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한숨도 잘수 없었던 까닭인지 덮쳐오는 수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퀘퀘한 냄새를 풍기는 버스 시트에 고개를 파묻은채 잠에 빠져있었다.

눈을 뜨니 목적지에 도착...흔히 타임머신 이라 부르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길 내심 기대했지만

맨 앞좌석에서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섞인 칭얼거림에 잠에서 깨어나 버렸다.

창가의 커튼을 슬쩍 비껴내 바깥풍경을 잠시 확인하니 아직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도착까지 적어도 한시간 이상은 더 걸릴듯 하다.

잠에서 덜 깬 상태로 햇빛에 노출되버린 눈을 잔뜩 찌그러뜨린채 다시금 시트에 몸을 파묻었다.

이번엔 반드시 도착지에서 깨어날수 있겠지.

그런 생각과 함께 의식의 전원을 내리려 했지만 방금전 보다 한층 커진 아이의 목소리가 그것을 방해했다.

"배아파!"

"조금만 가면 휴게소니까 참으렴"

"배아파! 배아프단 말야!"

옆자리의 아이엄마가 아이를 타일러 보았지만 아이의 칭얼거림은 멈추지 않는다.

다른좌석의 승객들에게 연신 죄송하다며 진땀을 흘리는 아이엄마가 안쓰러워 보일지경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참을수가 없었는지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으아아아앙 배아파!!! 배아파!! 엄마 배아프다구!!"

아이의 고통스러워 하는 울음소리에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것인지 아이엄마의 표정이 변했다.

"어디니? 어느쪽 배가 아픈거니?"

아이의 배를 만져보며 물어보았지만 아이는 울기만 할 뿐이라 아이엄마도 당황하여 정신이 없어보인다.

"곧 휴게소 도착하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버스기사가 아이엄마를 진정시키고자 했지만 별 다른 효과는 없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선 도저히 잠을 잘래야 잘 수가 없어보인다.

좌석사이의 좁은 통로를 헤집고 아이가 있는곳으로 갔다.

등으로 뒤쪽 승객들의 시선이 꽂히는 기분.

주목받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아이의 손을 잡았다.


마주잡은 손의 신경이 휘어감기는 듯한 느낌과 함께 대량의 정보가 흘러들어온다.

좀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전달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가 가지고 있던 그것을 고스란히 받아온 것이다.

빼앗은 정보는 통증을 담고있다.

본래 아이의 것이었던 통증은 이제 자신의 것이 되었다.

그런 이유를 알 턱이 없는 아이는 사라진 통증이 신기한듯 자기엄마를 쳐다본다. 

"엄마 이제 안아파!"

"이게 대체..."

아이엄마 또한 이해가 안되는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설명이 필요하겠지

자캣 안쪽 주머니에서 면허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주황색 테두리에 사진과 이름이 적힌 얼핏 평범해 보이는 면허증이었지만

먼허에 [수취인] 이라 적혀져 있다는것이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것을 알려주었다.

"아..."

면허를 보자마자 곧바로 이해한 아이의 어머니.

역시 말로 설명하는것 보단 인증을 하는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일 경우가 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건장한 청년이 식은땀을 흘릴정도이니 아이가 참기에는 분명 무리였을 것이다.

"기사님 휴게소로 들어가면 구급차좀 불러주세요"

"아 네!알겠습니다"

"큰일인가요!?"

아이엄마가 다급히 물어본다.

"원인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꽤 아프거든요 이거"


미리 연락을 넣은 덕분인지 휴게소에 닿자마자 곧 구급차가 도착했다.

아이엄마의 감사인사를 받으며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꼬옥 쥐어진 아이의 작디 작은 손.

이 손을 놓으면 복부의 통증은 다시 아이를 괴롭히겠지.

"후우"

어쩔수 없이 아이의 손을 잡은 채 구급차에 같이 올라 탄다.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 병원에 가까워 질수록 통증은 점점 더 심해져갔다.

"괜찮아?"

통증을 견디느라 하얗게 질린 얼굴이 걱정이 들었는지 아이가 물어본다.

처음에는 견딜만 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격통에 점점 몸의 감각이 마비되어 가는것 같다.

그렇다고 그대로 말할수는 없는법. 교육받은대로 대답을 돌려준다.

"괜찮아"

대답에는 프로의식이 담겨졌으나 표정은 그러지 못한듯 싶다.

거짓말은 나쁜거라고 주장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 아이.

그런 아이의 모습이 입가에 작은 웃음을 만들었다.


결국 병원에 도착해서도 아이가 수술실로 들어가 마취로 잠들때까지 손을 잡고있었다.

복싱 선수에게 시합 내내 배를 맞은듯한 느낌에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온다.

출근첫날부터 이런일이...


서둘러 시간을 확인한다.

폰 화면에는 12:27 이라는 숫자가 표시되어있다.

예정시각은 분명 11시.


"Nooooooooooooooooooo-------!"

화면을 향해 소리쳐 본다.

하지만 이미 떠나가버린 시간은 대답하지 않는다.

인생에 두번다시 없을 첫 출근길이다.


-------------------------------------------------------


타인이 느끼는것을 나눠받을수 있는 특이체질 수취인 

받을수있는 종류와 받아갈 수 있는 비율에는  개인차이가 있다.

수취인들은 자신들의 체질을 이용해 사회 여러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