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아이디 없이 올려서 로그인한 다음에 재업함 평가 아주 환영임.

 

 

푸아브르는 미간 사이의 주름살을 한껏 모으며 말하였다.

"오크 사냥대요, 오크 사냥대. 이 근방에서 싸워주는 용병들은 우리밖에 없다구요. 여기에 200 디나르? 그건 선금으로 넣어두쇼."

"젊은이, 돈이 없는 것을 어떻하나? 라플라타 수비대는 명령이 있을 때까지 성에만 있겠다고 하잖나. 선금은 200 디나르로 하고, 나머지는 현물로 받으면 안될까? 이 늙은이와 마을 좀 봐줌세."

촌장으로 보이는 대머리, 거의 대머리의 노인은 퍽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구부러진 허리를 더욱 굽히는 듯 보였다.

"현물은 이 마을 호박석으로, 그 외에는 안 받아요. 호박석으로 700 디나르 어치면 수락, 아니면 바로 라플라타로 뜨겠소. 그리고 민병대 지휘권도 우리에게 주셔야 합니다. 놈들이 하나 하나 사냥하기 시작하면 끝이요."

푸아브르는 단호하고 냉랭하게 답했다. 노인은 숱이 거의 없는 머리를 수척한 손가락으로 천천히 긁어내렸다. 

"알겠네, 알겠어. 야박하구만."

"야박은, 우리는 목숨 걸고 서슬 퍼런 새끼들이랑 싸우는 거라고요. 근방 용병대 중에 오크 상대해주는 곳 나와 보라 그래요. 놈들 도끼질 한 번이면 방패는 고사하고, 두개골에 박힐 거요. 그것도 잘 아는 양반이 우리만 나쁜 놈으로 몰아가지 마쇼."

푸아브르는 쩔렁이는 가죽 돈주머니를 낚아채듯 노인의 손아귀에서 가져갔다.

"내일 아침 동틀녘까지 민병대들을 모아주세요. 해봤자 청년들 10명 내외에다가 농기구 쥐어준 거죠? 내일 다시 우물가로 나올테니."

푸아브르는 간단한 손짓으로 9명 남짓되는 나머지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삼삼오오 떠들고 있던 동료들이 각자 짐과 무기를 챙기고 푸아브르를 따라 우물가 밖으로 걸어나갔다.

"뭐랍디까? 표정보니 재미좋은 협상은 아닌가보오, 대장."

우락부락한 사내가 벌목용으로 쓰일 법한 커다란 양손용 도끼의 손잡이 끄트머리로 자신의 목을 지긋이 마사지하며 건네었다.

"오크 사냥대, 민병대 10명가량 지휘권, 200 선금에 현물 700이야."

"오크에 현물 700이라. 별론데요?"

"어쩔 수 없지만 해야하는 거잖아. 라플라타에서 엘 그란데 프랜치코까지, 일거리 하나 없었어. 사람들은 빌어먹을 종말에 대해서만 떠들고, 이러다가는 우리 주머니가 종말을 맞을 거라고."

금발, 그리고 볼에 쭉 그어진 6cm 가량의 칼자국이 있는 호리호리한 사내가 허벅지 부근의 단검 검집을 확인하며 땅에 가래침을 뱉었다.

"그만, 다들 집중, 새끼들아! 이 마을의 주막은 붉은 오소리 여관이다. 가서 짐 풀어놓고 밤이 되면 주막에서 다 같이 모인다, 알겠어? 음주는 안된다. 상대는 오크들이니까 말이야. 내일 숙취 상태로 뇌수 터지고 싶은 놈은 없지?"

푸아브르가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다부진 체격에 옆머리와 앞머리를 짧게 쳐서 올린 갈색 머리의 사내는 자신의 검집을 확인하며 건성으로 듣는 듯했고, 나머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였다. 한 차례 거센 바람이 쳤다. 양, 닭, 돼지... 가축들의 울음 소리가 상여꾼의 어기여차 소리처럼 마을에 퍼져나갔다.

 

해는 아주아주 멀리, 지평선의 끝자락에 걸쳐있다. 주막은 오랜만에 온 손님들로 생기가 조금 도는 듯했다. 여관 주인은 반쯤은 웃음을 참으려는 표정, 하지만 그것이 아주 성공적이지는 못한 떨떠름하고도 괴상한 표정으로 우락부락한 손님들을 대했다.

