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끝까지 보셔야됩니다. 끝까지. 왜냐면 중간 지점이랑 결말은 완전히 다른 것이거든요. 과정과 결과 의도와 결론.

아무 상관 없는 부분들이니까 끝까지, 눈에 힘 팍 주고 보셔야 합니다. 그래야, 사기를 안당해요.


"아...흑.....컥.....커억.....!"


 달 밤.  침댓보를 가득히 쥐고 있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흰 나신이고 그의 위에는 덮수룩한 수염의 우락부락한 남자가 마찬가지로

벗은채로 여자의 목을 조르고 있지요. 


"헉.....헉......헉....."

 

 남자는 열심히 허리를 놀리면서도 움켜잡은 목줄기를 놓치 않습니다. 탐욕이 번들거리는 거칠고 야만스러운 짐승의 표정으로.

새하얀, 여자의 목덜미에는 남자의 큼지막한 손자국이 그대로 남습니다.


"하윽!......으으으......"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갑니다. 동공이 천천히 풀리기 시작하구요. 남자의 두 팔을 쥐며 발버둥치던 몸이 천천히 멎어갑니다. 미친듯이 어디 위로 남은 공기라도 없나 핥아먹으려 뛰던 횡경막도 천천히 밑으로 가라 앉지요.  


"하아아......."


 아이러니하게도, 다 죽어가는 몸과는 달리 여자의 표정은 극한의 절정입니다. 가늘게 떨리는 골반과 하반신을 어찌 하지못해 무릎

이며 허벅지를 베베 꼬고 있는 모습. 참......모르겠네요.  


 허벅지를 이리로 저리로 꼬다가 눈을이 주르륵 흐르는 절정의 표정으로 여자는 남자의 앞에 그 눈을 마주치고 말 했습니다.


"그.......만......"


"헉헉헉......어....? 아.....! "


 혼자서 열심히 허리를 놀리던 남자는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 팔을 놓습니다. 결말 직전에 놓은 탓에 놓아둔 손과는 달리 남자의 물건에선 물이 볼품없이 여자의 안쪽으로 솓구쳤죠. 


  한참을 목을 죄였던 곳에서 다시금 공기가 올라오고 여자는 마른기침을 합니다. 


"괜찮아? 어후.....내가 이런거 처음인데, 좀 너무 과하게 한거 아니야?"


 남자는 어찌 할 지 몰라 그런 기침을 하는 여자의 등을 두들겨 줍니다.  속을 게워낼 정도로 심하게 기침을 하던 여자는 한참을 

기침을 한 후에 정신이 어느정도 들고 나서야 쉰듯한 목소리로 남자에게 말 합니다.


"아니야....괜찮아...."


그리고 나선 남자의 커다란 어깨를 부드러운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하죠.


"잘했어......나, 너무 좋았어." 


 환하게 웃는 여인의 얼굴. 기가막히게도 달빛에 비춰진 그 미소에는 청초함이 엿보입니다. 벌겋게 달아오른 목덜미만 없었다면 

순수한 사랑 그 자체였을 장면이었을텐데. 남자는 마주친 여자의 환한 얼굴에 천천히 입을 가져다 댑니다.  주르륵, 여자의 하반신

을 타고 아까 들어갔던 타액이 찔끔, 나옵니다. 


 입맞춤은 혓바닥을 부비며 찐한 딥키스로 거듭났고, 손은 다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지요. 후반전입니다. 조금 아쉬웠던

결말을 끝내고 다시금 새 경기를 이어가자는 의미였죠.  


" 손.....내밀어 봐. 빨리...."


"한번.....더?"


"응. 난, 이게 너무 좋아....."


"......."


 난처한 표정의 남자 그럼에도 누구보다 순수한 얼굴로 원하는 여인. 달밤에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깊어갑니다. 목덜미에 얹어진

남자의 거친손과 꺼이 꺼이 숨이 멎을듯한 얼굴로도 흥분감을 주체 할 수 없는 여인. 


 그래서 이 두 사람의 정사가  보여주는것이 무엇이냐? 왜 보여주는 것이냐? 제가 아까 말 하지 않았습니까?  끝까지 보셔야 한다구요. 이날밤의 정사로 이듬해에 이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하나 태어나게 됩니다.  그것이 누구냐?  그거는 잠깐. 있다가.


 자, 제가 지난번에 어디까지 했었죠? 아! 그래. 위대한 네 발 짐승의 시대가 끝이 났다 그랬죠? 흠 그렇군요. 그래요.  역사를 어느정도 익히 알고 계셨던 분이면 흔히 들어봤을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분구필합 합구필분. 나눠지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지면 반드시 나누어진다는 뜻입니다.  


 강대한 적에 합쳐진 인류의 무리 앞에 태평성대가 찾아 왔습니다. 더 이상 종족의 존망위기를 걱정할 날이 없어진 샘이지요. 1인자는 완전히 목숨을 다 했습니다.  남은 땅은 문자 그대로 남아있었지요. 그러면 이제 무슨일이 벌어질거 같나요? 그렇죠. 분열입니다. 

12개의 부족 수 만큼 분열되는 12개의 나라.


