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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신이시여, 자비를 베푸소서! 그것이 그대들의 역할, 그것이 그대만의 사명~♪”



분명히 들렸다. 숲 사이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노랫소리를. 내 생각이 맞다면, 아마도 그 ‘인간족’이라는 자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대뜸 소리를 내고 있는것도 긴가민가 했지만, 저기서 날아오는 몇명의 요정들이 쏜살같이 벗어나고 있는 광경을 보고있자면 우리 짐작이 확실하겠지. 숲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노랫소리라.



(지금이 타이밍도 타이밍이라는, 왠지 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



하지만 그쪽으로 향해 걸어가다보니 예상치도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계속해서 언습해오는 위기. 난 왜인지, 요정들이 말한 피해사례가 무엇인지 대충, 아니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명확해지는 마음속의 이에 반작용하여 부풀어 오르는 감정이 생겨나 나머지, 결국 버티지못하고 입밖으로 실토해버렸다.













“도저히 듣지못할··· 아니 이건 그냥 소리고문이잖아—!!!












난생처음 소리로 이렇게 괴로운적은 없었다. 귓가에 무슨 벌레가 윙윙거리는 것보다 훨씬 심한 정도에 노래···· 라기도 뭐하다. 그저 소름이 돋을 만큼이나 일그러진 끔찍한 악성 소음에 불가하다. 음정은 하나도 안맞고 박자는 이미 어딘가로 벗어나 있는데다가, 정말 간신히 내용만 들을 수 있는정도였다. 말을 잊지 못하게 하는 그 괴성에 나도 모르게 귀를 틀어막고 다가갔지만, 이상하게도 무슨 주파수라도 높은것인지, 그대로 뜷고 귓속으로 직결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악평을 읊는거에 왠지 조용해진 옆자리를 힐긋 쳐다봤는데.



“(혜움은 또 어디로 사라진거야!)”



이 자식, 언제는 나랑 찰싹 붙어다닌다고 그리도 언급했으면서 그새를 못참고 도망가버려! 무슨 수호령이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 도 아무런 도움도 못 줄 망정, 말도없이 가버리냐고! 정말이지, 나는 왜이리 고생을 해야하냐고! 다 그 혜움이 날 처음부터 거기로 불러들이····



- “야. 그런 소리 하지말라 그랬지. 네 마음속 소리, 다들린다.” 【LV.15/용사의 수호령】


- (화들짝) ㅎ,혜움? 잠만, 너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LV.0/용사】


- “보면 모르겠냐. 지금 내 귀 양쪽이 세계 신기록으로 빠르게 실청될까봐, 네 몸 안쪽에 쳐박혀있잖아. 물론 머리만 등쪽으로 박고있다만.”


- 누구 멋대로 내 등에 박혀있으래!! 그리고 몸 안에 들어왔다고, 마음속 내뱉은 소리가 들리냐고?!!


- “····적어도 난 네 수호령이야. 그리고 여긴 판타지 세계니까 다들린다고, 그리고 본인도 인정했으니 그걸로 끝이다.”


- 저게 정말···! (빠직)


- “야, 방금전에 네가 소리질렀을때 약간이나마 소리가 안들렸는데, 그렇게 소리라도 좀 내주라.”



실제로 내 복부쪽을 살펴보니 왠 흰색 옥수수 수염 같은게 삐죽 튀어나와 가지곤 주욱 늘어져 있었다. 이때 난 다시금 생각했다. 뭔 사정으로 내 곁에 딱 달라붙어있는지 모르겠다만 이녀석을 보면서 확실해진건 저 ‘수호령’이란 명칭은 나를 두고 곁에서 수호한다는 말이 아니라 이제는 그저 자신을 수호하겠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하아, 누구 말대로 정말 말만 산 유령이었다. 그것도 골치아픈 지박령. 난 그렇게 혜움에게 속으로 투덜거리며 발은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그나저나 어서 만나야 되는데 소리땜에 방향 구별을—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틈에 공교롭게도 소리가 멈쳤다! (글자로만 읽으니 노래가 어떤지 알턱이 있나) 드디어 소름이 쫙 끼치던 그 소리고문에서 완전히 해방됐다, 야호! 그런데 순간 들떠있는 것도 잠시, 갑자기 노래가 멈춘거지 의문이 들 틈에 푹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고 주위를 살펴봤다. 그런데 언제 여기까지 걸어왔는지도 모르고 어느새 누군가 옆 마주편에 내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아뿔싸, 내가 갑자기 튀어나온 바람에 그 살인 폭격(?)을 멈출 수 있었던 거군. 그런데 저 사람이 요정들이 말한 그···.