"주인장, 감자스프 9그릇. 건더기도 조금 넣어주고 그래, 당신네들 위해 일하는 거니까."

푸아브르는 땀이 굳어버린 자신의 짧은 갈색 머리를 옆으로, 뒤로 넘기며 말했다.

"넵. 딴 거는 필요 없구요?"

"감자스프 9그릇, 그것만이라네."

"대장, 그래서 그놈들 후드려패는 작전은 어떻게 되는 거요?"

푸아브르는 미지근한 물을 한 모금 들이키며 조그마한 잔기침을 한 번하고는, 입술을 뗐다.

"놈들이 마지막으로 나온 장소는 호숫가숲 서쪽 제재소야. 피살된 인원은 벌목꾼 4명쯤이라더군. 외상은 도끼로 인한 외상 같다던데. 다들 몸이 반쯤씩 너덜너덜해졌다는 이야기, 근처에서 새참 가져오던 여인 두 명이 납치 당했다는 이야기면..."

"오크 새끼들이 확실하군. 안 가봐도 알겠어."

대머리의 우락부락한 사내가 외쳤다.

"그래, 그래서 촌장하고도 오크 사냥대라고 추정했네. 하지만 모르지, 힘 센 산적일 수도 있고. 이런 시대에 무엇이 확실하겠나?"

"우리 보수도, 보드카 도수도, 여인네들 눈초리도 다들 불확실하지."

단발에 한쪽 머리를 단정히 쳐 올린 무리의 유일한 여성이 찌르는 용도처럼 생긴 단검 끝을 매만지며 거들었다.

"그래서, 평소처럼. 스트로스는 방패조랑 긴밀히 협력하도록 해. 그러다가 기회가 보이면 머리를 아주 날려버리고. 그리고 유리엘은 고지에서 석궁을 들고 대기해. 오크 활잡이 새끼들이 나타나면 쏘고 나서 우리한테 주의해주고. 방패조는 놈들이 도끼질하는 모습이 보이면 방패로 '흘리도록' 노력해. 그걸 그대로 맞아내면 방패가 산산조각나고..."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겠지. '풋내기' 드렉처럼 말이야."

"그래 시발, 드렉처럼! 그러니까 다들 정신 존나게 차리라고. 어?"

푸아브르는 드렉이라는 이름에 미간을 잔뜩 찡그리며 일어나 모두의 어깨를 한 번씩 토닥였다.

"모리슨하고 캠벨은 나랑 같이 칼질 좀 할 거야. 칼 잘 갈아두고, 푹 자두라고. 나머지 방패조, 빌헬름, 로크, 호킨스랑 한스는 내일 눈 크게뜨고 버텨야 해. 늘 그렇듯이, 니네들이 제일 중요해. 이 마을에도 민병대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마을 크기를 보라구, 그냥 농기구를 휘두를 수 있는 청년이면 다 민병대야. 그러니까 민병대가 괭이 이런 거로 주의를 끄는 동안 우리가 처리해야 한다. 민병대는 얼마 못 버텨."

"좋아, 좋아. 그럼 푹 자고, 동틀녘에 우물가로 나가자고!"

우락부락한 스트로스는 기지개를 빳빳이, 크게 키며 긴 의자에 드러 누웠다.

"야, 빌헬름! 창 가죽으로 제대로 씌워 놔. 라플라타에서 무기 챙기다가 찔릴 뻔했다고!"

"알았어, 거 그럴 수도 있지!"

유일한 여성인 유리엘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흑발의 남성이 조금 자란 턱수염을 만지며 이야기했다.

"감자스프 나왔습니다."

"그래, 여기 탁자에 쭉 늘여놔줘요."

여관 주인이 위태롭게 흔들리며 스프 다섯 접시를 한 번에 옮기는 묘기를 행하고 있을 때, 오전부터 거세던 바람은 더욱 거세진 듯 나무 창살이 박힌 싸구려, 저품질 유리를 펑펑 두들겼다. 푸아브르는 나직이 건넸다.

"내일 석궁쏠 때 조심해야겠는데, 유리엘. 바람이 내일까지도 분다면 말이야."

"이 지방이 언제는 바람 안 불었나? 대강 보고 쏘면 되는 거지."

