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 1. 추락과 비행에 관한 건.

-舍利子色不異空空不異色色卽是空空卽是色受想行識亦復如是-


제게 있어 행복이라는 것은 그러한 것입니다.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헛된 망상.

죄송합니다.

저는 더는 달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엄마.

화를 낼 때 누구보다 무서웠던 엄마.

사랑한다고 말만 하고 뭣하나 제대로 해 주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엄만 제 맘 알 수 있죠?


아빠.

세상에서 제일 멋진 우리 아빠.

글쟁이, 딴따라, 컴쟁이.

싫어할 일만 골라서 하던 저를 여기까지 끌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은설이 누나.

우리 누나 나 없어서 어떻게 해?

그래도 부모님 폐 끼치지 말고 잘 지내.

누나가 그때 내게 던졌던 질문, 이제 답할 수 있을 것 같아.

분에 넘치는 짐… 누구에게도 넘기지 않아.

희생이 필요하다면 그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뿐이니까.

그래도 누나 노래를 다시 못 듣는 건 섭섭한걸.


그 외에도, 철원이 형. 제섭이 삼촌, 신수변 선생님… 기억 속 내 인연들.

그리고 2017년 2번째 입학했던 내 동기들.

죄송함과 감사함 사이에서 저는 지쳐 사그라드나 지펴진 불은 이어져 나갈 겁니다.

저와 끈이 이어진 모든 이들이여, 비록 자살한 이의 불길하기 짝이 없는 발원이나 당신들의 성취를 빌어 두었습니다.

안녕, 안녕히.

-가마괴


PS. 학교장 교감으로서 학교의 구성 처음으로 섰다 말씀하신 분.

보고 계시겠죠.

당신은 이것 역시 별것 아닌 일로 넘기고 싶어 하시겠죠.

그리고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억해 주세요. 저희은 순종적일 뿐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