“여기에 누군가 찾아오다니, 당신은 저 몰래 지나가려던 필치못한 필연인가요. 아님 시련을 주기위해 찾아온 한순간의 우연인가요?”











제 18화. 왠지 내용보다 부제목이 더 길어보인다고 생각된다면 그건 99%의 기분탓과 1%의 분량 채우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 부제목에다 탓하여라.











“예···? 뭐라구요?”



난 처음 대면한 상대를 보고 이상한 말을 내뱉는 그 사람의 인상착의를 자연스레 살펴봤다. 길고 검은 생머리에 챙이 크게 나있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고 옷은 오래 입었는지 군데군데 약간씩 찢어져 있었으며 목소리를 들어보니 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다행히도 해가 지기전에 무사히 찾았으니 이제 잘 설득하고 여기서 내보내면 우리가 할일은 끝나—



“(그나저나 저 사람, 이쪽을 보고 얘기하던게 아니었잖아)”



- 저기요, 혹시 그쪽이 요정들에게 피해를 준다던 그 인간족···.


- 아아, 이 보잘것없는 소인에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소. 그저 제 앞의 모습을 드러내주는 것만으로도 깊이 시들어 있던 마음속 꽃봉오리에 살며시 따사운 햇님이 찾아온거와 마찬가지요. 아아, 그대는—


- 저기요, 그런 멘트를 들으러 여기까지 온게 아니거든요;


- 햇빛이라 하면 어찌좋소. 그대에게 내리쬐어주는 그 햇빛이 설령 이 마음을 작열하여, 타들어가는 태양이어도 상관없겠지. 그대들을 위한 죽음은 훗날 후생을 함께 할 선약같은 것이리···.


- 제발 사람 말할때 들어요, 좀!!! (버럭)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정체를 알수없던 이야기의 회답에 부르짖자 그제서야 푹 눌러쓴 모자의 챙을 올리고는 상대방을 바라본다. 그러더니 이내 우리의 정체를 이제서야 깨닫고는 아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 아, 요정분들이 아니셨군요. 이런, 이런 저도 모르게 그만 요정을 향한 제 애정을 보여주고 말았네요. 당신께 목적없는 시를 읊어 정말로 죄송합니다.


- ㅎㅎ 예. (이제야 말이 통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저기, 요정들의 부탁으로 당신께 전해줄 말이 있는데—


- 혹시라도 당신, 요정님을 숨기고 계시고 있지 않습니까. 전 다 안다오. 당신이 무엇을 원하고 온게 아니란걸 말이오. 그것이 진실, 그것이 정설!


- 에? 아니 그게 아니라, 저도 원해서 온거에요. 약간의 의견이 다를지 모르지만 하여튼간에 당신이 여기있어서 요정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 전 다 압니다. 왜냐 요정님들을 위해 이 한 몸 다 바친 육체! 그러기에 그런 시치미를 때셔도 요정님을 숨기고 계신단 진실에 변함없습니다. 그것이 저의, 그것이 사명! (척)



당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알수가없었다. 아까도 불렀던 그 끔찍한 소리고문 속에서도 무슨 알수없는 내용도 들어가있던데 처음 봤을때는 내 예상보다는 훨씬 난폭해보이지도 나쁜 사람 같다고도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별다른 봉착이 없을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이상한 쪽에서 예상치 못한 봉착이 생긴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갈수도 없는 노릇. 그러니 용기내서 다시 말 걸어보자.