"그러다가 잘못 쏘지 말고. 예전에 신참이 니 석궁에 팔 맞은 거 알지? 구멍이 제대로 뚫리고, 울며 불며 보채고, 콧물 닦아주고... 시발, 난리도 아니였잖아."

"왜 이래? 실수는 성공의 어머니잖아? 대장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두 살배기때 뱀이라도 잡으셨나? 왜 그러셔?"

"그냥, 조심하자는 거지. 개년아."

대장은 퉁명스런 답변에는 퉁명스런 답변이 약이라는 듯, 마무리를 쾌활한 미소 담긴 욕설로 마무리했다.

"한 방 크게 먹었구만! 하!"

스트로스가 특유의 걸걸하고 호쾌한 웃음을 내보이며 유리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침묵 속, 그릇 긁는 소리와 숟가락 소리가 연이어 이어진다. 빌헬름은 턱수염이 젖을 정도로 머리를 박고 스프를 게걸스레 마시고 있었고, 스트로스는 벌써 다 먹고는 뒤 의자에 누워 있었다. 유리엘은 아직도 단검의 끄트머리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 듯, 허벅지의 검집 안 단검을 유심히 보며 스프를 먹는둥 마는둥 하고 있었다. 그렇게, 달은 하늘의 중심가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울거진 숲, 중간중간 벌목꾼들의 나무 선별 표지와 갈림길 표지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몇몇 나무는 베어져 있었으나, 베어진 나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자신이 길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희미한 오솔길이 숲을 따라 중구난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젠장, 숲 한번 오질라게 빽빽하네. 아마도 제재소의 작업 범위가 놈들의 활동 노선하고 겹쳐서 이런 사달이 벌어진 걸 거요. 여기, 교차로쯤에서, 교차로라고 하기도 미안하군. 어쨋든 여기서 매복하고 있읍시다."

푸아브르는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한 차례 손으로 훔치고는 천천히, 정확하게 민병대 대장에게 말했다. 끽해야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민병대 대장은 조금 무뎌보이는 창날을 앞세우고 말했다.

"그...그래요... 근데 오크들은 왜 우릴 못 죽여서 안달이에요?"

"번식이요. 혹은 서열싸움이기도 하지. 가을철부터 지랄하기 시작해요. 가을철부터는 오크 장사가 한창이요."

"번식? 번식이요?"

"놈들은 여성이 없소. 인간 여성 사이에서 오크가 나오는 거지. 젊은 오크들, 성년식을 치러야하는 오크들은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여성을 일종의 '보석'처럼 여긴다오. 한 번에 세 쌍둥이씩 나오고, 이 지랄을 하니까 오크들이 근절이 안 되는 거요. 마치 멧돼지 같은 거지. 어쨋든 간에, 자기 아버지의 여자랑 해도 별 상관은 없지만 차기 족장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인간 여성은 필수적이죠. 그래서 가을이면 기승을 부리는 거요. 남성은 필요 없으니까 제재소의 그 양반들처럼 아작을 내놓는 거고."

민병대 대장은 창백한 얼굴로 이마와 눈가에 송글송글, 아니, 비 오듯 맺힌 땀을 연신 소매로 훔치면서 말했다.

"그거 존나 살벌한 내용이잖아요."

"그래요, 존나 무섭죠. 이제 조용히 하자구요. 들켜서 아작나기 전에요."

민병대 대장은 자신의 누빈솜 머리보호구를 단단히 쪼이고는, 반쯤 풀어진 눈으로 주저 앉듯이 풀 숲에 몸을 가렸다. 유리엘은 쭉 뻗고, 괜찮아 보이는 나무 위를 타고 올라가, 스트로스의 몸만한 나뭇가지 위에서 먼 곳을 주시하였다.

"보이네요! 8명 가량은 족히 돼 보여요. 엄청 멀리 있고요, 걷는 속도로 보아서는 저대로 온다면 1시간 채 안 걸릴 거예요."

민병대 대장은 깜짝 놀라며 푸아브르에게 속삭였다.

"1시간 채? 저 거리가 보인단 말이요?"

"유리엘은 남동부 오르-마라드 출신이요. 시력 하나는 겁나게 좋지."

"오르-마라드? 젠장, 그렇게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와 용병을 한다는 말이요...?"

