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자신이 어떻다는 것을 어렴풋이 자각하고 있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지 않는다
그저 그 강렬한 확신을 자신의 친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하면서 간접적인 어조와 억양으로 나타낸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의 강렬한 확신을 자신이라는 주관적 도구가 아닌 제3자라는 객관적 도구가 입증해주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평가하기엔 여러 가지 것들을 통제하여 정해진 '제품'을 찍어내는 데에 공을 들이던 구시대의 전형적인 관습을 따르는 구시대의 유물이었다

그녀가 어렸을 적엔 그저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였기에 아무 말 없이 따랐고, 그녀의 머리가 굵어졌을 땐 이미 그 통제와 함께 정립하여 왔던 그녀라고 불리는 영광스러운 것들을 한순간에 놓쳐버리게 되는 것일까봐 무서웠기에 따랐다
그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그녀는 그녀 자신의 본래의 모습이 무엇인지 무어라 딱 집어 말할 수 없게 된 채였다
결국 그녀는 그녀 이외의 남에 의해 평가받으며 그녀라는 모습을 구하려고 하는 경향이 생겼다
물론 그녀 스스로로부터 그녀를 구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그것은 향락의 일종이고 도피처의 한 형태였을 뿐, 그것이 정말로 그녀를 구할 수 있다고 그녀 스스로부터 믿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녀의 거의 모든 영역에 발을 드리운 통제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통제는 그녀의 깊숙한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어, 그녀에게 어느 누구도 무어라 하지 않은 터에도 누군가가 그녀에게 무언무행의 강압을 시키는듯이 본의와 다른 강제성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누군가를 통제하고 강압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그녀가 지금까지 당해왔던 통제의 일상에 대한 증오를 누군가에게 되풀이하는 연쇄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남동생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남동생에게 특별한 증오도 호감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 그녀가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을 낳게 했다
그녀에게 그녀의 친구는 보살펴 주어야 하는 대상이었고, 애초에 보살펴 주어야만 하는 대상에게 나타나는 이상한 애정이 그녀의 친구들을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것도 그녀에게 박힌 도덕적으로 올바른 사람이어야 된다는 통제가 그녀로 하여금 약자를 보살펴야 한다는 강박으로 나타난 것이고, 남동생은 그저 그런 개념으로의 자각을 이끈 촉발제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내가 그녀가 싫어하는 일베 드립을 일부러 그녀의 눈 앞에서 쳐도, 그녀가 며칠간 공들여 만든 작품을 그녀의 눈 앞에서 부서버려도 그녀가 몇몇 인물들에게 표출했던 것만큼의 진심 어린 분노를 내게 표출하지 않았다.

사실 내가 상기한 일들을 했던 건 그녀의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스스로에게 씌운 통제라는 가식에 내가 너무 몸을 누이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겹겹이 쌓인 가식에 나의 모든 것이 풀어져 조그마한 방어 기제 하나라도 남긴 것 없이 그녀에게 안겼다가 그녀의 가식이라는 허물만을 안고 울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끝끝내 내게 자비로움이라는 착한 사람을 보여주며, 나와 그녀 사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드러내주었으며, 나는 그녀에게 가졌던 감정을 거두어들이고 말았다.


그녀는 내가 그녀가 예쁘고 귀엽다고 했을 때 격한 부정을 하며 내게 가식쟁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런 칭찬을 인정하는 것을 그것은 잘난 척 하는 짓이기에 남들에게 보기 좋은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스스로의 통제에 따라 부정하는 그녀 본인이 내게 가식과 거짓말을 일삼는 가식쟁이가 아닌가 의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