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죠) 7부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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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모리오역 앞 광장. 죠스케는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역에서 나오는 두 남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여김다!”


그들 중 레게머리를 한 히스패닉 여자가 말했다.


“여어, 죠스케. 오랜만이야! 한 5년 됐나?”


죠스케는 그녀와 악수를 나눴다.


“오랜만임다, 에르메스 씨. 남편 분은요?”


그 여자, 에르메스 코스텔로는 코웃음을 쳤다.


“하! 그 자식? 이혼했어! 딴 여자랑 바람 피워서.”


죠스케는 머쓱했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실례했슴다. 여, 엠포리오.”


그리고 에르메스 옆에 서 있던 청년, 엠포리오 아르니뇨는 쓰고 있던 시카고 컵스 모자를 살짝 벗었다가 다시 썼다. 에르메스는 가볍게 짜증을 냈다.


“그나저나 네가 긴급 신호까지 보내면서 부른 덕분에 부랴부랴 날아온다고 고생했는데… 사건 종료는 너무한 거 아냐?”


“어쩌겠슴까. 저도 인사불성인 상태에서 시즈카가 처리해버린 걸.”


“젠장, 난 ‘전과’ 때문에 입국 심사도 한참 걸렸단 말이야!”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죠린도 만나고 일본 관광도 해야지’라고 한 건 에르메스잖아.”


“그러는 엠포리오 너도 가는 김에 겸사겸사 네 ‘첫사랑’ 누나 만나러 온 거잖아?”


깜짝 놀란 엠포리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뭐, 뭐가?!”


에르메스는 그런 엠포리오를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흐하하하하! 역시 그 이유 때문이었잖아! 나중에 만나도 너무 좋아하진 말라고, 안나수이가 알면 가만 안 둘 테니까!”


죠스케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레이트…”


“아무튼 죠스케, 관광 안내 잘 부탁해!”


죠스케는 자기가 타고 온 닛산 스카이라인의 문을 열었다.


“그 재산을 다 물려 받았는데 의외로 소박하네?”


“더 비싼거 타고 싶었는데, 바로 윗사람이 캠리 타고 다니지 뭠까.”


한편, 시즈카는 옷을 갈아입고 평소에는 대충 하던 화장까지 열중하고 있었다. 유키카게가 물었다.


“시즈카, 무슨 일 있어? 화장까지 다 하고.”


“죠스케 오빠가 해외에서 사람 만나야 한다고 나한테 무네타카의 ‘학부모 면담’을 맡겨버렸거든.”


“아야나 씨는?"


“도쿄에 출장갔어.”


유키카게는 시즈카를 계속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


“시즈카… 면담 끝나고 말이야. ‘형님’을 만나야 해.”


“갑자기? 그건 무슨 소리야?”


“그게…”


유키카게는 얼굴을 붉혔다.


“우리 ‘관계’를 들켜버렸거든… 형님은 추궁이나 거짓말 판별에선 정말 기계가 따로 없으니까…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더라. 아무튼 형님이 얼굴 한번 보고 싶다면서 만나보자고 했어. 무네타카 군이 부도가오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지? 면담 끝나고 정문에서 보자.”


“알았어. 맞다, ‘셰이디’ 말이야. 죠스케 오빠가 체포했는데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일본으로 도망친 범죄자였대. 곧 미국으로 추방한다나? 아무튼, 먼저 갈게.”


시즈카는 곧바로 부도가오카 초등학교로 향했다. 지은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학교는 수백명 아이들의 기운이 반짝반짝 빛나는 건물을 넘어 교정 밖까지 흘러나오는 기분이었다. 시즈카는 무네타카와 만나 교무실로 향했다.


“아마 고모가 ‘학부모’들 중에서 제일 젊을 걸? 내가 고모 온다고 얼마나 자랑을 했는데!”


“그야 난 ‘부모’가 아니니까. 네 ‘선생님’은 어디 있어?”


“저기 있어! 카와지리 쌤!!”


무네타카의 외침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갈색에 가까운 붉은 머리칼을 가진 남자 선생은 어딘가 낯이 익으면서도 익지 않은 얼굴로 시즈카와 무네타카를 바라보았다.


“아, 무네타카 군. 저 분이 네가 이야기했던 ‘고모’니?”


시즈카는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시즈카 죠스타입니다.”