- 저, 사연이 어떠신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계속 있으시면 안돼요. 요정들도 많이 힘들어 하고, 그리고


- “야, 이민.”


- 그리고 그 이유도 우리도 어느정도 잘 알 것 같기도 하구요. 또···.


- “야, 이민. 어이.”


- 끄응, 혜움! 옆에서 말 걸지만 말고 어서 이 사람을 설득 할 방법이나 궁리해보라—


- “그게 문제 아니라, 네 윗옷쪽에서 뭔가 꿀렁거리는데.”


- 응? 그건 또 무슨소리— 어?



그 말을 듣고 윗옷을 자연스레 흝어보니 아랫부분에서 진짜 뭔가가 꿀렁이고 있었다? 잠만, 이게 뭐지 하고 아랫부분을 건드려고 손으로 살짝 만진 그 순간!



“흐헤에에에엣—!!! 들켜버렸다—!!!”



그러더니 난데없이 작은 벌레— 처럼 붕 날아오른 한 요정이 내 옷에서 튀어나왔다. 그렇게 불쑥 튀어나온 요정은 엄청 황급히 출행랑을 쳤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잠시동안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금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반대편에 보고 방금거에 금방 우쭐해하는 저 인간을 두고 난 이렇게 생각했다.



- (얼마나 많은 요정들에게 폐를 끼친거냐. 저 글러먹은 인간은)


- 봤죠? 이것이 바로 요정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음유시인인 저 ‘예그리나’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일으킨 기적이죠. 그것이 신이 내려준, 그것이 사랑~!


- “암만 봐도 그 요정, 도청하고 있었던 것 같던데. 귀에 이상한걸 끼고 있었고 말이야. 그리고 쟤는 네 옷보고 지레짐작 한 것 같고.”


- 그렇구나; (‘예그리나’라고 했지, 방금) 저 예그리나··· 씨? 솔직히 이렇게 요정이 숨어있었단건 저도 의외지만, 근데 지금은 어디론가 가버렸으니 저의 얘기를 들어주시는게 좀;


- 그렇소. 저는 예그리나, 요정들에게 사랑을 노래하는 떠돌이 음유시인이죠. 그럼으로 전 요정님들의 숲을 배회하며 노래를 자아내는게 제 일···.


- 제발, 사람 말하려고 하는데 멋대로 끊지마요!!! (인내심 도달)



그리고 나의 버럭 지른 목소리때문인지 그저 제 할말을 다 끝내서 이쪽에 관심을 돌렸는지 몰라도, 정말 이제서야 내가 그에게 왜 찾아왔는지 천천히 또박또박 요정마을 촌장님께서 설명해주신 곧이곧대로 풀어서 말했다. 당신이 지금 요정들에게 피해를 주게 만들어서 그들을 힘들게 만들었고, 당신 주변에 치레라는 요정이 보인다는 말과 더불어, 또한 요정들 『수피아』의 적대세력인 『나간족』의 한편이라고 의심되고 있다고 이를 일으킨 장본인에게 곧이곧대로 얘기했다. 그런데 알아들은건지 만건지 전혀 흐트러짐 없는 기색으로 내게 한마디 말을 건넸—



- 음, 잘 알겠소. 그러니까 그자가 지금 여기 어딘가에 있다는 소리군요. 그럼 그 장본인은 어딨는거요? 그런 놈은 요정들을 괴롭히는 존재는 즉각 처단을 내려야 마땅합니다.


- (얌마, 그게 너라고!!!!) 아니; 지금까지 당신, 예그리나씨께서 하신 일들을 촌장님께서 대신 전해준 말씀들인데요;


- 아, 그 저지른 놈이 제게 죄를 뒤집어 씐다는 건가요? 예상보다 훨씬 불결한 요물이네요. 그럼, 오늘대로 즉시 처리하는게 합당하겠군요. 그럼, 우선 전 거기에 동의합니—


- 이보쇼, 당신! 자꾸만 시치미 때지마요! 애초에 이 숲에 요정들 밖에 안 산다는데에 당신과 나뿐인데, 다른 인간이 어딨겠어요, 상식적으로다가! 그리고 멋대로 동의하지마!


