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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작은 숲을 비추고 있었던 해는 거의 다 저물어가고 밤이 어느센가 다가오려는 그 시각. 내 앞에 지금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난 분명 요정들의 마을에 요정 마을 촌장님으로 하여금 얼떨결에 인도받아  촌장님과의 깊은 대화를 나눈 끝에 요정들을 신경쓰게 만드는 인간을 잘 구슬려 실상은 내보내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았고 그에 맞춰 어찌어찌 한참을 돌아다니다 그 인간을 마침내 발견하고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끝에는 잘 마무리 되어가는 듯 싶었다. 그런데···.



대체 내 쪽이 무슨 이야기를 잘못 말했는지, 아님 상대방이 갑자기 돌변한건지 모르겠으나 그 인간, 즉 자신을 오직 사랑스런 요정들을 위해 노래한다며 스스로를 얘기하는 자칭 음유시인 ‘예그리나’라는 자가, 방금 긴 두자루의 총을 꺼내들어 양쪽 손으로 움켜쥐고는 내가 있는 쪽으로 향해 겨누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지. 왜 일이 잘 풀리다가 끝에 가서 갑작스런 전투 태세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다니. 이게 대체;



(암만 그전 전개가 좀 그랬다고 쳐도, 요 개연성도 없이 펼쳐진 해프닝을 쉽게 받아들일수가 없잖아!)



- 자, 어리석은 대가로 선공을 드리도록 하겠소. 단, 잘 움직이시는게 좋을거요. 【LV.?/음유시인】


- 자, 잠시만요! 무슨 오해가 있으신거 같은데, 제가 대체 어떤 말 실수를 한건지는 자세한 설명을;; 【LV.0/용사】


- 목동의 눈을 속이고 숨어들어온 늑대에게 사정따위 들어줄 필요따윈 없다오. 혹시나 먼저 다가왔으면서 도망 칠 핑계만 늘어놓는 거라면 더더욱 용서 할수없소!


- 그게 아니라, 정말로 이쪽에서 뭔 잘못을 했는지 진심으로 알고싶어서···!


- 선공을 하지 않으실 거면, 그럼 이쪽이 먼저 장식하겠소. 나의 아모르 랑데부, 『더 러버 송』과 『피가레오』와 함께 말이오. 그것이 당신의, 그것이 최후의 결착이라면!


- (도저히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








철컥








정말로 이쪽을 향해 총을 쏠 모양인 것 같았다. 난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상대쪽은 진심으로 나와의 대결을 아니 저쪽에 일방적인 강압으로 승부를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적으로 벌어진 사태였지만 긴박한 상황에 눌려 할수없이 몸에 차고있던 단검, 단도 『한배검』의 손잡이를 잡고 꺼내들어 앞으로 치켜세웠다. 요정이 사는 이 작은 숲을 무대로 재개된 이 승부속에서 어째선지 나에게서 적의를 느낀건지 총을 치켜들은 음유시인, 그리고 상황의 흐름속에 휘말려서 마지못해 검을 꺼내들은 용사. 알수없는 대결 현장의 끝에서 기다리는건 무엇이길래 둘의 싸움을 강요하는 걸까. 과연 그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싸우려고 하는 것 일까?











제 19화. 무엇이 숨죽인 새를 울게 하였는가











“(일단은 START···· 인건가?)”



단검으로 치켜세우고 전투테세를 취하고는 있지만 싸우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던 현재 이쪽에선 전에 상대를 향한 쓰러트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맞서 전투에 임했던 전과는 달리 힘이 솟아오르지 않았다. 단검도 마치 때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느낌. 단도 한배검은 나보다 약한 상대이거나 대전하는 상대방에게 악감정 같은 적대감이 없을시 반응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저 자에게 100% 호의를 느낀건 아니다. 방금전에 말이 안통했던 상황으로 보나 지금 상황으로보나, 적대감은 약간씩이라도 나마 느끼고 있는 상태. 그래도 납득이 안가. 이게 무슨 일인지, 전ㅎ—



“더블 피스톨즈—!” [시선을 가로채는 첫 입맞춤]



그렇게 생각이 접어들 틈에 어느순간 총탄이 쏘아진 사격음이 맹렬히 들어왔다. 난 그 소리에 몸이 벌써 알아채기라도 하듯, 곧바로 발로 땅을 박차올라 하늘을 급비상하는 새들처럼 높이 날아올라 탄알들을 속속히 피해나간다. 빠르게 날아드는 총탄을 피해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내 자신이 놀랍기도 했으나, 전에 판타지 세계이니 당연하다는 혜움의 말이 난데없이 떠올라 모르는새 인정하고 말았다. 그보다도 말이지.