그 역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무네타카 군의 담임선생님 카와지리 하야토입니다. 이리로 오시죠. 그리고 무네타카 군, 야구부 연습 시간 아니니?”


무네타카가 급히 사라지고, 하야토를 따라 교실로 들어간 시즈카는 하야토가 가리키는 대로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하야토는 교탁에 서류 몇 개를 올려놓았다.


“그럼 죠스타 씨? 무네타카 군이 말하길 올해 4월에 일본에 왔다고 했는데, 맞나요?”


“네, 그래도 무네타카랑은 많이 친해서요.”


하야토는 교탁 구석 쪽을 힐끗 쳐다보다가 말했다.


“그냥 ‘개인적인’ 궁금증일 뿐이었습니다. 무네타카 군은 애가 활발하기도 하고 모두에게 친절해서 인기가 많아요. 특히 같은 반 여자애들한테 어찌나 인기가 많은지, 소풍이라도 갔다 하면 다들 무네타카 군 근처에 앉으려고 난리라니까요.”


“그래요? 무네타카가 그 정도일 줄이야…”


하야토는 어딘가 곁눈질을 하더니 다시 서류를 바라보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명은 ‘무네 군’, 장례희망은 ‘무라카미 무네타카 같은 야구선수’. 아까도 봤지만 학교 야구부 소속이죠. 실력은 이미 6학년 선배들보다 더 뛰어나서 주변 중학교에서 가끔 구경하고 간답니다. 학교 성적은 중위권. 좀 감정적으로 격한 면이 있지만 싸움을 자기가 걸지는 않아요.”


“자기가 걸지 않는다면… 싸운 적은 있다는 건가요?”


“네, 1학년 때부터 3, 4번 정도 있었죠. 기억 나는 게 올해 초에 있던 일이었는데… 같은 반 친구가 무네타카 군의 아버지, 그러니까 히가시카타 죠스케 씨의 머리를 놀리는 일이 있었어요. 그러자 무네타카 군이 화를 냈고 다툼으로 이어졌죠. 물론 어린아이 싸움 수준이라 둘에서 더 크게 번지지는 않았지만… 워낙 무네타카 군이 덩치가 좋아서 그 친구가 실컷 얻어터진 덕분에 죠스케 씨가 학교에 불려 나와야 했어요.”


시즈카는 반쯤 억지로 미소를 짓다, 문뜩 무언가 떠올랐는지 다시 물었다.


“잠깐만요, ‘죠스케 씨’? 죠스케 오빠랑 아는 사이예요?”


하야토는 옛날 생각이 떠올랐는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네, 죠스케 씨랑은 인연이 있거든요.”


그때, 하야토는 잠시 교실 문 밖을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복도로 나간 하야토는 몇 분 뒤 뺨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인, 하얀 머리 교사를 데리고 왔다.


“잘 부탁해, 오오야나기.”


그가 오오야나기라 부른 교사는 정말 귀찮다는 얼굴로 투덜거렸다.


“내가 무슨 유흥업소 ‘요짐보(바운서)’인줄 아나… 참.”


하야토는 다시 교실에 들어와서는 또 교탁 어딘가를 힐끗 쳐다보더니 교탁 밑에서 트럼프 카드를 꺼냈다.


“죄송하지만 죠스타 씨, 저랑… ‘카드 게임’ 어떻습니까? 면담 온 학부모님과 카드 게임 한 번씩 하는 게 ‘취미’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게임을 하다 보면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도 술술 나오죠.”


“상관은 없지만… 교실 밖에 저 분은?”


“저 친구는 오오야나기 켄, 체육 교사 겸 제 친굽니다. 징계 같은 걸 받지는 않지만 이런 걸 하다가 ‘교장’이나 ‘교감’한테 걸리면 귀찮아져서 망을 보게 한 거죠.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저 친구 와이프를 제가 소개시켜줬거든요. 아무튼… ‘종목’은 어떤 걸 하실 건가요? ‘세븐 포커’? ‘파이브 포커’? ‘텍사스 홀덤’? ‘바바누키’(도둑잡기)도 되고 정 트럼프가 싫다면 체스나 쇼기, 백개먼도 가능합니다.”


“그럼 텍사스 홀덤으로.”


하야토는 소매를 걷더니 카드를 섞었다. 시즈카는 생각했다.


‘이 하야토라는 사람…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뭣보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아. 게다가 아까부터 계속 어딜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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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의 시간을 거쳐 초등학교 교사가 된 하야토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