"마을의 사냥꾼이었소. 아버지랑 같이. 어느 날, 사냥에 갔다가 도적들한테 잡혔지. 아버지는 목에 화살을 맞았고, 뭐, 주요 혈관은 전부 끊어졌소. 유리엘은 왼손 약지랑 새끼손가락이 깔끔히 잘려나갔지. 그때 우리가 구해준 거요. 촌장이 그새끼들 목 하나당 15 디나르 걸었거든. 자, 당신이 너무 긴장했길래 이런저런 두서없는 이야기도 많이 했구만. 마음 편히 먹고, 조금 쉬고 계시오. 조용히 말이요."

 

푸아브르는 날세게 퍼런 도끼날을 피한 후 자신의 3배는 되어보이는 초록 몸 오크의 목에 긴 검을 쑤셔박았다. 날카로운 것이 딱딱하면서도 생체적인 물체를 뚫고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오크는 가래끓는 소리를 내면서 고통에 신음했고, 푸아브르는 그 상태로 더욱 더 깊이 찔러 넣었다. 깊이, 더 깊이...

"대장, 조심해! 개새끼가!"

옆에서 달려오는 오크의 옆구리에 검은 머리의 한스는 조금 긴 자신의 머리를 휘날리며 있는 힘껏 창을 쑤셔박았다. 얼굴과 어깨부근에 맹수의 상처가 가득한 오크는 거대한 신음을 지르며, 한스를 방패로 후려 쳤다. 한스는 억ㅡ 외마디를 던지고 패대기 쳐졌다. 퍼억-, 근육이 잘리고, 두개골이 완전히 으스러지는 으드득 소리, 호리호리한 몸의, 아이제나흐의 한스는 오크의 도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스의 피가 분수치며 그의 내장이 이곳저곳 너덜너덜해져 튀어나갔다. 한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즉사한 것이다. 푸아브르는 깊숙이 박아넣은 칼을 빼려고 노력했다.

"이거 시발, 왜 이리 안 빠져! 한스! 시발 한스! 죽으면 안 되잖아! 한스!"

푸아브르는 가죽에 약간의 철판을 덧댄 장화로 이미 초점이 없는 주검이 된 오크의 얼굴을 힘껏 짓밟고, 차더니 칼을 뽑아냈다.

"조심해, 네 마리 가량 더 왔어! 시발, 궁수다! 내가 쏠테니까, 조심해! 조심하라고! 어!"

유리엘이 나무 위에서 쩌렁쩌렁 외치며 토옹ㅡ 가볍게 제작된 사냥용 석궁을 발사했다. 석궁용 볼트는 곧바르게 질주해 한 놈의 미간을 그대로 관통하면서 두개골을 으스러트렸고, 거대한 몸체는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한스를 죽인 오크는 씨익- 분을 삭이는 숨을 몰아치며 자신의 옆구리에 박힌 창대를 분지러트렸다. 이후 분노에 찬 눈으로 푸아브르를 바라보았다. 푸아브르 또한 한스의 엉망진창이 된 몸, 흉터 가득한 덩치 큰 오크를 교차해 바라보며, 눈에서 한 차례 불꽃이 튀었다. 오크는 숲을 쩌렁쩌렁 울리는 기합, 아니, 거의 포효와 신음의 중간쯤에 위치한 듯한 괴성을 지르며 푸아브르에게 달려갔고, 푸아브르 또한 우렁찬 욕설을 내지르며 달려나갔다. 거대한 오크가 선제 공격을 해왔다. 푸아브르의 몸통만한 도끼가 쇄액ㅡ 공기를 가르자 푸아브르는 가벼운 스텝으로 옆으로 피해 긴 검으로 팔을 주욱ㅡ 베어버렸다. 

"이게 시발 다야, 이 개새끼야! 덤벼! 덤벼!"

오크는 거대한 포효와 함께 도끼의 뒷날을 푸아브르 방향으로 향한채 날세게 때렸고, 푸아브르는 자신의 조그마한 *버클러(조그마한 방패)로 막아냈으나 역부족이었다. 목재에 철을 덧댄 버클러는 힘없이 움푹 파였고, 푸아브르는 한스의 시체에 내팽개쳐졌다. 한스의 내장, 한스의 진득한 피가 푸아브르를 잔뜩 적셨다. 푸아브르의 눈 앞에는 생기를 잃은, 반으로 갈린 한스의 머리가 보였다. 푸아브르는 자신 위에 드리우는 거대한 그림자를 느꼈고, 본능적으로 위를 바라보며 일어나려고 애썼다. 그 위에서 거대한 오크는 우렁찬 포효, 거대한 포효를, 숲 전체에 다 들릴 듯한 거대한 포효를 외치며 분노가 가득찬 눈을 푸아브르에게 보였다. 푸아브르는 입술이 바짝 마르고,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머리는 빠르게 일어나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으나 발도, 팔도, 심지어 눈마저도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푸아브르는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걸걸한 외침소리와 쐐액하는 공기 가르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대장!"

