다.


"이 배는 큰 데다 짐도 가벼워서 상태는 더욱 좋습니다.“


"짐이 가볍다고요?" 

장군이 물었다.


"우리 사단 절반 이상의 장비를 싣고 있는데요.“


"이 배는 3만 5천 톤 정도의 짐을 수월하게 운반할 수 있습니다. 부대 장비는 부피는 나가지만 중량은 그다지 무겁지 않습니다."

평소에 항공기로 장비를 운반하던 장군에게 이것은 새로운 지식이었다.


 아래쪽에서는 제416근위공수여단의 4천여 명 대원이 장교와 하사관의 지휘 아래 움직이고 있었다. 야간의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 대원은 영국 해협을 통과하기까지 갇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실로 참을성이 강했다. 그리고 장비가 잔뜩 실려 있어도 큰 화물용 선실은 그들이 익숙해져 있는 수송기나 수송헬기의 그것보다 여유가 있었다.


 3척의 예인선은 로프를 당기며 배를 잔교로부터 천천히 떼어 냈다. 떨어지자마자 다시 2척이 가세하여 선수를 밀고 레닌그라드의 부두로부터 바다 쪽으로 향했다.


"유람항해가 아니라서 유감이군요. 돌아오는 길은 아마도 그렇게 될 겁니다."

알렉세예프는 보드카 대신 홍차 컵을 들어올렸다.


"거기에 건배합시다, 동지. 성공을 위해!“


"네. 성공을 위해!“


 선장도 컵을 들어올렸다. 이 기도가 잘 이루어지도록 보드카에 건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었다. 젊은 시절 해군 소해정에 탄 다음에는 국가에 직접 봉사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 만큼 그는 이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결의를 굳히고 있었다.



1985년 6월 9일 21:00 GMT, 모스크바


"...소비에트 연방은 분명한 사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의도적인 공격행위가 소비에트 연방에 대해, 소비에트 국토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소비에트 연방 정부는 오늘 독일연방공화국 정부에 각서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독일이 군대를 다시 창설한 지난 30년 간의 인내의 대가로서,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대가로서, 독일연방공화국 정부가 그들의 군대를 민간의 평화유지에 필요한 수준까지 즉시 축소하고, 그들의 집단방위체제에 대한 기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독일 정부와 총리가 그 공격적 행동을 인정하고 의회를 해산하여 국민과 세계가 그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들 스스로를 재신임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소비에트 연방 정부는 독일의 나치즘적 테러리스트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된 사람의 유족들에게 충분한 배상이 지불되기를 요구하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밝혔듯이 악당들의 이런 테러 행위에 연관이 있는 다른 나라가 서방측에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이 위기는 소비에트 연방과 독일연방공화국 정부 간의 문제입니다. 이 위기가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들은 독일연방공화국 정부에게 이 행위의 결과를 심각하게 고려하여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합니다. 앞으로 48시간 기다리겠습니다. 독일의 외교관들은 유엔헌장 제53조와 제107조를 상기하기 바랍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칩니다.“



같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방 안의 모두가 그를 바라봤다.

"좆까라 그래."


이제 엄청난 불길이 막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Comment=

1. 소비에트 마치

2. 소비에트 마치

3. 소비에트 마치



[극지의 폭풍]

1부

1화 도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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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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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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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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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사냥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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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1화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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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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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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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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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나이트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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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붉은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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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라인의 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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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사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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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사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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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1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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