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 3


"이상혁, 이 또라이 새끼야!"


상혁은 성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핸드폰을 귓가에 대며 자초지종 설명한다.


"성준아, 이게 또 니가 직접 시나리오를 보면 알거야. 그 역할 맡을 사람이 조안영 밖에···."

"그래. 네 말대로 메인을 조안영이 할 수 있어."

"그치. 그렇지?"


성준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상혁에게 따진다.


"근데 메인 카메라에 날 넣는다? 그게 대가리에서 나올 생각이야?"

"성준아."

"너도 알잖아. 걔하고 나하고 어떤지."

"그치, 다 알지."


성준은 마지막으로 한 숨을 길게 쉬며 상혁에게 경고한다.


"근데 다 아는 새끼가 그 짓을 하냐."

"미안하다."

"내일까지 배역 조안영에서 다른 사람으로 안 바꾸면 나 카메라 안 잡는다."


전화가 끊겼다. 상혁은 마치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시발, 진짜 좆됐네."



...



뜨끈한 국밥 두 개가 탁자 위에 올려졌다. 종혁은 '잘 먹겠습니다' 말하고 크게 한 입 떠먹는다.

준철은 숟가락으로 국밥을 조금씩 깨작깨작 떠먹는다.


"음, 맛 어떤 것 같아요."


종혁이 준철에게 국밥 맛을 물어보며, 탁자 가운데에 놓여있는 새우젓을 자기 국밥에 조금 섞는다.


"난 조금 싱거운 것 같은데."


준철이 대답했다.


"전 괜찮은 것 같아요."


종혁은 새우젓을 섞은 국밥을 한 입 먹어보곤 이제 됐다며 점심식사를 즐긴다. 

반찬 중 하나인 깍두기를 젓가락으로 짚으며 준철에게 말한다.


"그러고보니 우리 서로 나이도 모르네. 준철씨는 몇 살이에요."

"저 스물 넷이요."

"아~. 형이구나. 난 스물 셋인데."


준철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종혁의 말에 대답한다.


"스물 셋이면, 홍보팀 그 사람이랑 동갑이네요."

"엥? 홍보팀에 저랑 동갑이 있어요?"


종혁은 홍보팀에 자신과 동갑이 있다는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는 여태까지 나이상으론 자신이 제일 막내라고 생각해왔던 터였다.


"네."


준철은 놀란 표정을 지은 종혁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희 홍보팀 인사하러 갔을 때, 디자이너라고 있었잖아요. 그 사람이 종혁씨하고 동갑이에요."

"아, 그렇구나. 난 나보다 나이 한, 두 살 많은 줄 알았는데."

"저도 저랑 동갑이거나 한 살 많을거라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저희보다 먼저 들어왔으니까."


이번에는 준철이 종혁에게 먼저 묻는다.


"그 홍보팀 디자이너한테 친구하자고 해봤어요? 동갑인데."

"아, 그렇잖아도 인사한 날. 친해지려고 쉬는 시간에 커피 한 잔 주고 왔는데···."


종혁은 말을 잠시 뜸들이며 성준과 첫 대면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사람이 너무 차가워요. 기계같아."

"그래요?"


준철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종혁은 다시 생각하니 어이없다며 당시 상황을 간략하게 털어놓는다.


"아니, 난 그냥 커피만 딱 주고 마실래요? 그랬거든요. 근데 짜증나게보면서 '저 지금 일하는 중이어서요.'라고 말하더니깐요."

"그렇구나. 종혁씨가 조금 서운했겠네요."

"그러니까 내말이."


준철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종혁의 말에 맞장구를 쳐준다. 그러다 어제 일을 생각하며 조심스레 성준을 옹호한다.


"그래도 나쁜 사람 같지는 않던데."

"네?"

"어제 야근하고 퇴근하는데, 어쩌다 같이 퇴근했거든요. 집까지 태워주더라고요."

"에이, 난 그래도 별루야. 첫 인상이···."


준철은 어젯밤 운전하던 성준의 모습을 떠올리며 조용히 말한다.


"그냥, 전 그렇게 생각해요."


이 때, 종혁이 무언가 떠오른 듯 '아!'하고 말을 이어간다.


"맞다! 그 디자이너 엄청 부자던데."

"네?"


준철은 금시초문이란 표정으로 종혁을 바라본다. 어젯밤 자차를 끄는 것을 보곤, 젊은 나이치곤 성공했구나라 생각했지만 부자라는 소문은 여기서 또 처음 듣는다.


"그 사람 아버지가 모 기업 회장이던데."




...