(이렇게 피해다니면서도 이런 생각 중인게 오히려 대단하다. LV.0가 맞긴 한거지, 나)



그래도 단검이 주는 힘 덕분이라는 사실은 잘 숙지하고 있다. 그러니 이리 잘 피하는거겠지. 현세였으면 불가능할 뿐인 그지없던 전투. 그렇게 한참을 날아다니는 총탄을 피하느라 정신없이 몸을 움직일때, 상대방 또한 내가 피해가는걸 맞춰 총을 난사해댄다. 대체 총탄이 얼마나 남아있길래, 대체—



- 정말 틈을 비집고 피해가시는게 마치 꽃 주변에 윙윙대는 벌레 못지않소만. 꽤나 성가시군.


- 이제 그만둬! 당신하고 이렇게 싸우고 싶지 않아! 그저 대화로 풀어갈수도 있을텐데, 굳이;;


- 그렇겠군. 멀찍이 소리쳐봤자 그대에게 아무런 해를 못끼칠듯 하오니, 직접 다가가는 수밖에!


- 잠만잠만;;!! 그게 아니라—!!



타다닥



그러더니 공중에서 피하기위해 계속 박차고 있던 땅위로 간신히 내려와 자세를 잡고있던 나에게로 향해 느닷없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숨도 제대로 못고르고 다시금 향해오는 적을 피하기위해 발의 힘을 실어서 뒤로 펄쩍 단숨에 뛰어오른다. 숨을 자유롭게 내쉴 틈도 없이 나에게로 이번에는 전과 다른 총탄이 발사된다.




“아크로 드 로즈—!” [갈애(渴愛)를 속삭이는 어리석은 바람둥이]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총탄에서 불꽃같은게 사방에 튀어오르며 이윽고 총구에 불길을 머금고는 나에게로 급격히 다가온다. 나는 몸을 그대로 고속투하하여 직접적인 근접공격을 간신히 피해갔으나, 피하자마자 위에서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하늘에서 소란스러운 포격음이 주변으로 메아리쳐 간다. 그후 하늘에서 폭팔음과 휘날린 불씨의 파편들이 내 어깨와 신체일부를 툭 치며 아래로 사라락 떨어진다. 그리고 그와 같이 음유시인 예그리나도 같이 사뿐히 땅에 내려왔다. 그러더니 이윽고,



“라비앙 딥 키스 샷—!” [일순간 달아오르는 끈적한 사랑]



이번에도 또다른 총탄이 내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근접도 아닌 전에 사격하던 원거리 공격이었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연사가 아닌 총알 두발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커진 것 뿐만아닌 위력까지 능가할듯한 한발이 내 가슴 중앙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걸 느꼈다! 다시한번더 저위로 급히 비상하여 총탄을 넘어섰다—



“이번 운명은 결코 거스를 수 없을거요.”



그러자 아래로 지나쳤어야 할 총탄이 갑작스럽게 위로 같이 따라오는게 아닌가. 설마 목표물을 맞출때까지 끝까지 쫓아와 격추시키려는건가. 자동 원격 조준이야. 유도탄이야, 뭐야. 암만 피해다녀도 정말이지 끈질기게도 쫓아오는 탄. 연사하던 총알보다는 총의 속력은 약간 느렸지만 문제는 그 격추의 특성 때문에 정신없이 활보하느라 훨씬 더 방향감각이 틀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때, 나도 모르게 시인의 앞에 등을 들어내고 말았고 재빨리 피하였지만 예그리나는 그 순간에도 놓치지 않고 유도탄을 한번 더 쏘았다.



