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10호선 승강장의 스케일에 기관사들도 놀랐나 보다. 

"이게 뭐지..?" 라고 기관사들의 얼굴에 적혀 있었다.

아주 넓은 섬식 승강장, 반 정도 만들어진 스크린도어.

공사가 이 정도까지 진행됬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삼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들었다. 

"잠깐만요! 질서 좀 지켜봐요!" 

기관사들이 당황했다. 

"밖으로 나갈 길을 찾아야 하는데..!"

그때 나는 승강장 중간에 있는 웬 컨테이너 박스 같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컨테이너 박스에는 문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문 앞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이것은 컨테이너 박스가 아니였다. 길이였던 것이다. 

난 당장 소리쳤다. 

"저기요! 기관사님!"

"왜 그러죠?" 

"엇..!"

두 명의 기관사가 인파를 헤치고 달려왔다. 

"저 끝에.. 대합실이 있어..!"

그들은 감격에 찬 듯 보였다.

"한번 가봅시다! 여러분!" 

수백 명의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이쪽으로 가봅시다!" 

"길이다!"

"길이야!"

"우린 살았어!" 

수 백명의 사람들이 물밀려오듯 뛰어왔다. 

"잠깐만요..!"

틱. 

잠깐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쿠콰콰쾅!

그것은 무너졌다. 

수백 명의 사람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무너져 내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어떤 사람은 깔려 죽고, 어떤 사람은 떨어졌다. 

그때였다. 

끼이익- 

많은 사람들의 눈이 그곳으로 쏠렸다. 

에스컬레이터의 끝에 있는 문을 통해, 용케도 살아나 올라가버린 그 사람. 

그 사람의 얼굴이 눈에 익었다. 

내가 구해준 할머니였다.

그새 올라가 버린 거다. 

혼자만 살았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할머니! 힘내세요!" 

"위로 올라가 저희들의 상황을 알려 주세요!"

할머니는 잠깐 나를 쳐다보더니, 올라갔다.

그렇게 사람들은 잠시 동안 멍해졌다.

그리고 김수빈 기관사가, 

"어쩌죠?"

"10호선 터널로 가 봅시다!"

"괜찮을까요?"

"살 수만 있다면야!"

다음 역은 어디일까. 

역명판이 눈에 들어왔다. 

국회의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