스트로스는 거대한 벌목용 도끼로 오크의 뒷목을 정확히 내려쳤다. 그러고는 한 번 더 힘차게 뒷목을 내려쳤다. 딱딱하면서도 부드러운 살결을, 냉철한 도끼는 정확히 부수고 들어갔고, 온갖 두꺼운 핏줄과 뼈들이 분쇄되는 소리가 도끼로부터 울려퍼졌다.

"시발, 한스를, 저렇게, 개새끼가! 한스를!"

스트로스는 도끼로 계속해서 머리를 내려쳤다. 거대한 오크의 안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움푹 들어가고, 피 투성이에, 눈알은 온데간데 없이, 완전히 박살나 있었다. 머리라는 것이 저렇게 부드러웠는지 모를 정도로 너덜거려있었다. 스트로스는 푸아브르에게 한순간에 달려가 손을 붙잡고 일으켰다. 스트로스는 단호한, 결의와 흥분과 절망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모든 것이 교차된 눈빛으로 푸아브르를 순간 바라보고는, 다시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야! 민병대! 조심해! 방어만 해! 지금 간다!"

푸아브르는 왼쪽 측면에서 오크 두 명을 상대하고 있는 대머리의, 머리에 길다란 칼 흉터가 주욱 그어져있는 모리슨에게 합류하기 위해 달려갔다. 푸아브르는 나무 뿌리에 걸려 거의 넘어질 뻔했지만, 겨우 균형을 유지하고는 방패를 꼬옥 잡고는 달려갔다. 모리슨이 푸아브르의 것보다는 조금 짧은, 그렇지만 조금 더 위협적인 북부 첼레 양식의 검으로 오른쪽 오크의 눈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모리슨 왼쪽의 오크는 '기회다.' 하듯이 도끼로 모리슨을 내려쳤고, 모리슨은 버클러를 사용해 겨우 흘려 쳐내었다. 분노에 찬 포효를 지르는 두 오크 중, 왼쪽의 오크가 다시 한번 기회를 노리려 할 때, 푸아브르는 쏜살같이 달려가 있는 힘껏, 어쩌면 젖 빨던 힘까지 동원한, 그 힘이 담긴 버클러로 오크의 머리를 있는 힘껏 후려쳤다. 움푹 들어간 버클러의 상태는 조금 더 심각해진 듯 싶었지만, 철테로 이루어진 버클러의 겉면이 그대로 펑 소리를 내며 오크의 머리를 가격했고, 오크는 굴러 넘어져 진흙탕에 몸을 적셨다. 푸아브르가 그대로 달려가 오크를 끝내려 하는 순간, 슈욱ㅡ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화살이 날아와 푸아브르의 오른쪽 귀를 뜯어갔다. 푸아브르는 고통에 신음하며 버클러를 놓고 자신의 오른쪽 귀를 부여잡았다. 연약한 귀의 뼈마디가 만져졌다. 피는 흥건히 왼손을 적시며 흘러 내렸다. 진흙탕의 오크는 자신의 도끼마저 내던진채, 푸아브르에게 달려와 푸아브르를 덮쳤다. 거대한 분노 섞인 포효를 지르며 푸아브르를 조르고 구타했다. 푸아브르는 복부를 맞자 눈알이 뒤집히며 어제 먹었던 감자스프가 올라오려 하는 것을 느꼈다. 푸아브르는 잽싸게 왼쪽 부츠에서 단검을 꺼내 오크의 눈알을 찔러버렸다. 오크는 그대로 넘어가 한번 더 넘어졌다. 이번에는 푸아브르의 차례였다. 푸아브르는 단검을 들고 신음같은 기합을 내지르며 달려가 오크의 배 위로 올라탔고, 오크의 목을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쉴 새 없이 계속해서 꽂아 내렸다. 오크가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눈이 뒤집어지려 하자, 푸아브르는 마지막으로 목의 정 가운데를 꾸욱 찔러넣어 그대로 칼날을 있는 힘껏 돌려버렸다. 꽂은 칼날을 빼내자 솟구치는 피가 푸아브르의 얼굴과 짧은 금발을 적셨다. 흥분하여 일어난 푸아브르는 거의 탈진하기 직전이었다. 푸아브르는 앞에 쓰러져서 배를 부여잡고 신음하고 있는 캠벨과 그 옆에서 오크와 사투를 벌이는 모리스와 민병대를 발견했다.