그러자 앞에는 아까 쏘아서 쫓아오는 탄과 뒤로는 막 쏘아진 유도탄이 빠르게 이쪽을 향해 날아온다. 앞뒤 양쪽으로 동시에 날아오고 있는 일촉즉발, 아니 사면초가다! 만약 위로 다시 튀어오른다 해도 2개를 피하는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옆으로 피하다가는 도리어 쉽게 저자가 들고있는 총의 표적이 되어 총상을 당할지도 모른다. 뭐가됐든 하나라도 맞아선 안된다. 바로 거기서 끝이다. 그렇다고 이러고 있을수만은—(!) 맞다, 그게 있었지, 참···!



“끝났소. 꽃을 함부로 꺾으려던 자의 용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할지어니. 그것이 자승자박, 그것이···.”


“시끄러워! 아직 안 끝났다고!”


















“은가비—!” [은은한 가운데 빛을 발하라]















번쩍



전에도 많이 썼듯, 주위에는 은은한 자그마한 빛이 지금 눈으로 보이는 모든 배경을 순식간에 범위를 확장해나가 감싸고는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날아오던 두개의 탄도 같이 사라졌다. 그렇게 위험에서 간신히 모면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걸 전부 보고있던 음유시인 예그리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이어 총구를 다시금 나에게로 향하고는 방아쇠를 당기는 동시에 그의 입에서도 소리가 새어나온다.



“이리저리 피하기만 하는 당신이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기대되오.”





이제는 전에 썼던 모든 기술들을 총 동원하여 내게로 첫 발포 이후로 수없는 난사를 펼쳐댄다. 연계되어 가는 총탄들의 화려한 축제 속에서 이걸 다 피하고있는 나의 성장에도 감탄이 없지않아 느끼고 있었지만 지금에선 중요한건 어떻게 해야 둘에게도 아무런 이득따위 보이지않는 이 전투를 결착을 지을 수 있을지 생각한다. 역시 싸움을 멈추기 위해선 둘중 하나가 패배를 인정하기 전까지는 또다른 해결법이 떠오르지 않는 듯 하다. 



그럴려면 피하지만 말고 그가 있는 쪽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야만 하는 상황. 그렇지만 도저히 틈은 보이지 않는다. 이전보다도 더욱더 강렬해지기도 한 것 같고. 매일 첫판부터 피하기만 하다가 빈틈이 있으면 단숨에 속공을 가하는 패턴, 즉 원거리 사격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저 상대방에겐 무리가 있는것도 당연한거다. 회피에도 어느정도 익숙해진 지금의 나는 적극적인 대담한 공격을 할수없어, 상대가 지칠때까지 힘을 빼내야 한다. 아무리 힘이 들지라도 내가 할수있는건 오직 이것뿐.



“(그러고보니 아직 상대방의 래버력도 잘···)”


“라카즈 아 르 푸” [자유를 구축하는 도태된 집착]



그렇게 약간의 깊은 사색에 빠진 그때, 그가 쏜 총구에서 그물같은 무언가가 주변을 빠르게 확장해가며 내 주위를 에워싸고는 마치 내가 새장에 갇힌 작은 새처럼, 장미 넝쿨처럼 보이는 가시 철장 안으로 그만 나는 갇혀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그 한발을 마지막으로 내 움직임도 봉인되는 동시에 그도 공격을 멈추었고 대신 나에게로 조금씩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총성이 걷어진 조용해진 상황속에선 왠지모를 긴장감이 고조되어 갔다. 내가 정적이 흐르는 시간속에서 메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 사이, 그가 먼저 내게 말을 걸었다.




- 그러고도 나를 바라보니 왠지 그렇군요. 딱하기 그지없소. 스스로를 탐한자는 스스로를 멸할지니. 그것도 모르고 함부로 오시다니 무지할뿐이오.


- 당신이 하는 말은 당체 못 알아듣겠다고,도저히.


- 그렇군. 눈에 띄면 생각없이 뺏어가는 냉혈한이신가. 그렇다면, 깨닫게 해드리겠소. 소중한걸 잃을때 이 아픔을, 마지막에 눈을 감을때까지 부디 깃들기를 기도하지.


- ·····무엇이 당신을 그리 화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 ‘무엇’인지는 제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도저히 당신과 싸울 이유따윈—


- 그럼 그대에게 이 사가를 읊으겠소. 그리고 받아들이시오, 지옥에서도 피를 적실 어리석은 사내여.













