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제목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좀 더 직관적으로요. 네. 음. 그렇습니다.


Perfect - 2


아침을 알리는 핸드폰 벨소리가 머릿속에서 빙빙 울린다.
성준은 숙취로 인한 고통인지 앓는 소리를 내며 부스스 일어나 머리맡에 놔둔 핸드폰을 주섬주섬 짚는다.
잔뜩 헝크러진 머리와 부은 얼굴이 핸드폰 검은화면에 잠깐 비치다, 불빛이 들어오면서 사라진다.
핸드폰 시계는 오전 일곱 시에 멈춰있었다. 주말을 생각할 때, 일어나기에는 참으로 아까운 시간이었다.

"아, 시발···."

성준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미 달아나버린 잠은 쉽사리 다시 오지 않았다.
뒤척이길 몇 분,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어기적어기적 걸어나간다.
그는 거실로 나오자마자 책상에 있는 리모콘을 보곤 손바닥을 두어번 친다.
그러자 거실창문을 가리고 있던 롤스크린 블라인더가 위로 주욱 올라가며, 따사로운 햇빛이 거실 안으로 와락 들어온다.

성준은 힘없이 쇼파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맞은 편 타원형 박스를 보며 조금 큰 목소리로 외친다.

"지니야."
"네."

타원형 박스, 기가지니에서 은은한 불빛이 들어오며 음성이 나온다.

"뉴스 보여줘."
"관심 분야인 정치뉴스를 보여드릴게요."

이윽고 텔레비전이 켜지며 아침뉴스가 나온다. 아침뉴스는 한 기업의 비리채용문제로 시끄러웠다.
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성준은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곧 상대가 전화를 받자, 성준은 반가우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다.

"어, 아빠."
"니가 아침부터 왠일이냐. 전화를 다하고."
"그냥 뉴스보다가 익숙한 얼굴 나와서 전화했지."
"지금 나 걱정해주는거냐."

아버지의 질문에 성준은 피식하고 웃는다.

"그럼 이성은이가 아빠 걱정해주나. 걱정해주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그건 또 그렇지."

성준의 말에 아버지도 동의한다. 

"너무 걱정하지마라. 금방 조용해지니까. 네 할 일이나 열심히 하고 있어."
"그건 아는데, 그래도···."
"그게 진짜 아빠 도와주는거야. 오히려 니네가 걱정하면 일 더 안된다."

성준은 한 숨을 짧게 쉬곤 알았다고 대답한다. 이윽고 아버지의 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가 종료된다.
부자의 짧은 전화는 그렇게 끝났다. 성준은 핸드폰을 툭 옆에 내려놓고 쇼파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서울 서대문구 전경이 비치는 창가에 다가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오늘 뭐하냐."



....



준철은 시침이 정각 근처에 가서야 일어났다. 그는 잠깐 멍 때리다가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거둔다. 
그리고 곧바로 냉장고를 뒤져 아침으로 때울만한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
냉장고 안에 있는 것은 어젯밤 편의점에서 산 햇반 하나와 스팸 하나.

'그냥 나가서 먹을까.'

준철은 잠시 고민에 빠진 듯 하다, 결정을 내렸는지 냉장고 문을 닫고 나갈 채비를 한다.
모자를 쓰고 운동화를 신고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옆집 사람과 마주친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그와 마주친 옆집 사람은 입사동기인 종혁이었다.

"어! 준철씨, 안녕하세요."

놀랄틈도 없이 종혁이 먼저 반가워하면서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하세요."

준철은 떨떠름하게 인사를 받았다. 종혁은 자기 집 문을 잠그며 가만히 서있는 준철에게 말을 걸었다.

"바로 옆집이라니 되게 신기하다. 언제부터 사신거에요?"
"저 올라온 지는 이틀됐어요."
"아, 진짜? 나도 그정도 됐는데."

종혁이 먼저 계단을 내려가자, 준철이 그 뒤를 따른다.
그는 뒤따라오는 준철에게 점심을 먹었는지 묻는다.

"밥은 먹었어요? 난 안 먹었는데."
"저도 아직 안 먹었어요."
"어, 그럼 잘됐네. 같이 먹으면 되겠다."

준철은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국밥집 가실래요? 여기 유명한 국밥집 맛있다는데."

종혁은 건물 밖으로 나오자 엄지 손가락으로 길 건너편을 가리킨다.
준철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며 대답한다.

"국밥 나쁘지 않죠."



...



성준은 커피머신에서 내려온 진한 아메리카노가 담긴 머그컵을 집는다.
그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 후에 식빵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누군가에게 전화한다
곧 상대가 전화를 받자 짜증과 애정섞인 목소리로 말을 한다.

"왜 자꾸 시끄럽게 카톡질이야."
"나 진짜 급해서 그래."
"뭐 때문에 그런건데, 한 번 들어나보자."

상대는 길게 한숨을 쉬더니 자초지종 설명을 하고, 이야기를 듣던 성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하단 표정을 짓는다.

"그러니까 나보고 메인 카메라를 해달라."
"너도 알잖아. 우리 학번하고 위에 전멸한거."
"혁준이 있잖아."
"야, 그 새끼는···!"

전화 속 상대가 복식호흡하듯 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간다.

"카메라의 카자도 모르는 새끼랑 뭘하라고. 야, 솔직히 14하고 15중에서 경력 안 끊긴 학생 얼마나 있냐. 너하고 서정훈 밖에 없어."
"그럼, 정훈이랑 해."
"정훈이랑 했으면 너한테 메인 카메라 해달라고 연락했겠냐."
"그러니까 내가 같이 휴학하고, 내년이나 내후년에 복학하자 했잖아요. 그치?"

성준의 되물음에 상대는 '시발'을 중얼거린다.
성준은 머그컵에 든 아메리카노를 찔끔 마시며 말을 이어간다.

"친구야, 내가 백수면 널 도와주겠는데 미안하게도 내가 백수가 아니야."
"하, 도와주면 니 술값은 내가 책임지고, 우리가 니 일정에 맞춘다."

상대, 그러니까 친구의 딜에 성준의 표정과 목소리는 한층 부드럽게 바뀐다.

"음, 넌 정말 협상을 잘 할 줄 아는 친구구나."
"어쩌겠어. 내가 을인데."
"그런 자세 매우 좋아."

성준은 큭큭 웃으며, 곧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내용을 묻는다.

"그래서 시나리오하고 배역은 다 나온거지."
"시나리오 다 나왔고, 배역은 이따 만나서 알려주면 안돼냐?"
"왜 그냥 지금 알려줘. 어차피 연영과 우리랑 다 아는 사이인데."
"아니, 그게···."

친구는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는지 갑자기 말끝을 흐린다. 성준은 이상함을 눈치채고 조금 단호하게 묻는다.

"이상혁, 너 이상한데. 평소면 다 알려줄텐데."
"진짜 이따 만나서 알려줄게."
"여기서 이야기 안하면 나 메인 안한다."
"야."

친구, 그러니까 상혁은 꽤 길게 뜸들이다 전처럼 크게 한 숨을 내뱉으며, 성준에게 주역이 누군인지 털어놓는다.

··영이야."
"누구라고?"
"메인, 조안영이라고."

상혁의 말이 끝나자, 핸트폰 너머 성준은 대답이없다. 상혁은 불안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귀에서 떨어트리고 바라본다.
곧, 아까와는 다른 화가 잔뜩 난 성준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온다.

"이상혁, 이 또라이 새끼야!"



...



아, 너무 안썼었네영 제성합니다. 힣힣.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