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어둠 속 달빛만 흐릿하게 비춘 밤, 나는 호텔 라운지에 가만히 앉아있는다.

 

라운지는 금연이라고 주의를 주는 호텔 직원의 주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 갑을 다 태운 뒤, 문득 시계를 본다.

 

8시 52분... 생각보다 라운지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 난 다 태우지 못한 담배를 의자 뒷자석에 끼워 놓은 뒤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혹여나 엘리베이터를 놓친다면 비상구를 타고 올라갈 생각이었으나, 다행히 어떤 노인네가 혼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열림 버튼을 누른 채 내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지간히 친절한 노인네군. 난 노인네를 향해 고개를 까딱하고 천장 조명이 흐릿한 곳에 선다.

 

다행이군. 17층을 뛰어올라갈 수고는 덜었어.

 

8시 57분. 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왼쪽 길로 들어선다.

 

물론 오른쪽으로 가면 더 가깝겠지만 그쪽으로 가면 화장실이 없다. 그래서 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로 내 얼굴을 유심히 본다.

 

머리를 다듬고, 땀을 닦아낸다. 이 정도면 부잣집 도련님 처럼 보이겠지.

 

난 화장실에서 나와 연회장을 지나쳐 호텔 발코니로 향한다. 연회장에선 분위기와 맞지 않는 컨트리 음악이 흘러나온다.

 

16층과 17층은 이 호텔의 특별층이다. 그래서 이 층은 세계의 부호들만 들어올 수 있다. 옆 나라의 총리, 국회의원, 어디인지 잘 모르겠는 나라의 왕자 등등...

 

하지만 5일간 17층의 연회장이 모든 투숙객에게 개방되어, 엘리베이터도 17층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된다.

 

보통 이럴 땐 로얄 룸의 사람들이 미리 체크아웃을 하지만, 난 지난 이틀간 그녀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이틀간 9시에 호텔 발코니에서 한 시간동안 머물러 있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경치구경이나 하는 것 같지만, 달빛에 비춰 보이는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도 아름답지만, 우울감에 젖어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지금 그녀를 만나러 간다.그리고 발코니 왼쪽 코너에 서서 그녀가 발코니로 가길 기다린다.

 

9시 4분. 그녀가 오지 않아 발걸음을 돌리려 할 때 쯤, 멀리서 또각또각 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왔다. 그녀는 어딘가 바삐 가는 사람처럼 발걸음을 빨리 놀린다.

 

그녀가 들어가고 나고 3분 후, 난 발코니로 향한다.

 

발코니에 들어선 순간, 그녀의 실루엣이 보인다. 무엇인가에 심취해 있는걸까.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그녀에게 가까이 간다. 마침 구름 사이로 달이 나온다. 그녀의 뒷모습이 비춰 보인다.

 

자홍색 드레스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난 그녀의 아름다운 뒷모습에 잠시 심취해 멍하니 서있는다.

 

그러다 그녀가 돌아선다. 낌새를 느꼈던 것일까. 잠깐 당황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그녀에게 말을 건다.

 

"당신도 파티가 지겨워서 나온 건가요?"

 

"전 컨트리음악 같은건 안 좋아해요. EDM이 좋은데, 9시만 되면 컨트리음악을 틀더라고요. 그래서 나왔죠."

 

난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어느새 그녀의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고 분홍빛 입술만 눈에 들어온다.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가 키스를 나누고 싶었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대화에 집중한다.

 

"그래서 당신도 파티가 지겨워서 나왔나요?"

 

"저도 컨트리음악은 별로 안좋아해요. 고상한 클래식 들으면서 가만히 앉아 시집을 인상주의 화가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죠"

 

"생긴거랑 다르게 노시네, 후훗."

 

그녀가 짧게 웃음을 흘린다. 나도 멋쩍게 따라 웃는다. 이렇게 대화를 20분간 나누던 중 이제 마음을 다잡고 이야기를 꺼낸다.

 

"전 당신을 이틀동안 봐 왔어요. 하지만 언제나 당신은 슬픈 눈을 하고 있었죠. 무슨 일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난 당신의 눈에 있는 슬픔을 지워주고 싶어요."

 

"그럼 키스해줘요"

 

그녀가 갑자기 나에게 와락 안겨 얼굴을 가까이 댄다. 난 가볍게 안아 들어 키스를 나눈다.

 

길었지만 황홀했던 키스가 끝나고,난 잠시 입을 떼 그녀에게 묻는다.

 

"난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당신의 이름은 뭐죠?"

 

"내 이름은..."

 

'퍽'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녀는 힘없이 쓰러진다.

 

소음기를 써서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정도면 문 바로 뒤에 서있어도 잘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난 그녀가 숨을 거둘 때까지 안아준다. 그녀의 온기를 더 느끼고 싶었지만 곧 파티가 끝난다. 빨리 끝내야 했다.

 

그녀 드레스의 뒷주머니를 뒤적여 카드키를 찾아낸다. 1719. 여기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키를 들고 그녀의 방으로 간다. 문을 열고, 그녀의 지갑을 찾아내 그대로 들고 나간다.

 

카드키는 창밖으로 던지고, 빠르게 호텔을 빠져나온다.

 

내 차로 돌아가, 은행 옆 공영주차장에 주차한다.

 

이 수표는 내일 은행에 가서 돈으로 바꿔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히오스하다가 팀원놈 땜에 빡쳐서 겜 끄고 함 써봄

 

필력 ㅈ같아도 이해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