“눈부신 꽃의 줄기를 부러뜨리는 것만으로도 큰 죄가 된다는걸 기억하시길. 그것이 당신께 드리는 마지막 시이자, 그것이 소장(召裝).”















“마갑(馬甲) 『류거흘』—!”



그 말을 마치고 나자 갑자기 그의 주변으로 빛이 일렁거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번쩍이며 끝무리의 빛도 접어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서 뭔가의 변화로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말았고 그래서 시선을 땔 수 없었다. 그의 하반신이 무엇가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꼭 묵직한 갑옷을 치 두른 무언가를, 아니 그것은 다름아닌 번쩍이는 갑옷. 그것도, 꼭 말의 하반신을 연상시키게 하는 기묘한 검은 갑옷이었다. 그리고 그틈에 그의 래버력을 바라보았다.



- 자, 준비는 됐소? 또다른 세상을 마주할 때를. 【LV.39/음유시인】


- (LV.39···! 우리 일행 중에서 가장 래버력이 높은 제나하고도 거의 비슷해. 이걸 상대로 난!)



 타다닥!



그리고 그때였다. 그는 갑자기 위로 엄청난 속도로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내 눈이 따라잡을 수 없을정도로. 그렇게 빠르게 눈을 옮겨 확인한 바로 내 중앙까지 박차 올라간 그가 총구로 나를 향해 겨눈다. 그리고 보았다. 총구에서 불을 튀기기 시작한 것을, 그리고 내게로 빠르게 낙하한다. 그러자 난 그에 반응해 몸을 피하기 위해 뒷걸음 치려고 시도하였으나 주변에는 알수없는 철장으로 둘러싸있는 상태. 한마디로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 그렇게 되면···!



“그 붙잡힌 새장과 함께 고통을 남기지 말고 사라지시오.”



“아크로 드 로즈—!” [갈애(渴愛)를 속삭이는 어리석은 바람둥이]



그러나 이도저도 못하는 그 사이에 벌써 갇힌 철장 코앞으로 다가와 아까와 같이 큰 폭발을 터트리려는 일촉즉발의 순간. 나는 화들짝 놀라 순간적으로 자세를 잡고는 그만 소리치고 만다.



“은가비!”



그렇게 순간 터트린 폭발음과 함께 발산되어가던 빛과 단검에서 번쩍이는 빛들이 서로를 맞물리게해 기이한 광채를 내뿜는다. 그리고 그런 폭발의 빛마저 삼켜버린 나의 은은한 빛이 사방을 감쌌을 때, 그 빛이 사람짐과 동시에 연소되어가는 포탄의 빛따윈 온데가데 찾을 수 없었고 남아있는건 그 잠시의 폭발로 인해 일부가 부서져버린 금새 낡아버린 창틀과 운좋게 멀쩡히 살아남은 나, 그리고 유유히 땅위로 내려앉은 위험한 시인을 자칭하는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총잡이뿐. 나는 구멍 난 철장 안으로 서둘러 튀어나와 그의 충동적인 공격에 긴장감은 더욱 배가 되어감에 따라 등뒤가 서늘해졌다.



- (설마 이걸로 구속시키고 움직임을 봉인한 틈을 타, 저 폭발탄으로 갇어둔 철장과 함께 보내버리려 하다니···. 저 사람, 진심으로 날 죽이려는 모양이야)


- 그 빛, 전엔 놀랐지만 지금와서 보니 상당히 거슬리는군요. 좀 더 가까이 갈 필요가 있겠소. (철컥)


- (이성을 잃은건가. 아님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단건가. 뭐가 됐든 이대로 싸우는건 위험해. 저 갑옷을 입은 후로 속도 차이가 엄청—)



다그닥 다그닥



그렇게 잠시 생각에 빠진 틈을 타, 상대방은 벌써 총을 겨누고 내게로 급속도로 달려온다. 그리고 빠르게 생각을 접고 다가오는 상대방에게 대응하기 위해 땅을 박차 뒤로 온 힘을 다해 뛰어간다. 뛸수록 숨이 벅차오르면서 더불어 힘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방금전에 두번씩이나 은가비를 쓴 탓일까. 정신없이 피한다니면서 힘도 많이 빼앗겨서 리스크가 크게 다가온지도 모르겠어. 젠장, 이대로는 진짜 속수무책으로!



