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세상이 대충 망한 뒤 한 독자가 엉엉 울면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전부 다 죽어버렸어! 소꿉친구였던 여주도!(A) 마법 소녀 커플링도!(B) 다 뒤저벼렸다고! 후에엥."


 '그게 문제가 아닐텐데.' 옆에서 걷던 작가가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며 생각했다.


 어쩐지 '그' 반전 이후 남아있는 건 여러모로 이상한 독자들 뿐이었지만 이 사람은 특히 상태가 심해보였다. 싀벌 지금 눈 앞에 세상이 무너지는 클라이맥스가 펼쳐지고 있는데 죽은 인물 걱정이나 하고 있다니. 이 세상이 끝나고 있다고?


 "이럴 거면 완결 난 것들만 읽을 걸... 그러면 이렇게 힘들어 할 일도 없잖아... 미이 쨩, 미이쨩(B) 후에엥..."

 

 이 남자에겐 아무래도 가상 여자 캐릭터의 생사가 세상의 압도적 전개보다 중요한 모양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만 남게 되어서 망해버린 건지, 망해가는 세상이어서 이런 사람들 밖에 남지 않게 되어버린 건지.


 작가는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든 죽어버릴 수 있으니까, 이야기의 제대로 된 결말을 보지 못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는 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 특히 소설을 끝까지 쓰는 게 아는 작가로서는 사실 스스로에게 좀 관대한 편이었다. 어쨌든 후속작은 매번 팔리고 있는 편이고. 결말을 제대로 내지 못했어도 그 동안 이야기를 잘 즐겼으면 된 거 아닐까...?


 "이 새끼가!" 독자가 작가의 뺨을 후려쳤다. 독백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개 똥 같은 결말을 내는 너 같은 인간들 때문에 점점 웹소설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거라고! 책임감을 좀 가져!"


 작가는 독자의 멱살을 잡고 외쳤다. "시끄럽다! 좀 기다리란 말이다! 독자들이 압력을 주니까 작가도 힘에 부쳐서 개같은 결말을 내는 거라고!"


 "시끄러! 시끄러!"

 

 두 사람은 망한 세상에서 먼지 쌓인 바닥을 뒹굴며 서로를 헐뜯을 뿐이었다.


 보다시피 이 이야기는 어떤 연재가 망해가는 것을 형상화 한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리오. 기껏 찾아낸 이 소설도 이미 대충 망하고 만 것을...


 나로서는 고개를 저으면서 망해버린 이 소설을 뒤로 한 채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