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피카루 크리스쨩 다요~"

 

"오우오오오오오 크리스쨔아아아아아앙ㅇㅇㅇㅇㅇ!!!!"

 

푸른 하늘의 주말 아침 10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어두컴컴한 방안에 틀어박혀 마법소녀 애니 [프리티 큐어풀 크리스쨩]을 본방사수한다.

 

중요한날이란것을 아는것인지 평소 공사중이라 시끄럽던 밖은 오늘따라 조용하다. 

 

방안의 후끈 달아오른 열기에 이마에선 굵은 땀방울들이 흘러내리고 있지만 지금은 그런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크리스쨩의 모습을 한장면이라도 더 눈안에 담기위해 초집중중이니 말이다.

 

그렇게 넋놓고 있길 이십여분...

 

드디어 클라이맥스 장면이다. 크리쨩이 친구들인 미미쨩과 세라쨩과함께 달려나가다 뒤돌아보며 마무리 멘트를 날리기 직전.

 

"크리스쨩 사랑해에에에엥에에에에에엥ㅇ!!!!"

 

절규에 가까운 외침과 동시에 크리스쨩이 윙크하며 말한다. 

 

"다이스키다요!"

 

"웃 효오오오오오----!!!!!"

 

이순간 살아있길 잘했단듯한 표정과 함께 거구의 몸이 들썩거리며 미친듯이 텐션이 솟구친다.

 

이거라면 저녁때까지 반찬없이 밥만 몇공기는 먹을수 있을듯하다. 물론 무리지만.

 

그렇게 사우나를 다녀온거마냥 온몸에서 노폐물을 배출한 후. 

 

크리스쨩을 다시 만나기 위해선 다음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급격하게 다운되어간다.

 

이 안타까운 마음은 여느때와같이 동인지로 해소하기로 한다.

 

대기상태인 PC앞에 앉아 열려있던 브라우저를 새로고침 하여 신규 동인지 수색에 들어갔다.

 

간간히 크리스쨩을 능욕하는 추잡한 동인지가 시야에 잡히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딴것에 열광하는 더러운 오타쿠들을 싸잡아 욕하는 댓글을 남기고 다른 동인지를 찾기로 했다.

 

한창 페이지를 넘기던 도중. 예전부터 은근 마음에 들던 작가의 신작을 발견했다.

 

오직 크리스쨩과 친구들 셋만이 나오며 한껏 백합분위기를 자아내는 내용이다.

 

"아아..."

 

떨리는 숨을 들이쉬고. 내뱉고.

 

"오늘도 마음의 안식을 얻고갑니다." 짝짝짝.

 

금방이라도 승천할것같이 치유된 정신으로 감사의 마음과 함께 모니터 너머의 작가를 향해 합장을 한다.

 

"아..."

 

일주일만에 몸의 혈액순환이 좋아진 반동인지 갑자기 목이 말랐다. 하지만 냉장고안엔 텅빈 콜라병뿐. 믿을수없는 수돗물로 내 몸을 더럽힐순 없다.

 

결국 이번주도 어쩔수없이 편의점을 가기로 한다.

 

육중한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넘으니 피부가 아플정도로 직사광선이 내리쬐며 밖깥세상으로의 진출을 맞이해준다.

 

빛보단 어둠에 익숙한 눈이기에 잔뜩 찌푸린 인상으로 100미터 앞 편의점에 땀이 가득한 몸을 이끌었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몸의 흔들림에 맞춰 땀들이 아스팔트위로 쏟아져 내렸다.

 

"하아 하아 하아"

 

벌써 숨이 차오르다니. 역시 밖깥공기는 몸에 해롭다.

 

그렇게 한참을 가던중. 바로 옆 골목에서 갑자스레 트럭이 튀어나왔다.

 

집앞 공사에 쓰이던 트럭인게 분명했다. '골목에서 저렇게 아무생각없이 밟아대다니. 역시 저급---' 여기까지 생각을 미칠쯔음.

 


트럭은 그대로 덮쳐왔다.

 


덮쳐오던 트럭 운전자와 눈이 맞은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중력을 거부하고 붕 떠오르는 몸에 뇌의 활동이 느 - 려 - 지 - 는 - 것 - 같다가 그대로 머리부터 떨어졌다. 쓸렸다.

 

당사자는 본래 인간이였다는걸 증명하듯 도로위로 본래 몸속에 있어야 할 것들이 비산했다.

 


즉사였다.

 


.
.
.

 


다시금 눈에 빛이 들어온것은 형용할수없은 무언가의 존재가 되어 공허속을 무수히 떠돌다 지쳐갈때 쯔음 이였다.

 

그리고 눈 앞에 보인것은

 

 

 

A.나열해있는 뱀파이어 12귀족들

 

 

B.한창 포화속을 달리는중인 셔먼탱크 운전대

 

 

C.아까봤던 프리티쨩 방송 

 

 

D.귀여운 프릴이 달린 팬티

 

 

E.프리티쨩에 등장하는 악역

 

 

F.핫팬츠에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수염난 볼을 붉히고있는 머리까진 근육 중년 아저씨(무직/눈빛이 청순함)

 

 

당신의 선F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