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는 아이였다.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장난감이 있으면 어머니 치맛자락을 잡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맘에 드는 장난감을 응시하기만 했다.

눈치 빠르신 어머니는 치맛자락을 쥔 고사리만한 나의 손을 잡으시고 내가 응시하던 장난감을 다시 고사리만한 나의 손에 쥐어 주셨다.

어머니는 외동아들에게는 너무도 약했다.

당시 이웃집에 연상인 꼬마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은 우리 집에 놀러오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이유인 즉슨 우리 집이 그 당시 동네에서 장난감이 제일 많은 집으로 또래 애들 사이에서는 유명했었다.

항상 내 장난감을 같이 갖고 노는 것에서만 만족하던 형이었는데 그 날 따라 유독 내가 아끼는 장난감에 눈독들이더니 하나만 달라고 어린 나에게 떼를 썻다. 내가 불가 하다고 하자 그 형은 장난감이 쌓여진 방 바닥에 드러누워 짧은 팔다리를 휘적이며 빼빼울기 시작했다.

여느 아이가 그렇든 그 형이 눈물을 보이자 나 또한 새끼 고양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내가 울자 갑자기 당황한 이웃 집 형은 울음을 그치라고 내 배꼽을 덜 자란 이빨로 깨물기 시작했다.

그 형의 바람대로 나는 울음을 그쳤지만 더 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열린 문으로 어머님의 희고 고운 발이 보였다. 내 배꼽에서 화산처럼 흐르는 핏물을 보자 어머니는 얼굴이 새하얘지면서 그 형의 볼기를 치기 시작했다.

이웃집 형의 볼기가 내 피만큼 붉어지자 어머니는 정신을 차리셨다. 외동아들에게 너무도 약했던 어머니는 이웃집 둘째아들에게는 너무도 그악스러웠다.

이웃집 형은 집으로 날랜 다람쥐처럼 가버렸고 어머니는 날 동네 병원으로 데려가 얘 곱창이 흘러 내리는게 아니냐고 난리를 피우셨다.

새하얗던 젊은 어머니의 발은 잠깐사이에 검은 때가 끼어 있었다.

나는 불에 데인 듯 너무 아파서 눈을 질끈 감고 있었고. 그런 내 모습을 본 어머니는 가슴이 데인 듯 아픔에 눈을 감았다.

몇 방울 꿰메고 나는 병원을 나왔고 어머니는 이웃집 아주머니와 대판 싸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한테만 약했던 어머니였다.

어른이 된 이후에도 배꼽을 무심결에 보면 그 때 일이 생각이 난다. 손에 쥐고 있던 캡틴 사우로스 장난감과 이웃 형의 발개진 볼기, 어머니의 새하얀 얼굴, 그리고 데인 듯 한 아픔

그 뒤로 나는 남에 까진 상처나 피만 봐도 배꼽이 뜨끔해진다. 그래서 남에 상처를 아직도 잘 보지를 못한다.

지금도 어머니는 이 흉터를 보시고 가끔 그 때 얘기를 하신다. 이 때 이후로 내게 장난감을 안 사줬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 때 이후로 장난감에 별로 미련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처음에는 그 형이 미웠지만 병원에서 나온 후에는 그 형이 좋아했던 장난감이 너무 미워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나를 결국 해치게 된 계기가 됐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돼버린 것이다.

어린 시절 그 일을 겪은 후 나는 물건에 욕심을 내는 일이 없어지게 됐다.

다시는 배꼽을 물어뜯기고 싶지도 않았고 내가 누군가의 배꼽을 물어 뜯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