"엘렌더 님이시여! 제발!"

공포에 찬, 신음과 같은 기합을 지르며 건초 뒤집개를 오크에 쑤셔넣은 민병대는 직후의 포효에 겁에 질려 그만 건초 뒤집개의 대를 잡은 손을 놓치고 말았다. 젊은 민병대는 공포에 질린 비명과 함께 뒷걸음질치다가 흙탕물에 빠졌고, 더욱 더 크게 비명을 질렀다. 모리스는 재빨리 앞으로 한 발자국 뛰어 긴 검을 오크의 복부에 힘있게 쑤셔박았다. 깊숙이, 깊숙이,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더욱 깊숙이 쑤셔박았다. 조금 덩치가 작은, 특히 젊어 보이는 그 오크는 거대한 포효를 다시 한번 지르며 쿵ㅡ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모리스가 소리지르며 칼날을 복부에서 빼어들자 피가 솟구치면서 내장이 땅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놈들의 장기는 하나하나가 인간 몸통의 3분의 2는 되어보였다. 다음 장면은 민병대와 스트로스, 숙련되어 보이는 듯한 오크 하나의 대치였다. 민병대는 자신의 무기로 오크의 철퇴를 막으려했고, 철퇴는 그대로 민병대의 약간 녹슨 흉갑의 오른쪽 위를 강타했다. 흉갑은 움푹 들어가며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를 동반했다. 민병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쓰러졌고, 스트로스는 빠르게 달려가 도끼로 오크의 왼쪽 어깨와 목 사이를 정확히 내려찍어 으스러트렸다. 도끼가 박히는 순간, 오크는 거대한 신음 소리를 내며 그대로 철퇴를 스트로스의 머리로 휘둘렀고, 스트로스의 머리는 그대로 으깨어져 날아갔다. 뇌수와 뼈가 바닥에 구분할 수 없도록 흐트러져 튀었고, 스트로스의 머리는 온데간데 없이 목 부근의 살점만 겨우 너덜거리며 남아있었다. 그때, 토옹ㅡ 소리와 함께 쇄액ㅡ 석궁 볼트가 오크의 눈을 그대로 관통했고, 모리슨과 로크, 호킨스는 빠르게 달려가 동시에 칼과 창을 몸 이곳저곳에 쑤셔박았다. 오크는 괴성을 내며 쓰러졌고, 모리슨은 목을, 로크와 호킨스는 몸통을 계속해서 찔러댔다. 분노에 찬 함성과 절규에 가까운 쇳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쑤셔박았다. 그 후는 침묵ㅡ, 거대한 쇳덩어리가, 차가운 쇳덩어리가 숲 전체에 가라앉은 듯한 말도 안 되게 갑작스러운 침묵. 잠시의 침묵 후 이어지는 캠벨의 찢어지는 절규소리. 전투는 이렇게 끝났다. 거센 바람이 한 차례 귀를 때리며 크게 불었고, 이후 살랑이는 봄비가 하늘에서 흩뿌려졌다. 피는 희석되어 더욱 멀리, 멀리ㅡ 땅바닥을 적시며 퍼져나갔고, 새싹들은 즐거이 노래를 부르며 고개를 들었다. 살랑이는 봄비가 남은 이들의 투구와 갑옷을 때려댔다. 전투는 끝났다.

 

민병대는 9명 중 2명만이 살아 남았다. 용병대는 스트로스와 한스의 희생이 있었다. 희생, 돈을 위한 희생이 있었다.

"이대로 두면, 구울들이 냄새를 맡고 와서는 전부 뜯어먹을 거야. 마을 근처에라도 묘지를 둬야해... 일단 마을에 가서 쉬고, 수레를 가져오자구... 수레를..."