- “이봐, 난 유령이라고 막 제외시켜도 되는거냐.”


- ·····.



그렇게 말을 맞받아치니 갑자기 상대쪽이 조용해지는 기미가 보였고, 뭐라도 알아들었는지 모자의 챙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더니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는 챙을 다시 올리면서 사뭇 말 분위기도 함께 달라진다.



- 그렇다면 그쪽이 훨씬 수상해지는군요. 제게로 온 이유도 그렇고.


- 예? 말씀 드렸잖아요. 당신께서 자리를 떠나주셨으면 좋겠다는 통보를 대신 전하러···.


- 고작 그런 실상없는 겉 피복의 눈속임으로 믿음을 사게 하지 마시오. 제가 말하는 질문은 당신의 그 말을 진짜로 듣고 온 건지는 그것만으로 온전히 믿기 힘들단 뜻. 그것이 불명확, 그것이 불신.


- 네? (당황) 그,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아, 그러고보니 방금전에도 제 품에서 요정이 날아갔잖아요. 그러면 제가 요정의 마을에서 있다 왔다는게!


- 당신이 전에 봤던 과거와, 지금 말하는 현재, 앞으로 제게 느낄 미래를 뭐라 하셔도, 제가 키우는 꽃의 신조인 저의 각오에 다가가지 못하오. 난 여태껏 그리 뜻을 세워왔다오.


- 하지만 정작 그 행동땜에 당신이 그 몸 불살랐다던 발언에 어긋나게 피해 주잖아요, 지금! 그러고도 그들을 위해 노래한다던 음유시인이 되겠어요?! (이정도면 알아들었겠지ㅠㅠ)


- 피워낸 꽃에다 물과 배지를 안준다 치고, 이대로 살아간다면 누구나 도리에 기대어선 말라비틀어질 뿐이오. 그렇기에 항상 양쪽의 칼날이 뺨을 스치도록 지나가듯, 우리들은 언제나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가는 헐떡이는 짐승일뿐. 그것이 로망, 그것이 바로 야망!


- 원래 살던 세계와 당신이 만든 뭐, 소위 자신만의 세계에 푹 빠져있다고 해도요. 요정들이 힘들었다는건 그쪽에서 이미 토로했다구요. 그러니까 그만하고 원래 계셨던 곳으로;


- 제가 있던 곳이라··· 흐음. 아아 신이시여, 제가 가야 할 곳은 어디, 나는 누구? 그렇담 여긴 어디, 당신은 누구? 그렇군요. 제가 가야 할 곳은 바로 당신의 품속인 낙원으로—♪


- 남의 진지한 부탁에 은근슬쩍 딴데로 세지마요!!!



하아···. 여기와서 내 평생 남하고 말이 안통하는 상대는 난생처음이다. 나쁜 사람같이 않다고 생각은 했는데 취소다. 딴쪽으로 질이 아주아주 나쁜 사람이었다. 정말이지, 촌장님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이러고 있지도 않았을지도. 남 얘기는 귀담아 들어주지 않으니, 요정들도 애를 먹었을 수밖에. 이를 어떡하면 좋단 말이냐, 나는!



(애초에 이런 얼토당토 않은 대화 이벤트는 왜 만들어 놓은거냐고!!! 차라리 다른 씬이 이보단 낫겠다!!!)



- 이제 전 이만 돌아가야겠군요. 해가 거의 뉘엿뉘엿 저물어가니 요정님들께서도 잠이 드시는 시간이니까요. 


- 에? 돌아간다구요? (저 말은 지금···) 혹시나 여기서 이만 떠난다는?


