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까, 너 택시 몰고가다가 깡패들 제압했다며?"
 
택시기사의 친구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맞은 편에 앉은 택시기사는 그 말을 듣고 한 층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암, 그렇지. 그래서 내가 경찰들한테 표창장을 받기도 했고. 착한시민상이었나 모범시민상이었나 하는 거."
"그때 이야기 나한테 좀 해주라. 계속 궁금해했단 말이야."
"그러지, 뭐. 너랑 내가 친구 사이니까 특별히 들려주는거다?"
 
택시기사가 기분좋게 술잔을 들이키고는 기억을 가다듬고는 자신만만하게 설명했다. 여느때같이 손님을 찾기 위해 택시를 몰고있었던 부분부터 폭력 행위를 목격하고 택시에서 내려서 반격한 것, 그걸 본 깡패들이 도망쳐서 그 조직이 운영하던 인테리어 가게로 들어간 것 등을 차례로 이야기했다.
 
택시기사가 무용담을 늘어놓고 그 친구는 감탄사를 날리는 것이 반복되었다. 택시기사가 계속 기세등등해하며 말했다.
 
"... 그래서 내가 인테리어 가게에 따라들어갔지. 그랬더니 걔네들이 옆에 있던 창들을 던지며 반격하더라고."
"진짜? 네가 그 창들을 다 막았단 말이야? 그거 위험하잖아!"
친구가 창을 예전에 쓰였던 기다란 무기로 이해하며 말했다. 사실 깡패들이 무기로 삼았던 것은 시공에 쓰려고 옆에 놔뒀던 유리창들이다.
"그걸 내가 다 막았다, 이 말이다."
"그 얘기 좀 자세히 해주라!"
 
택시기사가 다시 기억을 가다듬었다.
 
"그 때, 깡패들이 궁지에 몰려있었지. 그래서 주변에 뭐가 있나 하고 둘러보다가 그 창들을 발견하고는 무기로 삼았던 거야. 그래서 그 창들을 들고 달려와서는 나를 때리려했지."
"창으로 때린다고? 보통은 찌르거나 던지지 않나?"
"뭐, 그럴 수도 있긴 하지."
"계속해봐."
"그래서 창을 들고 때리려고 하는 걸 옆으로 피해서 간신히 빗나갔지. 그때 그 창이 자동문에 맞아 산산조각났으니, 난 정말 운이 좋았던거지."
"근데 창이 원래 그렇게 쉽게 부셔져? 창 치고는 너무 약한데?"
"아니지, 그 정도면 충분히 강한거야."
"원래는 얼마나 강한데?"
"너도 알다시피 보통 돌만 던져도 부셔지는 정도잖아?"
"뭐야, 되게 약하네."
 
"그래가지고 걔가 다시 공격하려고 깨져있는 창 조각들 중에서 가장 큰 조각을 집어들고는 내 복부쪽에 휘둘었어. 그래서 내 옷이 약간 찢어져버렸지."
친구가 창 조각을 나무 손잡이 부분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며 말했다.
"멍같은거 안들었어?"
"그런게 왜 드냐? 오히려 찰과상이 생기지."
"그런가. 그래도 다행히 온전한 창보다는 공격력이 더 줄었겠네?"
"아니지, 오히려 더 늘어났지. 창이 부서지면서 더 날카로워져버렸거든. 그래서 타박상만 입힐 게 찰과상을 입힐 수 있게 되었지."
"창은 원래부터 날카롭잖아."
"별로. 보통은 끝부분이 뭉툭하게 되어있으니까."
"너 뭔가 잘못 알고있는 거 아니야?"
"아니. 처음부터 날카로우면 더 이상하지."
"너 뭔가 잘못 알고있는 거 맞는 거 같다. 혹시 다른 거랑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런가... 아! 창 조각이 아니라 자동문에서 나온 유리조각이었나보다!
"그걸 헷갈리냐!"
"왜, 비슷하잖아? 색깔도 같고 모양도 비슷하고..."
"전-혀."
 
"아무튼, 그래가지고 그런 공격들을 몇 번 피했지. 그래서 깡패들이 이걸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무기를 방탄 소재로 된 창으로 바꿨어."
"걔네들은 애초에 그걸 쓰면 됐잖아. 왜 그걸 인제야 썼던거냐."
"아무튼, 그래가지고 걔네들이 그 창으로 머리를 내리쳤지. 나는 그걸 왼팔로 간신히 막아가지고 다행히 기절은 면했어."
"걔네들 진짜 바보 아니야? 창을 대체 왜 내리치는거야. 창은 원래 던지라고 있는건데."
"걔네들로서는 그게 최선이었겠지."
 
"그나저나, 그 왼팔에 났다는 상처는 괜찮아?"
택시기사가 팔소매를 걷으며 말했다.
"어, 괜찮아. 약간 멍이 든 정도인데, 뭐. 지금은 거의 가라앉았어."
"창으로 내리쳤는데 타박상이 나? 피가 철철 나는게 아니고?"
"피는 아까 그 깨진 유리조각으로 공격해야 나지, 이거는 타박상밖에 안 나."
"진짜 이상한 창들이네."
"아무튼간에, 이야기나 계속해볼까?"
 
그렇게 택시기사가 자랑스럽게 무용담을 늘어놓는데 택시기사의 휴대전화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택시기사는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은 택시기사는 화들짝 놀라더니 가방을 챙겨 서둘러 나갈 준비를 했다. 그걸 보고 친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야, 내가 택시를 공용주차장에 대놨잖아, 그 택시에 있는 창을 누가 부셔놨대!"
"야, 뭐?"
"아, 나중에 설명할게. 오늘은 네가 사기로 했으니까 난 먼저 간다?!"
 
택시기사가 문을 밀고 급하게 뛰어나갔다. 그 뒤를 친구가 따라가며 소리쳤다.
 
"야, 그보다도 네 차에 창이 왜 있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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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전갈이 왔다는 전갈>, <닭다리와 돌다리>에 이은 언어유희를 이용한 3번째 개그물입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