거의 탈진한 듯한 목소리로 푸아브르는 빌헬름에게 건넸다. 빌헬름은 침울한 표정을 비칠 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해는 벌겋게 불타며 지평선을 향해 한발, 한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마을로 돌아온 이들의 모습은 처참했다. 민병대 중 한 명은 갈비뼈가 숨을 못 쉴 정도로 완전히 박살난 듯 보여서, 빌헬름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걸어왔고, 아주 젊어보이는, 20대 초반에 거의 못 미쳐 보이는 민병대 하나는 아직도 전투의 공포가 서려있는 얼굴을 양손으로 부여매고 흔들흔들 걸었다. 용병단들은 모두 탈진한 것으로 보였고, 빌헬름의 눈에는 절규, 절망만이 가득했다. 푸아브르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으며 유리엘과 호킨스, 모리슨의 얼굴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겨우 숨쉬고 있는, 반쯤 기절한 캠벨을 부축하고 있는 로크의 눈에는 공포마저 엿보였다. 촌장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전투에 있었던 사람인 것마냥 창백한 얼굴과 함께 습관적으로 숱이 거의 없는 머리에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긁어내리고 있었다.

"일은... 일은 잘 끝난 겐가? 설마 진 건가? 민병대 대장, 루소는?"

"그런 일은, 없소. 그런 일은. 오크 사냥대는 깔끔히 다 죽었고, 장비로 보아서는 이쪽 애들이 아니에요. 싹 쓸렸으니 당분간 여기로는 사냥대가 파견되지 않을 거요. 그리고 민병대 대장은... 갈기갈기 찢겼소. 내일 수레를 주시오. 그대로 두면 짐승이 오든, 구울이 오든, 죽은 사람들을 모욕할 거요. 마을 근처에서 제대로 묻어줘야하오. 제대로. 그리고 어서 빨리, 의사를, 약초사라도 빨리 불러주시오. 빨리."

푸아브르는 거의 죽은 사람에 가깝게 나직이 말했다. 촌장은 고개를 위 아래로 조금 흔들어 보였다. 촌장은 빠르게 달려나갔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몰골을 보고는 모두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몇몇 이들은 살아남은 민병대 병사에게 달려와 자신의 남편, 아들의 생사를 물었고, 절규 담긴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며 대성통곡하였다. 몇몇의 용병대를 바라보는 눈빛은 아주 실망한 눈빛이였고, 또 몇몇은 분노로 활활 불타고 있었다. 푸아브르와 동료들은 애써 그런 눈빛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푸아브르는 주막의 문을 열고 들어가, 로크를 도와 탁자에 캠벨을 눕혔고, 여관 주인은 크게 소리쳤다.

"우리 주막 탁자에서 뭐 하는 거요! 피 흐르잖아요!"

"그럼, 시발 죽게 나둬? 탁자야 닦으면 그만 아니요! 지금 사람이 죽기 직전인데, 이 양반아!"

푸아브르는 캠벨의 손을 꽉 잡았다. 캠벨은 씩씩거리면서 겨우 의식을 찾은 듯 푸아브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푸아브르, 진짜 지금 끔찍하게 아파요. 진짜요. 시발... 시발이라구요! 너무 아파요... 저 죽어요? 죽냐고요? 죽어요? 죽기 싫어요!"

캠벨은 크게 몸을 비틀며 울부짖었다. 동료들은 모두 고개를 떨구고, 그 광경을 차마 볼 수 없다는 듯이 자신들의 검집만 만지작거렸다.

"괜찮아. 괜찮아. 곧 의사가 오고, 걔가 니 상처를 보고는 말이야, 어? '시발, 갓난아기처럼 굴지 마세요. 이 정도는 침만 발라도 딱 낫는답니다!' 그럴 거라고. 어? 그러니까... 나 봐! 나 보라고! 눈 똑바로 뜨고..."

"죽기 싫어요... 진짜 끔찍하게 아프다구요... 내장이... 푸아브르... 안 죽을 거라고 더 얘기해줘요... 제발... 나를 버리지마, 제발..."

캠벨이 기침을 하자 푸아브르의 얼굴에는 피가 튀어나갔다. 푸아브르는 더욱 손을 꼬옥 잡고는 나직이 말했다.