- 아, 예. 요정들이 곤히 잠이 드시는 시간에까지 읊을 필요는 없겠지요. 허나 해가 그들을 비출때, 전 그들에게 비춰진 암울한 그림자에게 다시 그들을 구원하여금, 힘차게 희망을 일으킬 것이오!


- (통했을리가 없지) 당신에게 진짜 몇댓번은 같은 부탁을 드리는거지만. 요정들이 당신에게 피해를 본게 한두번이 아니라고 했어요! 저도 그 이유를 알 것 같고. 그런데 자꾸만 당신의 입장만 내세우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헤아리지 않으시면—



“당신은 절대 그들을 위한다고 볼 수 없어요. 애초에 정말로 요정들을 좋아하는건 맞냐구요!”



그렇게 이번에는 좀 더 세게 그를 몰아붙였다. 그러더니 제자리에 일어나서 등을 돌렸던 몸을 다시 앞으로 바라보고는 내게 질문하듯이 목소리는 약간 깔고 아까처럼 차분히 말을 걸어온다. 음유시인이란 이리도 말이 안통하는 상대였던 걸까. (아님 이 사람이 유별난건가)



- 내가 그들에게 정말로 피해를 줬단 말이오. 참말로 요정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셨소?


- 네, 그래요. 그래서 이젠 여기서 그만 나가시라고 부탁 받았어요, 몇번이나.


- 하지만····. 저에겐 제 직업에 굳게 맡은 사명이 있소. 그걸 어긴다면 저의 목숨은 앞으로 더이상 쓸모가 없는 폐육신(廢肉身) 신세가 될것이오.


- ····그래서요?


- 이리 갈 곳 없던 넌저리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됐소. 이에 대해 나의 천직과 하물며, 애욕을 깃든 반역은 앞으로의 연명을 할수없기에 난 떠날 수 없다오.


- “뭔 소린지 당체 모르겠지만, 그냥 떠나기 싫다는 갖갖이 핑계를 대고 있는 것 같은데.”


- 하지만 그대와 대화를 나누고나니, 어느순간 그대는 어느 한구석으로 나보다 그들을 훨씬 아낀다는 진심이 내게 확 와닿았다오. 그러하니 더는 뭐라 하지않겠소. 그런 간곡한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이대로 떠나면 더는 살아갈 자신이 없는 저를 어찌하면 좋겠소.”



갑자기 확 들어온 진지해진 질문에 나도 모르게 순간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면 저 질문에서 나도 이사람의 진심이 담겨진 뭔가를 느꼈을지 모른다. 다는 모르겠지만 딱히 일부러 요정들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 같지도 않고, 또한 아직까지 나간족의 한패라거나 하는 등의 소문이 떠돌뿐이지 진짜 그랬는지는 요정들도, 더군다나 막 이야기를 들은 우리 일행 시점에선 이쪽에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자세한 사정을 재차 물어봤다. 그는 나의 질문에 아까와 달리 내 말을 귀를 기울이지만 여전히 알수없는 문구를 구사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대충 해석되는 이야기들 중에는 자신이 여기서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그들에게 과거에 입은 은혜를 갚기위한 자신이 가진 수단에 불과했고, 갑자기 요정들을 보자마자 도망친 이유는 단지 자신이 있던 그자리에 요정들이 머물고 싶어하는데 자신이 거기 있는게 방해되는 것 같아 일부러 몸을 피한것이라 주장했다. 왜 굳이 여기로 왔는지는 사랑의 운명 뭐시기만 내세워 생략하고, 어쨌든 다 들어보면 결과적으로 하나같이 나쁜 마음을 먹고 행동한 짓들은 아니라는거다. 그러니 행동만 조심하면 해는 끼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 흐음, 그래도 요정 마을 촌장님의 부탁은 들어줘야 되는데.



- 그러면 앞으로는 피해를 안 끼칠 자신 있어요? 뭐, 그들과 직접적인 접촉과 간접적인 피해행동만 피하시면. 특히 직관적으로 그 노래 때문에 피해를 많이 본 것 같아요.