- 그리 도망쳐봤자 그따위 사냥감이 할법한 안이한 짓거리는 샤냥꾼에게 아무 느낌도 뒷받치지않소.


- (언제 내 앞으로···!!! 분명 거리 차가 났을텐데!)



어느새 그는 내 앞으로 날아들어 이미 총을 내 앞으로 겨누고는 당당히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리해서 금방이라도 날아올법한 공격에 대비해 한번 더 ‘은가비’를 외치고는 눈부신 빛이 사방으로 퍼져 꺼지기도 직전에 다급히 그와의 거리를 두기위해 힘껏 달린다. 멀어져야만 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가까이 몸을 두어선 안된다고 머릿속에 반복해서 이와 같은 문장들이 머리를 가득채운다. 달아나야 해. 멀리 떨어져야 해. 단 한발이라도 맞아다간 끝이야! 그러니까 어떻게서라도



“어서 그에게서 도망가야 ㄷ—“



어느순간 입에서 말이 나오다가 중간에 끊겼다. 달리다 숨이 목까지 차올라서 그런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말이 나오지 않는다. 동시에 몸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무슨 일이 생긴거지. 그리고 뒤에서도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있다. 방금전 총을 가차없이 쏠려고 들던 날 없애려 들던 음유시인의 총성도 숨소리도 뭐도. 이상하게도 아무런 소리가 내게 들리지 않는다. 이게 어떻게 된 일— 어··· 어····?



“정말 끝까지 실망시키는 자요. 당신이란 자는. 어찌 일관성없이 인간은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걸까. 어찌 꽃의 향기를 기억하는 자에게 똑같은 향기를 맡게 하는걸까.”














“쓰러져 있는 당신을 보고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게되오.”











난 다듣고 알수있었다. 갑자기 말이 숨도 잘 안나올만큼, 새어나오지 않은 이유가. 도망치던 몸이 도중에 멈춘 이유가. 또한 지금 내가 앞으로 고꾸라져 땅에 몸을 맡긴 이유도. 전부 그런 이유도 저 자가 내게 겨눈 총알에 맞았다는걸로 모든 상황이 성립된다. 하지만 등뒤로 뒤늦게 느껴지는 총상에 고통보다 애석하게도 한가지 의문이 앞서갔다.



“(분명 총성은 들리지 않았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놀란듯 모양이오. 그도 그런게 소리없이 울려퍼지는 낭만의 세레나데 『더 러버 송』. 특징은 방아쇠를 당겨도 어떤 소리도 내지않고 쏠수있단 점이, 마치 조용히 등뒤로 안기는 연인같이.”



“물론 몰랐을 수밖에. 두 총을 동시에 쓰는데 어느것이 소리가 나는지 민감한 토끼조차 알수없을테니까.”



그런거였나. 무음의 총탄이 내게로 적중시켰다는 얘긴가. 듣고보니 그런 듯 아닌 듯 했지만, 안에선 일순간 혼란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순간 물이 빠진 바다의 잔물결처럼 안에서도 진정이 됐다. 그가 쓰러진 나에게로 다그닥 다그닥 아주 천천히 말발굽 소리를 내며 내 앞으로 다가와 내게 발목을 내보이며 총을 드는 소리와 함께 총구가 내 뒷머리쪽에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항도 하지못했다. 힘이 다빠져버린 나는 살아있는 시체와 마찬가지. 그런던 나에게 그는 단번에 한문단을 내뱉었다.



“마지막은 『피가레오』, 그대에게 맡기겠소.”



철컥



그리고 난 그 한문단에서 눈이 자꾸만 감겨왔다. 왜 이럴때 잠이 오는거지. 자고 싶지 않는데, 이렇게 쓰러져있기 싫은데, 이유없이 내게 쏜 한발에 나가떨어져 있는 나 자신을 보기 싫었는데. 그럼에도 눈은 현상황이 어찌됐든 계속해서 싫다고 소리없이 외쳐대는 마음속 조그마한 반항에서조차 아랑곳 하지않고 눈꺼풀이 감겨온다. 이제 아무것도 할수없다는 그런 뜻인건가. 점점 작아지는 마음속의 외침에도 끝없이 도는, 그럼에도 끝내는















눈은 져버린 세상을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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