"심호흡해, 괜찮아. 내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주지. 어? 알겠지? 옛날에 말이야, 옛날에. 존나 폼 잡고 사는 청년이 하나 있었지. 그는 마을에 용병단이 오니까, 어? '내가 말이요, 농기구 좀 쓰는데! 같이 좀 다녀봅시다! 봉급 협상 좀 해볼까요? 영웅에 걸맞은 봉급 말이요!' 아, 존나 자신있게 외쳤다고. 그런 친구가, 어느 날은 배때지에 칼을 팍 맞고, 존나 엄살을 떨면서... '저 죽어요! 죽어요!'"

캠벨은 약간 미소를 지었고, 점점 손에 힘이 없어져갔다. 켐벨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눈물이 흘러내리려고 하였다. 푸아브르는 거의 울듯이 웃음을 쥐어짜내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의사가... 의사가... 오니까 말이야... 어? 한 번 스윽 보고는... '금방 낫겠군요.', 다음날에는 아주 말끔히 나았다는 거지. 이게... 소문이... 소문이 좌악 퍼져서 말이야... 그 청년이 금은보화를 가지고... 고향으로... 응? 고향으로..."

"고향으로요? 고향...!"

캠벨의 눈에는 점점 초점이 사라져갔다. 캠벨과 푸아브르의 양 눈시울은 모두 붉어졌고, 유리엘은 방으로 들어갔으며, 빌헬름은 눈을 지긋이 감고 기도했다. 로크는 거의 울상이 되어서 뒤돌아 서 있었고, 호킨스와 모리슨은 담뱃잎을 말아 심난한 듯 피우고 있었다.

"그래, 이 새끼야! 고향! 어? 고향으로 갔는데... 소문이 퍼져서 말이야... 여자들이 몸 한번 안 대주려고 했단 말이지... 응? 하하, 주근깨 난 엘리엇이라는 소녀가, '너는 겁쟁이잖아! 그런데 나랑 하룻밤 자겠다고? 남자랑 하시지!' 하, 시발, 엄살을 부렸더니... 여자랑 손장난도, 재미도 못 보게 된 거지. 응? 교훈이 뭐겠어?"

캠벨의 얼굴에는 조그마한 미소가 번졌고, 이윽고 입술은 부동했으며 손은 추욱 늘어졌다. 푸아브르는 캠벨의 손에 이마를 대고는 울먹이며 쥐어짜듯 외쳤다.

"교훈이...! 시발, 교훈이...! 뭐겠냐고 말이야...! 교훈이! 이 새끼야... 말하면 답을 해야지...!"

그때, 약초사가 주막의 문을 열어제끼고 들어왔다. 약초사가 캠벨의 입과 코에 손을 댔을 때, 그 어떤 느낌도 나지 않았다. 캠벨은 영원한 안식의 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6명의 용병단은 엄숙한 표정으로 무덤 앞에 섰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는 잠깐의 침묵, 볼품없는 무덤에 급조한 나무 십자가, 그 위에는 가죽 투구가 씌워져 있었다. 푸아브르는 몸을 돌려 마차로 향했다.

"이제 어디로 갈 거요? 인원도 많이 줄었고, 이 호박들은 어떻게 하죠?"

빌헬름이 푸아브르에게 건넸다. 로크는 마지막 호박석을 마차에 실었고, 마차에는 호박석이 상당히 차 있었다.

"라플라타로 해서, 서부 낭트나 캥테르 방향으로 가자. 거기라면 대도시니까 호박석도 돈깨나 받고 팔 수 있을테고, 일거리도 도적 소탕이라든가... 무언가 있을 거야. 용병단에 오겠다는 사람도 많을테고."

라플라타와 서부로 향하는 대로변은 황량했고, 해는 뜬지 조금 되어 중천으로 달음박질하고 있었다. 유리엘은 자신의 검은 암말을 타고 마차와 옆으로 비스듬하게 터벅터벅 서행하고 있었으며, 로크와 홉킨스, 모리슨은 마차 화물칸에 몸을 실었다. 빌헬름과 푸아브르는 마차의 앞에서 말고삐를 잡고 검은 두 마리의 암말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말의 울음소리와 함께 마차는 전진하였고, 해는 자신의 자리를 잡아갔으며, 대로변에는 바람이 불었고, 또 거세게 바람이 불었다. 황량한 대로변에는 먼지가 일었고, 풀들은 이슬을 잔뜩 머금었으며, 피 비린내가 도로를 웃돌았다. 해는 쨍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