- “맞아. 솔직히 요정 아니더라도 다른 생명체도 버틸 수 없을걸, 그 소음공해.”


- 아아, 그렇소. 그래서 요정님들께서 도망친것도.


- 맞아요! 이제야 뭔가 깨달으신 건가요, 드디어! 만약 안하신다면 촌장님과 잘 상의해볼테니까—


- 이런, 제가 너무나 요정님들에 수준에 안맞는 진부한 노래를 불렀나 보군요. 아니면 같은 내용의 노래라 질려서 일지도 모르겠소. 흐음, 어느쪽일까. 


- (그게 아니잖아! 그냥 노래자체가 고문이라고!) 하하; 그냥 그 노래를 부르지 않으시는 편이 좋을 것 같···.


- 역시 그 편이려나. 알겠소. 이번에는 서정적인 의미를 담긴 순수한 경애의 노래가 아닌 다음번에는 정열적인 구애의 노래로—!


- 아니, 아니 그쪽에서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완전 헛다리 짚었다고!


- “그래, 노래 자체가 도저히 못들어줄 수준이라고! 그러니 다음번엔 낮에 말고 요정이 잠든 시간대에 노래하는게 좋겠어. 음, 그게 낫겠군.”


- 너도 완전 잘못 헛짚었거든! 밤에 하면 오히려 더 항의 들어온다고!


- ㅇ? 무슨 일 있소?

[수호령 혜움은 이민과 무녀, 극히 일부 사람만 볼수있다. 따라서 이쪽은 안보인다]



하여튼간에 이대로 잘 얘기하면 해결될 것 같은 희망의 조짐이 보인다. 날이 거의 저물어가고, 조금만 궁리하면 답이 보이니까, 이번에는 전보다 평화롭게 해결될것같은 기분이든다.



(앞으로도 이런 전개면 이것도 나쁘지가 않을—)















우우우웅—!!!















그때였다. 내가 차고있던 단검, 단도 『한배검』에서 전에도 더불어 또다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과 약간씩 진동이 울린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더욱더 세차고도 거대한 진동소리가 귀를 뜷고 들어온다! 갑자기 잘나가다가 무슨 일인가 싶어, 검을 뽑아들어 재차 확인했지만 계속해서 크게 울릴 뿐이었다. 진짜로 고장이라도 난 건가? 아님, 혹시 주변에 진짜 마물이라도 나타난거야? 그런데 이주변엔 아무리 둘러봐도 마왕의 부하가 나올 타이밍이···?



- 사악한 마물이라도 있는건가?


- (!) ·····지, 지금. 뭐라고 하셨는지.


- 예? 아니, 그게 뭔가 좀 이상해서—


















철컥



















그렇게 말하니 갑자기 음유시인이라는 그사람에 가슴쪽 윗옷 안주머니에서 방금같은 소리가 들려왔고 이윽고 품에서 무엇가를 꺼냈는데. 자, 잠만 저건 다름아닌 총?! 그렇게 놀라는 틈에 상대편은 기다란 총을 하나를 더 꺼내고는 두자루씩이나 양손에 쥐어잡고 내게 갑작스럽게 총구를 나에게로 향하더니 뜬금없는 말을 해댄다.



- 당신, 설마 이미 그 사실을 알고 내게로 찾아 온 것인가요. 이거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했군요.


- ???? 그게 무슨 소리에요? 갑자기 왜 그러세요?!


- 전 당신에게 무척 실망했습니다. 설마 그걸 목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길게 주물러 놓고, 끝에가서 본모습을 드러내다니. 틈을, 노린모양이군요. 제가 무엇을 해왔는지도 이미 전부···! (콰득)


- 무슨 오해를 샀는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제 말을;;!!


- 시련을 주기위해 찾아온 한순간의 우연, 그것을 과장한 접근이었다니. 그래도 친절하시군요. 싸움은 정정당당히 하려고 하시다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걸론 결코 지는 꽃을 빼앗을순 없을겁니다. 그것이 설령, 그것이 피할수없는 운명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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