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깡거리는 쇠철의 비명소리

벌겋게 달아오른 쇳덩이의 붉은 눈물

곧 다시 모루 위에 올라

몇번의 폭력을 견뎌야 하는 숭고한 하루.


모름지기 사람은 무쇠와 같은 법이지

섭씨 1500도로 들끓는 용광로의 괴롭힘과

차게 식어내린 냉각수의 냉랭한 무관심과

맹렬하게 내리치는 망치의 비난 섞인 두드림을

모두 견뎌야 하는 것이지.

그래야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이지.


하지만요,

부러져버리면 어떡하죠.

아직은 나약한 작은 쇳덩이가,

그 대장장이의 심술궂은 담금질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과는 반대 방향으로

영영 휘어버리면 어떡하죠.


휘어진다는건 의미있는 일이지.

너는 나약한 쇳덩이로서 

세상으로부터 등을 돌린 겁쟁이라 힐난 받아도

너의 휘어짐은 괭이나 쟁기가 되어

새로운 땅을 경작하고 새로운 뿌리를 내리게 되는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