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강한 괴물과 싸웠고 스승 역시 흑마법을 쓸수밖에 없었다. 스승님은 많이 지쳤을 것이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그녀의 벽안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이제 더이상 나는 내가 아니야" 떨리는 목소리였다. "미안해 츠카야... 날 죽여줘."


비가 내리는 날 변방의 한 마을에 갔을때가 떠올랐다.

흑마법을 써버린 탓인지 그녀는 지쳐보였다.


폐허의 처참함을 더하듯 굵은 비가 내렸다.

"아마 넌 오래전부터 알고있었겠지." 갑자기 스승님은 멈춰서며 말했다.

"그 마도구 말인가요?" 평소에 나와 있을때는 흑마법을 쓴적이 없었다. 그녀가 흑마법을 사용하는것을 알게된건 스승을 우연히 엿본적이 있었기 때문이기에 나는 모른척을 했다. 이미 들킨것 같지만.

 "난 강한 힘을 얻었지만 심연과 늘 싸워야해." "이 싸움에서 내가 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발걸음이 멈췄다.


폐허를 떠나기 전 정적을 깨며 그녀는 말했다. "내가 심연에 먹힌다면 망설이지 말아줘." 평소와 다르게 차가움과 단호함이 베어있는 말투였다.

잠깐 뜸을 들이고,"절대 지지 않으실거죠?" 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스승님은 날 껴안아 주었다. 날씨 때문인지 그녀의 품은 유달리 따뜻했다. "너 바다를 본적이 없지?" "네..." "언젠간 같이 바다에 가보자꾸나"


정신을 차려보니 내 앞에 얼음기둥이 꽂혔다. 피하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 죽었겠지. 반사적으로 검을 빼들고 반격해 상대의 검을 떨어뜨리게 했다. "꽤나 강한 녀석이네? 지루하진 않겠어" 스승님은 결국 심연에 몸을 뺏겨버렸다.


상대는 순식간에 거리를 벌렸다. 화살이 날아왔다. 간신히 막아냈다. 얼음기둥이 다시 날아왔다.화염으로 녹이고 다시 달려들었지만, "느려." 그녀는 순식간에 몸을 돌리더니 나를 걷어찼다.

아프다. 허나 포기할수 없다. 내가 일어나자 유성우가 쏟아져 보호막으로 막았다. 강하고 빈틈없는 공격이었다. 갑자기 공격이 멎었다.

"맞기만 할거야?" 고양이가 사냥감을 가지고 놀듯 나를 눕힐수 있음에도 상대는 시간을 끌고 있었다. "당장 스승님을 돌려내!" "싫은데?"


사슬이 나타나더니 일제히 나를향해 쏟아진다. 사슬을 피해 한방 먹일뻔 했으나 결국 잡혔다.

"나약해. 내가 하는거나 보라구"

검붉은 거대한 구체를 근처의 도시에 날리려 하고있었다. 더이상 맞기만 할순 없다. 여기서 멈추지 못한다면 재앙에 맞서던 나의 스승은 세계를 파괴하는 재앙이 되겠지.

"아아 이 할망구가 진짜" 갑자기 구체가 사라졌다. 사슬도 풀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의 내면이 심연을 억누르고 있었다. "지금이야 츠카야 빨리 나를 죽여!" "안돼요! 그럴순 없어요!" "제발...더이상은 무리야"


"스승ㄴ...윽"

"너정도면 꽤 재밌었어. 하지만 이제 죽어줘야는걸."

 목덜미를 잡혀버렸다. 벗어나려 했지만 점점더 조여올 뿐이었다.

"스승님....제발... 정신을 차려주세요...같이 바다 보러가기로 했잖아요!" 잠깐이지만 눈에 푸른빛이 돌았다.

정신을 차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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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에 칼을 찔러넣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스승님은 뒤로 물러나며 피를 토하더니 어느새 푸른눈을 한채 쓰러졌다. 나는 그녀를 내 무릎에 눕혔다. "스승님......" "미안해.... 같이 바다가자는 약속.... 못지킬거같아"

나는 치유마법을 사용했으나 죽음을 막을순 없었다. 안돼. 이렇겐 안돼. 난 스승님을 살려내야만해 "아니야.. 이건아니야..."

"가까이 와보렴 츠카야" 나는 눈물을 훔치며 얼굴을 가까이 했다.

"사랑해......나의 제자 츠카야" 그녀는 입을 맞춰 주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