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공작이셨다.

할아버지는 내 조국을 침범한 야만족이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평민이었다.


 내 출생을 가지고 모두가 날 지적한다.

좋게 말하면 사생아.

나쁘게 말하면 쓰레기도 아깝다.


 하지만 나는, 나를 모욕했던 녀석들을 짓밟고 빼았었다.

부셔버리고 베어버리고 불태웠다.

할아버지의 야만적인 피가 끓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심판대에 올라서 있었다.


 허가 없이 귀족을 목을 취한 죄, 적법하지 못 한 이의 부적절한 행위, 방화, 살인, 절도등

당연한 유죄 였다.

그 형벌은 ' 사형 ' 이었다.


 그러나 나의 왕께서 나를 용서하셨다.

왕은 성인식도 치루지 않은 새파란 녀석이었다.

한참이나 어린 그가 나를 회개시키려는 것인가?

나를 사면할 때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 자리에서 헛웃음이 나와버렸다.


 대사제는 그런 나를 보고 당장이라도 목을 베어야 한다고 왕에게 간청했다.

그만이 아니라 내가 죽인 녀석들의 친인척과 지인들이 모두 그렇게 말했다.

궁전이 나를 향한 야유와 질타로 뒤덮었을 때, 왕은 고함쳤다.

궁 안은 순식간에 침묵으로 번졌고 왕의 발걸음 만이 사뿐히 들릴 뿐이었다.


 그렇게 궁전에는 나와 왕 만이 남게 되었다.

그 곳에서 판정을 지켜보던 귀족들은 화를 감추지 못하고 떠났다.

당연한 것이다. 자신의 가족들이 죽었다. 그런데 죽인 놈은 떳떳하게 살아 있었다.

그것도 왕의 칙명으로.

이건 나뿐만이 아니라 왕에게도 문제가 될 사안이다.


 새파랗게 어린 여왕은 ' 필리아 ' 고작해야 15살이다.

게다가 그의 왕위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나의 왕, 필리아의 아버지인 ' 헨리 ' 의 동생, ' 로베르트 ' 가 왕위를 노린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로베르트 공작은 이 나라에서 다음가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이었다.

명분이 없던 차에 방금 나로 인한 사건으로 어처구니 없는 명분이 생길것이다.

왜 그런 짓을 했는지에 나는 왕에게 물어야만 했다.


" 어째서 저를 사면하신 겁니까? 어째서 저를 죽이지 않으신 겁니까? 어째서 저를 능멸하시는 겁니까? "


 어린 왕은 나의 양손을 잡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행동? 아니면 어리기 때문에? 라는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버렸다.


" 그대의 손은 나보다 크고 단단하네요. "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 알레드의 백작 기욤. 같은 배에 올라섰는데 나를 도와줄 수 있는지요? "
" 무슨 말씀이십니까? "

" 나를 도와준다면 빼앗겼던 당신의 작위를 돌려드릴게요. "


 나의 작위. 네우스리아의 공작. 그리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땅.

그게 다시 내게 돌아온다 한들 안정적이진 않을 것이다.


" 분하지 않나요. 기욤? "


맞다. 분하다. 내가 다스려야할 땅을 빼앗긴 것에 화가난다.

그리고 내 거지보다 못 한 신분에도 증오스럽다.


" 저도 분하답니다.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것에요. "


 선왕은 주살되었다는 말이 많았다. 말도 타고 대식가처럼 먹던 것도 몇년 전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 파장은 동생인 로베르트에게 쏠렸다.

그 때문인지 로베르트는 왕위에 오르지 않고 지금의 왕녀에게 자리를 넘겨주었다.


" 아버지께서 다스렸던 땅. 지키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만으로는 그럴 수가 없어요.. 게다가... "


 그가 고개를 떨구고는 쉽게 말을 잇지 못 하고 있었다.


" 저는 이 나라를 아버지처럼 다스리고 싶어요."


 그녀의 고심 끝에 나온 말이었다. 나 또한 그러하다. 나의 아버지의 땅을 다스리고 싶었다.

나의 손을 잡고 있던 걸 풀어버리고 내가 왕의 손을 잡아주었다.


" 약속을 지켜주신다고 맹세하면 목숨을 걸겠습니다. "

" 왕, 아니 우리 카레트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


 나는 왕의 두터운 신임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의 삼촌에게 알렸다.

삼촌은 기회가 왔다며 모든 것을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몰라도 나의 친구 ' 풀크 ' 와 ' 로베르 ' 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그들도 나처럼 사생아에 땅을 빼앗긴 이들이었다.


 다음날이 되고 동이 트기도 전에 나는 왕의 계획대로 움직였다.

우선 첫번째 계획은 나의 땅을 되찾는 것에 필두로 하였다.

선왕이 죽고 공석이된 왕의 자리를 틈타 나의 땅을 빼앗은 자들.

대가를 치를 것이고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