 하나로 뭉쳤던 인류의 무리들은 사실, 두발이 달리고 허리를 곧추서 손이 남는다는 것을 빼면 크게 비슷한구석이 없다 할 수 있었지요. 피부색도 각각, 키도 천차만별. 눈색깔도 다 다르고 먹는것도 입는것도 쓰는 무기도 전부 제각각. 취향은 뭐 말 할 것도 없고

서로에게 나는 체취조차도 불쾌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어떻게 계속 서로 몸 비비며 살아 갈 것이겠습니까?  


 뭐 처음에는 나름 균등하게 땅을 나누고자 노력했어요. 부족에 따라 인원수에 따라 균등히 땅을 나눠 먹었지요. 근데, 그게 불만이 없겠습니까? 아니..... 어떤 부족은 더 열심히 싸워서 얼마 안남은거고, 또 어떤 부족은 뒤에서 뒷짐지고 허드렛일이나 해서 많이 남아 보다 많은 땅을 분배받게 생겼는데  당연히, 불만이 없을리가 없었죠. 


 그래서 치적으로 합시다. 라고 하니까 처음에는 그럭저럭 받아드리나 했지요. 논리적으론 그게 맞는 처사였으니. 근데  그것도 또 문제가 당연히 일어나게 됐어요. 진짜 너무 당연한것이  애초에 중재 세력이라 할 사람이 딱히 없는 상황서 더 많이 살아 남은 쪽이 굳이 더 좁은 땅을 받으라 하는 처사를 받아드릴 이유가 무어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중재하는 애들은 대체 무슨 권리로 그러나
싶을거고 그냥 힘 빡 주고 뺏어버리면 그만인데 하며 룰을 같잖게 여기기도 하게 되겠죠.


  그래서, 분란의 씨앗은 결국 10년도 채 안되어, 발아 합니다. 남아있던 세력 중 가장 강대했던 나라 하나가 중재세력을 뒤엎고 분봉

한 땅으로  네발 짐승을 무찌른 그 찬란한 무구로 무장한채 땅을 넘어오기 시작했거든요.  쳐들어 오고자 하는 쪽에서는 만발의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반면에 싸움을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어거지로 받아드린 수준이었어요. 싸움이 되겠습니까? 순식간에 들어온 군사에 의해 기존에 있던 부족들은 하나씩 목숨을 잃고 땅을 빼앗기기 시작하죠.  


 5개의 나라가 순식간에 멸망 할 쯔음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은 남은 나라들이 뭉치기 시작 했지요. 파죽지세처럼 밀려오는 

군대들을 받아치고자 그제서야 창고에 박아둔 옛 시절의 무구들을 하나씩 꺼내어들고 어기적 어기적 좁은 길목에 섰어요. 


 맹렬한 기세로 쇄도한 적들에게 수비가잘 될 턱이 있나 싶겠지만, 서 있는 좁은 길목은 천혜의 요새라 불리우는 통곡의 절벽. 무력은 미약했지만,  지형을 끼고 버틸 힘은 충분했었지요. 군대가 몰려들어왔지만 비좁은 길목을 미쳐 극복하지 못한 침략자들은 거기서 멈춰서게 됩니다.  파죽지세처럼 밀고 들어오던 전선은 딱 거기서, 교착되고 말았습니다.


 "서명하시오. 이 곳 까지, 우리의 영토로서 남은 여섯 나라가 모두 인정한다고."


"......알겠네. 대신에 약조하오. 이 높고 비좁은 통곡의 절벽을 기점으로 당신네 사람들이 더 이상 남은  땅을 넘어오지 않기로."


"좋소."


 흔쾌히 내민 손을 받아쥐며 위 아래로 흔듭니다.  각 나라의 대표들은 이  지점에서 합의점을 보게 되었지요. 이렇게 절벽을

기점으로 두 나라로 땅이 쪼개지게 됩니다. 앞으로 한 300년 동안에요.   


 절벽을 기점으로 왼쪽은 국왕 스스로 황제라 참칭하며 제국이 되었고, 오른쪽은 남은 여섯 국가들의 연합한 연합국이 되었습니다.

절벽을 기점으로 이어진 300년의 평화. 짧다고 하면 짧을 수도, 길다고 하면 길 수도 있는 이 평화는 300년 후 다시금 깨어지게

됩니다.  하나로 일통한 제국이 30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가만히 있진 않았지 않겠습니까?  뭐 연합국 또한 마찬가지였지요.


  하지만, 이어지는 전쟁속에서 최후의 승자는 뜻밖에도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습니다. 이듬해에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레온이었지요.   정복왕 레온 1세. 신화시대, 기라성처럼 등장하여 강대한 제국을, 융성한 연합국을 흡수하며 대륙을 일통하게 되는 남자.  그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다음 이 시간에.


 잠깐, 이것이 검의 일생과 대체 무슨 상관이었냐, 지루한 역사 이야기와 영웅의 담화가 아니라 검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것이 아니었냐. 따지시는 분이 계시겠는데 먼저, 말씀 드립니다.  털이 복슬 복슬 덮수룩한 수염의 우락부락한 남자의 이름은 미하일. 

선이 가늘고 청초한 외모와 대비되는 변태스런 취향을 가진 여인의 이름은 아이오나. 


 앞으로 족히 28회차는 더 마주치게 될 두 검의 첫번째 주인들 입니다. 두 검의 새초롬한 첫 만남은 바로 거기서부터 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